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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프시코

  • 작성자 라이리
  • 작성일 2011-09-09
  • 조회수 1,167

책 쓰는 프시코

그녀와 대판 싸우고 난 후, 나는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다. ‘징역 20년 세상 사육기’ 라는 다소 살벌 또는 칙칙한 제목이었다. 주인공은 키가 작은ㅡ이라 해봐야 나보다 3cm 작은ㅡ탐정이다. 그에겐 항상 곁을 쫓아다니며 수사를 방해하거나 돕는 네 살 연하의 애인이 있다. 여기서 아이러니컬한 작가의 사이코 기질이 독자를 쥐었다 피고 내팽겨 치기 시작한다. 물 흠뻑 먹은 스펀지가 된 독자는 다분히 취향 독특한 이 작가의 트릭에 몸 둘 바를 모르며 물을 죄악처럼 뿜어내게 된다.

그녀는 인상적이었다. 이것, 내가 대판 싸웠다는 그녀가 아니다. 그러니까 ‘징역 20년 세상 사육기’에 나오는 험상궂고 키 작고 깡마른 주인공의 피앙세 그녀를 일컫는 것이다. 무릇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그게 무슨 책이던 간에 아무튼 책 속 인물을 쳐다보고, 때론 그들을 욕하고, 질투하며, 호감을 갖게 된다. 여기서 내가 이질감을 느낀 게 하나 있는데, 바로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는 거다. 이것도, 싸우고 모르는 척 하는 그녀, 아니다. 말이 어눌해 대화보단 속필로 수사를 끌어가는 악취미 탐정의 반쪽인 그녀 말이다. 책 첫 장을 더듬는 순간 나는 칫솔 맡에 놓인 물 먹은 스펀지가 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사이코 작가의 트릭대로였다. 나는 책을 읽었고 작가는 이런 날 알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홀로 지문을 채취하는 탐정의 뒤에 낯선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머리카락 한 올을 마저 넣으니 뒤쪽에서 문이 쾅, 닫혔다. 인기척이 서서히 스며든다. 나는, 흡사 칫솔을 집으려다 더러운 스펀지에 손이 닿아 흠칫 몸을 움츠리는 사람마냥 조마조마,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꼴깍. 탐정과 내가 침을

꼴깍. 아뿔싸.

기어코 인기척이 그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여기서 뭐해, 센!”

아뿔싸, 그녀다. 날이 선 눈으로 뒤를 곁눈질하던 탐정 센도, 나처럼 비로소 손에 닿은 스펀지가 깨끗한 스펀지임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 너야말로 이런 곳에 왜 왔냐고, 그가 그녀에게 물으려 했지만 그전에

나는 책을 덮었다. 어딘가에서 이런 내 얼빠진 모습을 상상하며 키득대고 있을 사이코 작가의 낯짝이 떠올라서.

라는 그럴싸한 이유도 있지만, 배가 고파서 서점을 나온 것이다. 파란 하늘 덧없이 꼬리치는 구름을 보고 있자니 방금 읽은 책 따위야 아침에 꾼 꿈만큼이나 꼬리가 짧다. 그래도 남는 건 그녀였다. 가슴 졸이며 긴박한 순간을 예의주시하며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독자들에게, 사실 그 긴박함의 원흉은 바로 나에요, 라며 주인공과 독자의 뒤에서 나타나는 그 모습이란ㅡ세상 사육기가 아니라 독자 사육기가 아닐까 염려스러울 만큼 당차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것이었다. 순두부찌개 집에 들어가 찌개를 먹었다.

앙칼진 보글보글 소리를 들으며 신문을 집어 들었다. 코스피가 내려가고, 기아가 4연패 수렁에 빠졌고, 여자축구는 북한에게 패배함으로서 런던 올림픽과는 멀어졌고, 열아홉 풋풋한 여고생이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 여파로 문학사상이 그 어린 문예생에게 돈을 주고 책을 출판하기에 이렀고, 베스트셀러 ‘징역 20년 세상 사육기’가 한국 도서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으며, 하지만 여전히 저자에 대한 정보는 그 누구도 모르고, 다만 출판사에서 ‘그녀는 자신에 대한 말을 일절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라고 하여 본의 아니게 저자가 여자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내일 신문은 쉽니다. 어느덧 스펀지처럼 불어 오른 순두부가 김을 토해내고 있었다.

