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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 작성자 vlvlvl
  • 작성일 2006-03-03
  • 조회수 573

1.옥상


어두운 공간을 향하는 계단을 밟는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누구에게 들키고 싶지도 않기에 개미하나 못 듣게 계단을 오른다. 맨 마지막 계단 앞을 가로막는 문 앞에 하나의 열쇠를 잡는다. 이사 온 날 무심코 열어보았던 신발장 서랍아래에서 발견된 이 열쇠는 17살인내게 가장 소중한 보물로 여겨지는 물건이다. 누구에게 자랑하고픈 보물과는 달리 혼자만이 갖는 비밀의 화원의 잠긴 문을 여는 열쇠 같은 것이다. 하지만 비밀은 누군가가 존재하기에 있는 것이고 얼마 전 이 비밀의 장소는 그 ‘누군가’라는 존재가 비밀을 풀었다. 뭐 애초에 나만을 위한 장소도 아니었고, 그 ‘누군가’에게 또한 필요한 장소였기에 불만은 없다.

 손잡이 구멍에 열쇠를 깊숙이 꽂는다.

   ‘덜컹’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두꺼운 문이 열린다. 문틈사이로 스며오는 주황빛이 눈을 얼얼하게 했다. 이내 차가운 바람이 살 속을 파고들며 작은 헛기침을 만들어낸다. 시야가 환경에 적응되어 넓은 아스팔트 둘레 위에 내 팔 높이 가량 쳐진 철조망 사이로 주황빛 노을이 달갑게 반짝거린다. 반짝거리는 철조망 가운데에는 오늘도 그녀가 있다.

철조망에 머리를 기대어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그녀의 머리는 언제나 그렇듯 필경 안 좋은 예감을 품고 있다. 허구한 날이면 울려했고 흐릿하게 아래로 그을린 검은 눈동자는 보는 이의 마음도 검게 한다. 바람과 노을은 그녀의 마음을 비웃어주며 머리카락을 놀잇감삼아 갈색 파도를 만들며 장난을 친다.


 내 키보다는 조금 큰 그녀는 단색의 붉은 스웨터와 주름치마를 입었다. 나랑 동갑이거나 혹은 나보다 위로 보이는 그녀는 항상 같은 복장에 같은 표정에 같은 위치에 선다.

 위로는 태평하기 짝이 없는 하늘, 아래로는 빼곡히 수놓아진 건물들로 덮여진 땅

  이곳은 옥상이다. 어느 아파트들보다도 높아 옥상에 있는 우리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 시끄러운 찻소리도, 어지러운 물건들도 없는 옥상은 내가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낙원에 부족함이 없다.

이곳을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은 딱3사람이라 생각된다. 1명은 이 아파트를 관리하는 경비원과, 옥상 바로 아래 사는 두세대의 집주인으로 나는 23층짜리 아파트의 23층에 산다. 경비원은 내가 옥상에 올라 다닌지 5달 동안 마주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오지는 않는 것 같고, 덧붙여 이곳에는 하늘을 찌르는 피뢰침이 높게 서있을 뿐 경비원이 특별히 올라올 만한 동기를 부여하지 않기에 앞으로도 올라오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옥상에는 매일 올라오는 나와, 얼마 전 괴상망측한 일로부터 오기 시작한 그녀까지 2명이다. 추측하건데 그녀는 옆집에 사는 사람이겠다.


오늘도 나는 검은 봉지에 빵하고 캔 커피를 꺼낸다. 볼이 들어간 몰골하며 흐릿한 눈동자를 보면 분명 굶었으리라.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아무런 말도 안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무언가라도 말하지 않으면 내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 느껴지기에 나는 항상 말을 건다. 듣거나 말거나 중요한건 말을 거는 것이며 그 때의 ‘일’로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느껴지기에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말을 건다.

 “식기 전에 마셔 캔 커피야, 음 물론 빵도 가져왔어”

 “........”

기대하지는 않지만, 아니 기대했기에 말을 걸어보지만 역시나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마음을 억누른다. 그 ‘일’ 이후 그녀는 더 큰 상처를 입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죄를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매일 그녀에게 공물을 바치고 말을 걸지만, 그녀는 고마운 기색을 보이지 않기에, 순간순간 표정을 살피며 가슴을 졸인다.

“.......”


   ‘오지마!!’ 녀석의 침묵은 멀리서 소리친 메아리처럼 그 때 일을 생각나게끔 한다.

오지마!!’ 어쩌면 그것은 살고 싶다는 애처로운 삶의 구원을 기다리는 말일지도 모른다.