사실, ‘징역 20년 세상 사육기’는, 자신이 속한 추리 장르의 기준으로 견주어 볼 때, 90년대 일본 경제만큼의 버블 낀 대우를 받고 있는 글이었다. 상황의 긴박함과 스릴러적인 면은 일류지만 추리의 트릭과 현실성은 B급 추리소설에도 못 미친다는 평론들이 줄을 이었다. 아무래도 여성이 쓴 글이다 보니 무게감이 떨어진다, 라는 한 의견에는 무려 오천 개의 댓글이 갑론을박. 예능에 출연한 개그맨 김씨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발언을 하여 화제, 일약 인기검색어 탑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다만 문제는 그 ‘사랑하는 사람’ 이 ‘징역 20년 세상 사육기’의 히로인 ‘아이덴’이라는 점. 더 문제될 건 없지만 그래도 그 외의 문제를 굳이 논해보자면, 개그를 이해하지 못한 기자들이 개그맨 김씨와 ‘아이덴’의 관계를 연인으로 기사화했다는 것 정도. 20세기에 홈즈와 왓슨이 있었다면 21세기는 센과 아이덴이다, 라는 다소 극단적인 멘트가 수백 수천의 사람의 입에서 수천 수만의 머리로 왕복운동을 해댔다.

그리고 그 말은 내게 하나의 신앙처럼 여겨지게 된다.

식당을 나오니 골목이다. 거기서 벽보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그녈 만났다. 내가 다가가니 곧 몸을 휙 돌려 도도하게 걸어간다. 조심스레 그 뒤를 따랐다. 고대 그리스 신전 기둥이 섬세하게 세공되어 있는 흰 식당에 다다라서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밥 먹을 거?”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 주문한 밥이, 나온 그대로의 모습으로 잔반통에 뛰어들 게 뻔하다. 책을 사서 보면 될 것을 왜 서점에서 읽느냐고 그녀가 핀잔을 준 적이 있다. 그래, 나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던 것이다. 밥 먹어라, 일어나라, 가방 싸라, 공부해라, 학원 가라, 학교 가라, 방 좀 치워라, 게임 그만 해라, 뭐다 뭐다. 물론 이것, 구 년 전에나 엄마한테 들었던 소리. 그녀의 핀잔도 물론, 따지고 보면 밥 먹어라, 일어나라, 가방 싸라 등등에 견주어볼 때 전혀 뒤쳐짐 없는 고강도의 제품이다. 하지만 역시 엄마는 여자가 아니었나봐. 그녀의 잔소리라면 아무렴 좋다는 식으로 나는 씩 웃고 먼 산, 대신 먼 하늘만 봤다. 쥐어짜면 물 나올 듯 구름이 빵빵했다. 사이코 작가가 저걸 봤다면 분명 자기 책을 읽어준 독자인 줄 알고는 온 몸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겠다. 물론 진짜 그럴지는 탐정 센도 모른다. 밥 시켜놓고 왜 먹질 않냐고, 묻지도 않는다. 따지지도 않는다. 가입하면 진짜 돈 조금만 내도 될 것 같은 도도한 걸음으로 그녀는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하고, 나가버렸다. 종업원이 내준 밥상을 그저 보다가, 나도 나가려는데, 주인이 말하기를, 손님 식사는 계산 안 하시던데요, 랜다. 몸을 뒤적여 돈을 찾아봤다. 이것, 내가 내 몸 더듬는다.

카드 잔액 문제로 그녀와 싸웠다. 앙금은 쉬이 녹지 않고 벌써 한 달째.

“나도 당신만할 적엔, 여행을 꿈꿨다오.”

굵직한 손가락을 넣어 휘휘 젓던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킨다. 안주로 내온 파전도 벌써 세 접시 째. 위암을 이겨낸 후로 이 남자는 많이 먹으면서 산다. 거하게 트림하고 말을 잇는다. 속 편하고 눈 즐거운 여행을 말하는 게 아니오. 저 오지 아프리카로 가서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돋아주는 것. 그게 젊은 시절 내 무수히 많은 계획들 중의 하나였다네.

물론 그건 꿈일 뿐이었어, 하고 다시 술을 붓는다. 나는 저려오는 다리를 자꾸만 문지르며ㅡ막걸리 잔에 부유하는 거품 덩어리와 카드 잔액만큼 성장한 나와 그녀 사이의 앙금을 크기 비교 해본다. 그러다가 말을 시작하면 다시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끄덕. 술집 주인은 아예 카운터에 뻗어 있다. 긴 밤이다. 긴 밤만큼이나 칙칙한 표정으로 이 남자, 말한다. 가정이 생긴 게야. 당신, 젊지만 이해하겠지. 아이와 아내가 등장한 남자의 생애는 자유로울 수가 없어. 지금껏 누려온 내 자유가 실은 불법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늦게나마 벌을 받고 있다, 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 없을 만큼, 그래, 품어온 꿈들을 하나하나 방생해가고 있는 것이 나야. 나. 그는 항상 그렇게 봤다. 세상을, 믹서에 넣고 버튼을 누르니, 어라, 콘센트가 없다. 그러면 이제 그는 전선이 있어야 할 믹서 뒤꽁무니를 멍하니 보다가,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푹 한숨. 내쉰다, 그래. 분명 나는 믹서를 할 준비를, 마쳤는데 여건이 나를 버리는 구나 푹, 한숨. 식은땀이 맺힐 때까지 그는 고뇌한다. 그런 사상을 가진 그였다. 그런 사람 말 듣고 있는 나였다. 젊을 때 잘 해줘, 그래야 나중에 후회 안 하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비틀대는 그 대신 술을 따라 건넸다. 잔을 비우려다 말고 그대로 픽 옆으로 쓰러져버린다. 탐정 센의 라이벌 형사이자 사건의 진범인 아날케 역시, 설익은 흰 머리에 식은땀을 뻘뻘 흘려대는 중년 남자였다. 수사를 동행하는 내내 아날케는 센에게 푸념을 늘어놓곤 한다. 자식이 말을 듣지 않는다, 권태기가 온 것 같다, 젊은 게 참 좋은 거다 늙어선 하고 싶은 것도 다 안 되더라, 그러니까 넌 젊을 때 일 그만 두고 놀아라. 하는 소리를 잘도 말한다. 이것, 조금 핀트 어긋난 말인데, 이 남자도 아날케다. 어디선가 사이코 작가가 글을 쓰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그를 버려두고 술집을 나왔다. 찬바람 솔솔 부는 밤이다. 어찌나 찬지 아이덴에게 뺨을 맞은 것처럼 오한에 몸이 떨린다. 다시 골목이 나왔고, 그녀. 며칠 전 대판 싸웠던 그녀가 여전히 벽보를 주시하고 있다. 거기서 뭐해?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 계절을 찾고 있어. 어라. 계절? 내가 되물었다.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며칠 전에. <어디서>라는 의문사가 <언제>로 바뀐 순간. 나는 퍼뜩 생각난 듯 그녈 끌고 내 자취방으로 갔다. 가서, 이불을 펴고 베개를 베고 누웠다. 인형 안듯 그녀를 끌어안고 가만히 머릴 쓰다듬어줬다. 밤에서, 골목을 한참 지나, 익숙한 대로에 들어서고, 거기서 또 다른 골목에 접어들고, 기어코 내 원룸에 다다를 때 까지, 그녀는 독약 삼킨 센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아이덴이 되어있었다. 물론 나는 독약을 삼키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헛된 걱정을 하고 있는 거였다.