문을 열었을 때 무언가 다른 냄새가 났다. 코카 맹맹해지며 숨을 가쁘게 하는 비릿한 독한 소주냄새가 목을 따끔따끔하게 하고 신경질적으로 진동하고 있었을 때 날카로운 소음은 눈물과 함께 유리가 되어 녀석의 얼굴의 상처자국을 낸다. 철조망 사이에 반쯤 걸치고 있는 다리는 날카로운 쇳날의 긁혀 핏방울이 기분나쁘게 떨어진다.

오지마!!!오지마!!” 그때의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다만 생각나는 건 귀에는 아찔한 비명소리가 쇳소리와 부딪혀 어지러움이 독한 알코올 냄새와 뒤섞여 토할 것 같은 현기증이 붉게 현기증을 일으켰다는 것

어두운 밤으로 그늘이지고 성난 파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향해 손을 뻗은 구조원처럼 나는 필사적으로 피와 그늘에 뒤덮여 힘없이 하강하는 죽어가는 새를 잡았다.


그때 이후로 내가 그녀를 구했다는 안도감보다는 그 때부터 아무말없이 오르락내리는 그녀를 보며 중압감이 생겼다. 왜그런지 모르겠다.


---“왜 날 잡은 거야!”

       ------“왜 살린 거야!!”

아무 대답도 못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울며 소리치는 소음이 가슴에 스며들고, 바늘이 되어 아직까지도 온 살을 찌르고 찌른다.

 내 행동은 옳았을까? 이상하게 그녀는 그때부터 옥상에 매일 올라왔고 자여히 매일 옥상에 오르던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결심했다. 내가 그녀에게 준 상처만큼은 책임지고 치료해야겠다고 자신이 저지를 일은 책임지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그런 다짐을 했다.

 

 ****

초록색 병의 담긴 액체 물은 지독한 향기만큼이나 쓰라린 독기가 목을 갉아 내려가는 것이, 마치 상처가 난 가슴을 한 번 더 긁어 내려가는 듯했다. 아픔에 익숙했기에 아파하더라도 아프지 않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구역질나는 속물을 참고 참았다.

 점점 정신이 아득해져 간다....

 “이젠 끝이야”

가짜,가짜,가짜 속고 속는다. 무엇하나 믿을 수없기에..나는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나무에 의지하며 생기 있던 푸른 잎이 빼빼마른 낙엽이 되어 의지할 곳을 잃은 듯 바람에 날리고 이내 무언가에 밟혀 부서지듯이 내 몸도 으스러지겠지..철조망은 가시가 되어 내 손바닥을 뚫는다..아프다, 아프지 않다 아픈게 어떤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밟히고 찢기고..어디선가 덜컹거리는 소리가났다..조급히 철조망에 발을 옮기자 날카로운 쇳날에 살이 찢어져 그 속에 숨어있던 눈물이 핏방울이 되어 대신 울어준다..

 그때서야 봤다. 누군가가 나를 멀어지는 지옥과 지옥으로 다시 잡아당기는 팽팽한 줄이 손과 발을 잡는다. 눈을 감고 소리쳤다 ‘오지마!!’‘오지마!!!’ 처절한 비명의 소리와 함께 딱딱한 땅이 느껴진다. 눈을 떠보니 어떤 남자아이가 주저앉아 떨고 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자니 마음이 아파 울고 토하고 울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이곳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선다. 까맣게 타버린 마음이 하늘을 보면 하얗게 구름이 되기도 하고 아찔한 땅을 보면 다시 까만 재가 되어 슬픔을 억누른다.


요즘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옥상에 서서 하늘과 땅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노을이 지고 있다는 것과 나를 구해줬던 녀석이 와서 먹을 것을 주는 것 그리고 해가지면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는 것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그 밖의 것은 보이지도 않고 생각나지도 않는다.




*****

“어떤 빵 좋아하는 데? 음..만약 맛이 없는 빵을 사오면 얼굴이 일그러질 까봐 두려워서 그래” 이번에도 대답을 안 할 거라고 침묵을 기다리며 습관처럼 말했지만 뜻밖이었다.

“시멘트 냄새나는 곳에는 시멘트 맛만 나고 노을빛이 나는 곳에서 먹으면 노을 맛이 나니깐 그런 건 상관없어” 라는 소리가 쥐구멍에서 들리는 쥐소리처럼 웅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드디어 말을 거는 구나!’ 반가운 기색에 여러 질문을 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매번 알 수 없는 문장으로 말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23층에 살지?’ 라고 말하면

“문은 차가우니깐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을 뿐이야” 라는 이상한 말을 했다.


혹시 그녀는 그 때의 충격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것은 아닐련지..

하지만 조금은 내 관심에 대답해 주어서 다행이다.

*****

“여기 왜 매일 올라오는 거야?”

“생과사의 경계의 중심에 서있자면 무언가가 설레는 거 같아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몰랐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떠들어댔고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 나고 그 때마다 내 대답도 묘해져 갔다.