“자기, 향수 바꿨어?”

그녀가 물었다. 대답 대신 난 좀 더 부드럽게 머릴 쓰다듬었다. 이불 위로 고개만 빼꼼 내민 모습을 보고 있자니ㅡ징역 20년 형을 선고 받은 느낌이었다. 자, 이제 세상만 사육하면 되나? 라고 물으려다 나는 말했다.

“그 전에 우리, 해결할 문제가 있지.”

나는 고갤 끄덕였다. 그녀도 끄덕 끄덕. 그것은

음메,

했던 것 같다. 그녀 뒤에, 그러니까 내 앞에서 그런 소리가 났다. 귀찮게 됐네. 중얼거리고 난 이불을 걷어찼다. 거북이 세 마리가, 웬 종이를 씹어 먹으면서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음메, 라곤 하지만 이것, 딱 ‘음메’라고 지칭하기도 망설여지는 울음소리다. 그녀는 아쉬운 맘을 감추지 못하고 쀼루퉁해져서는 이불로 머리를 폭 적셨다. 너는 심해 속을 파고드는 스쿠버 다이버. 나는 바다 물결을 거슬러 올라 육지의 거북이와 아이컨텍트.

그래서 나는, 이 지상으로의 첫 걸음을 내딛은 세 마리 거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일단, 울음이 독특하다. 참신하다. 거북이 우는 건지 종이가 우는 건지는 모르겠다. 느으리잇, 거북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가정이 생긴 녀석일까? 나는 고갤 갸웃거렸고, 녀석들은 우물우물, 종이를 씹으면서도 주기적으로 음메, 했다. 주기적으로ㅡ하나의 생각이 맴돌았다. 문도 안 닫고 다니냐! 라고 외치고 싶어졌을 만큼, 뭔가 아리송한 것이 자꾸만 머릴 들락날락. 그리고 세 마리의 거북이가 동시에 음메를 외친 그 순간,

그래, 이건 아날케 짓이야.

하고 손을 딱 쳤다. 사이코 작가가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싶었지만, 아니 그 전에.

“깜빡 잠들었는데 박수 소리에 깼잖아. 음메.”

하고 눈을 비비는 그녀가, 눈을 비비고 나를 보고 있었다.

거북이는ㅡ그러니까 반년 전 지인에게 받은 애완용이다. 어떻게 나와서 바닥을 기고 있는지, 또 왜 종이를 씹어 먹고 있는지, 마침내 어째서 염소 소릴 내는 건지ㅡ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기르던 거북이들인 것이다. 거북 트리오는, 초록 곰팡이라도 핀 듯 어중간한 초록빛을 띠는 몸으로 황토색 장판을 기고 있었다. 보호색으로 변색하다 만 카멜레온마냥 가끔 누런 반점도 몸에 붙어 있다. 물론 그런 멍청한 카멜레온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있다 해도 보기 힘들겠다. 대개 이 세상의 별종은, 저기 FBI나, 버뮤다 삼각지대나, 또는 사이코 작가, 아니면 아이덴, 그녀가 모조리 가져가 버릴 것이 뻔하므로. 어쩌면 그들이 있기에ㅡ유별난 별종을 감싸 안는 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지구가 돌아가는 것일지도. 또 아는가. 멍청한 카멜레온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게 싫어서 지구가 자전을 멈출 지.

그런 별종들만큼이나 별난 그녀, 아이덴은 그날도 뭔가 없을까 하고 탐정 센의 집을 찾는다. 그리고, 기어코. 그녀는 센의 집에서 염소 울음소릴 내는 거북이를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종이를 씹고 있는 초록 곰팡이. 닌자 거북이가 아닐까, 해서 그녀는 조심스레 거북이를 손에 든다. 드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교활한 웃음소리.

“크하하, 마음에 들어. 암, 그래야지. 세상의 모든 독특함은 사랑을 받아야지. 그렇고말고, 크하!”

그래서 그녀는 순간 그 웃음도 손에 들어 올릴 뻔했다. 뭔가 단단한 것을 가득ㅡ믹서에 넣고 돌리는 소리, 같은 웃음 소리였으므로. 하지만 곧 아이덴은 거북이를 품에 안고 뒷걸음질 친다.

“당신이 여길 어떻게?”

“크하! 아쉽게 됐어. 체크메이트일 줄 알았는데, 퀸이로군.”

뭐 그래도 아무렴 좋아. 퀸이 사라지면 왕 또한 스스로 무너질 터이니!

“도통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군요. 센은 어디 있죠?”

여기서 나는 다시금, ‘징역 20년 세상 사육기’ 작가가 사이코라는 결론을 절실히 깨달았다. 악마 같으니라고.

아날케가 말했다. “거북이 안엔 폭탄이 들었지. 주기적으로 염소소릴 내는 장치도 있고 말야. 맙소사. 그 장치 약이 다 닳으면 폭탄이 터져버리지. 섣불리 거북이 배를 가를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무척이나 예민한 놈이라 조금만 흔들어도 터지거든. 빵! 괜히 거북이를 택한 게 아냐, 크하하!”

내 사랑, 아이덴은 마른 침을 삼킨다. 그녀가 조금만 더 낙천적이었다면 분명, 이 상황도 별종이라며 즐겼겠으나ㅡ나는 잘 안다. 그녀는 생각보다 여리고 보이는 것보다 겁이 많다. 고작 카드 잔액 문제로도 쉬이 상처받고 넘어지는 가엾은 연인. 꽉 쥐면 물을 뿜어낼 것만 같은 곱디고운 스펀지처럼ㅡ아이덴은 조심스레 거북이를 쓰다듬었다. 나는 잘 안다. 살다보면 삶은, 거북이처럼 유연해져야만 할 때도 있다. 알을 품어야 할 때도 있다. 거북이이면서 염소 울음소릴 내야할 때도 있는 것이다. 살다보면, 그러다 보면, 가끔은 알 수 없는 폭탄을 삼키기도 하는 것이다.

우습게도 후에 아날케는, 거북이에게 물려 죽는다.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본다면, 그런 죽음은 비웃거나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예술인 것이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처럼, 죽어버린 아날케는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게 된다. 물론 릴케가 죽은 진짜 이유가 백혈병의 악화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죽음 따위야 언더 데스일 뿐이라고ㅡ말할 테다. 사실 살다보면, 폭탄을 삼키고도 그걸 배설해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폭탄을 삼킨 거북이는 작디작은 몸속에서 작디작게 움직이는 세포와 위장의 산물로서 염소소리를 내는 장치를 뿜어내게 된다. 엄지손톱만한 작은 장치였는데, 어떻게 그게 거북이 몸에서 온전하게 남아 있었는지는 사이코 작가마저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독자들과 나는 홀로 새벽을 지새우며ㅡ과연 릴케도 가시를 몸속에서 꺼내었는가에 대한 깊은 상념에 다이빙을 했다. 갑갑한 이불만큼 답답한 해저였다. 저만치서 아이덴이 보였다. 나는 가죽 모자와 갈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셜록 홈즈가 입고 다녔을 법한 그런 복장이었는데, 아이덴이 나를 부르는 순간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마침내, 깨닫게 된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순두부찌개 속 거품처럼 내 입에선 형용할 수 없는 숨결이 물살을 가르고 수면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말풍선처럼. 내가 채우려 했는데, 말풍선엔 그녀의 말이 적혀 있었다.

“센, 이번엔 수영인 거야?”