사람들이 기어가라고 하면 기어갔고 벗으라면 벗었다.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움직였고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주었으며 주인의 말에 절대복종하라는 명령이 뇌에 새겨졌다. 내가 누군지 알기도 전에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수십 번도 게걸스럽게 웃으며 안았다.

내가 의지 할 수 있었던 사람, 나를 낳고 나를 키웠던 사람은 나를 누군가에게 팔았다.

그 때부터 치욕과 복종은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수십의 알약이 기억을 갉아먹었다.

그러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이 아파트에 오게 되었다. 그곳이나 이곳이나 내가 할 일은 인형처럼 앉아있거나 누워서 놀잇감이 되는 것

 어느 날 서랍에서 날카로운 쇳조각을 찾았다. ‘옥상’이라 적힌 날카로운 쇠는 타락한 나를 맞이해줄 마지막 공간처럼 느껴졌다.


“이젠 끝이야”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하강하는 인생의 끈은 내 옆에 있는 녀석의 손에 이끌려 묶여졌다.

  

 녀석은 이상한 아이였다. 나와 같은 나이 혹은 그보다 어려 보이는데도 어째서 나와 다른 인상을 가졌을까? 생각해보니 녀석의 말에서 꽃냄새가 났다. 언제였던가, 꽃향기를 맡으며 아름다움을 알고 행복감을 느꼈을 때가. 꽃냄새를 맡으면 정신이 맑아질 거라고 어느 꽃집 주인이 말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빼앗기 기전 분명 나는 웃음을 누군가에게 주곤 했다.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입을 다물기 전에도 냇물이 흐리는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감동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곤 했었는데.....

  

“네 말은 꽃냄새가 나”

“으응?”

깜짝 놀라며 얼떨결의 대답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꽃향기를 맡아서 좋았다. 아득하기만 했던 삶의 구멍도, 멀어져만 가는 삶의 의욕도 옥상의 꽃의 향기는 검은 매연도 정화시켜 주나 보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어둡게 감쳐졌던 숨겨진 상자의 뮤직 박스에서 익숙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밝고 투명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자’


2. 아래


****

이제 그녀는 오지 않는다. 이상한 말만 하고, 마지막으로 웃어주었던 그녀의 얼굴을 생각하자면 안심이 된다. 그녀가 옥상에 오지 않았던 첫날 화분하나가 놓여 있었다. ‘수선화 씨앗을 뿌렸어, 잘 키워 그리고 안녕’ 이라는 쪽지를 화분 아래에 함께 껴 두었는데....

 다행이 수선화는 잘 자란다. 옥상에는 이제 시멘트 냄새뿐만 아니라 꽃 냄새도 작게나마 난다.

 어디선가 듣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말했다.

 “오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와”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눈부시게 비치는 노을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를 본다.

vlvlvl
vlvl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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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패의 추억

 별수 없이 이곳저곳을 정체 없이 돌아다니다가 주황색 빛이 한 물체에 반사되어  내 눈을 어루만진다. 약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그곳에 다가간 나는 둥근 쇳조각에 여러 마리의 말이 그려있는 물체를 보았다. 「…구리쇠로 만든 둥근 패에 연호·연월일과 ‘상서원인(尙瑞院印)’이라 새기고, 한 쪽 면에는 말을 새겼는데, 말의 수가 1마리부터 10마리까지 여러 종류가 있어 급마규정(給馬規定)에 따라 지급하였다. 또한 암행어사에게 지급된 마패는 어사가 인장 대용으로 사용하였고  어사는 창백한 얼굴의 악의 관리 앞에서 그 악의 행위에 합당한 벌을 내리며 말이다. 그렇게 마패를 보며 고전소설에 이어지는 기나긴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언제부턴가 와 있던, 내 동갑으로 보이는 여자애둘이 서로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생각해봐 변사또는 한 고을의 최고 높은 자이고 당연히 돈도 많았겠지? 평생 동안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잖아? 어쩌면 이몽룡이 보다 잘 생겼을 수도 있고 말이야 " "……듣고 보니 그러네 사랑이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두남자애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도 동갑 또래였을까 생각하며 혼란스러운 머리를 뒤로한 채 유리벽에 가까이서 마패를 보는 척했다. "그래 바로 그 점이 문제라는 거야. 이몽룡은 암행어사인데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 보다 사랑을 우선시 하고 있잖아? 또 신분적으로 봤을때, 춘향이는 신분이 미천해서 아픔을 당해야 했고, 몽룡이는 신분이 높아서 성공했다. 라고도 해석 할 수 있잖아 물론  소설이면서도 말이지만.." 무엇 때문에 그 꼬마가 그런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구원의 말이였다. …….유리벽에 그려있는 뿌연 손자국들은 힘 있게 걸어가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 vlvlvl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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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lvl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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