일어나니 머리가 아프다. 동선을 대강 보니, 자는 도중 몸을 뒤척이다 뒤통수를 벽에 박아버린 것 같다. 인상 쓰며 일어나려는데 팔이 무겁다. 스프링처럼 손가락이 퉁퉁 울린다. 그녀가 내 팔에 머리를 벤 채 잠들어 있다. 잠깐 흠칫. 이불을 조심스레 걷어본다. 다행이다. 아무 일, 없었다. 머리를 긁고 나는 다시 누웠다. 저만치 올라간 베개를 다시 머리 아래로. 아무 일도 없었다. 살다보면,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게 아무 일이 있는 것처럼 기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사이코, 사이코 하며 놀려댔던 작가에게 미안해질 만큼 나는 ‘징역 20년 세상 사육기’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있었다. 미안했으므로ㅡ출판사에 전화를 건다. 뚜르르르. 다섯 번 울리고 누군가가 받았다. 문학방 입니다. 네, 징역 20년 세상 사육기를 재미있게 읽은 한 독자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네, 말하겠습니다, 저자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그건, 조금 곤란합니다, 저희로써도 아는 것이 거의 없고, 뭣보다 당사자가 자신을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거든요. 아, 그럼 전혀 방법이 없는 건가요? 네, 그렇다고 보시면 돼요, 유감스럽게도. 아닙니다, 네, 그렇지만, 뭔가 힌트가 될 만한 것도 전혀 얻을 수 없을까요? 글쎄요, 힌트라뇨? 그러니까 이를테면, 저자가 거북이를 들고 다녔다거나. 거북이요? 네, 손바닥에 폭 가려지는 작은 거북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음메 하고 우는 이상한 거북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음메 하고 우는 이상한 거북이를 말하는 겁니다. 혹시, 작가분이 어디 계시는지, 아니 신원이라도 알고 계시는 게 있습니까? 어라, 그건 제가 물어보려던 거잖습니까. 아뇨, 그쪽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저자님은 어디 계시죠?

라고 묻기에, 나는 대답했다.

“그래, 이건 아날케 짓이야.”

다시 술집엘 갔다. 그날 밤에 잠들어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건지, 그는 여전히 술에 취한 채 잠을 자고 있었다. 아뿔싸, 술집 주인도 여전히. 조심스레 그를 깨워본다. 이봐요 아날케, 당신이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예요? 하지만 결국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어디 콘센트 없나, 콘센트? 그의 뒤를 서성이며 등에 한줄 전선이 돋아나 있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찾았다. 오른쪽 옆구리 부근, 정확히 말하자면 골반 위 살덩이에. 이봐요 아날케, 죽은 거예요? 나 참. 거북이에게 물려서? 당신은 릴케가 아닌데, 사이코 작가가 만들어낸 악역인데. 이 무대의 진범, 그래.

“아빠는, 가끔 보면 아날케 같아.”

그녀ㅡ카드 잔액 문제로 나와 대판 싸웠던, 그리고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내 팔에 머리를 묻고 잠들어있던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이해 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많이 외로우셨을 거야, 우리 아빠.”

밤이 차다.

“그리고, 있지.”

밤공기 사이로 두 개의 원이 나를 핥는다. 다시 한 번,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있다.

“미안해.”

입이 마르고 땀이 삐질 난다. 수분을 빼앗겨가는, 말라가는 한 조각의 스펀지. 그 사이를 비집고 마리아나 해구로, 해구로 스며드는 세상 사육기. 살아보면 세상은 한 편의 추리극. 또는 사랑도, 탐정도, 아이덴도, 아날케도, 사이코 작가도, 징역 20년도, 거북이도,

이 세상의 별종들은 하나같이 전부

책 쓰는 프시코(psycho).

삼 년이 흘렀다.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거북이도 다시 물속을 헤엄치고 있다. 여전히 그녀는 글을 쓰고, 나는 글을 읽는다. 아날케, 아니, 그녀의 아버지는 치료를 병행중이다. 몸도 마음도 술이 아니면 평범해질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 서서히ㅡ별종이 되어간다. 무릇 모든 것이 유별날 때에야 모든 것이 평범한 것이다.

아이덴을 사랑하게 되었으므로, 나는 앞으로도 아이덴을 사랑할 것이다. 이것, ‘징역 20년 세상 사육기’ 속의 아이덴이다.

그러므로

저기, 서점 앞에서 센을 기다리는 그녀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미안. 차가 막혔어.

거짓말.

미안. 사실이야.

거짓말.

에이, 거짓말.

-.

라이리
라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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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해발 베이스캠프(EBC. 5,364m)에서 내려온 뒤로도 나는 이틀을 고산병에 시달려야 했다. 내려오는 내내 셰르파는 이런 손님쯤이야 얼마든지 봐왔다는 듯 그저 동정 어린 눈빛만을 내게 보냈다. 산장에 도착해 그는 몇 가지 질문으로 내 몸 상태를 체크했고, 그때마다 나는 탁탁 맞물리는 턱을 가까스로 멈추어 고개만 끄덕여주었다. 머리가 띵하고 속이 메스꺼웠다. 하지만 고지대에서 머무는 것이 더 위험할 것이라는 셰르파의 말에, 나는 잠깐 쉴 틈도 없이 부랴부랴 짐을 챙겨 하산 준비를 했다. 한파가 입술을 태우고 칼바람에 얼어붙은 콧물이 눈과 뒤섞여 입수염에 달라붙기를 며칠. 마침내 우리는 마음 놓고 몸을 녹일 수 있을 만한 호텔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호텔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다. 해서 나는 새파랗게 변하진 않았을까 싶을 만큼 차가운 몸을 이끌고 배정된 방을 찾기 위해 인파 속을 헤매야만 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짐을 아무데나 내던지고 침대로 파고들었다. 언 몸이 녹아내리는 느낌에 스르르 눈이 감겼다. 지끈대는 머리를 짓누르며 결국 채 가시지 않은 고산병 징후에 몸을 뒤척이다가 이른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것은 늦은 점심 무렵이었다. 식당에 나가보니 이미 한바탕 거사를 치른 종업원들이 느긋하게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나는 밖이 잘 보이는 창가 테이블로 가 스튜를 주문했다. 발 빠른 종업원은 성가시다는 표정 하나 없이 목례하고 카운터로 걸어 가버렸다. 느지막이 일어나 식당으로 들어서는 사람이 몇 보였지만 마실 것을 주문할 뿐 식사를 하려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식당은 여전히 한적했고 나는 밤새 눌렸던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잠깐 이 트레킹 여정을 돌아보았다. 카트만두에 최초로 발을 디딘 건 일 월 무렵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일 년 쯤 지난 때였고, 이때가 아니면 언제 혼자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 몰라 나는 과감하게 네팔 행 비행기를 잡아탔다. 여권 절차를 마치고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들까지 사고 나니 어느덧 출발 날짜가 가까워져있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싱글 투어였으나, 히말라야 상공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도 설산의 투명한 위엄보다는 얼어붙은 콧잔등의 서리를 털어내는 셰르파며 야크 따위에 마음이 사로잡혀 있었다. 결국 가보지 못한 곳에는 두려움보단 호기심이 앞서는 사람인 것이다. 타멜 거리에서 여행객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뜨거운 국물을 들이킬 때까지도, 나는 해발 오천 여 미터에 선 채 땀을 닦아내는 트레커의 모습만을 머리에 내세우게 된다. 어느덧 테이블엔 스튜가 놓여있었다. 땡큐라고 간단히 예를 표하려 고개를 들었다. “합석해도 될까?” 눈에 들어온 건 종업원이 아닌 한 여성이었다. 트레킹을 하면서 영어만큼이나 한국어를 많이 들을 수 있었지만 그녀만큼이나 매력적으로 한국어를 구사한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내 맞은편 의자를 빼 앉더니 곧 턱을 두 손에 괴고는 날 구경했다. “참 춥다, 그치?” 그 말에 퍽 웃음이 나올 뻔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히말라야에서 남에게 춥다는 것에 동의를

  • 라이리
  • 2011-12-25
우리 모두 담요

콩, 콩, 콩!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났던 것 같다. 어디지? 눈을 비비고 몸을 일으켜 본다. 잠깐, 내 머리가 콩, 울렸다. “네 시간 십칠 분. 잘 자고 일어났어?” 게슴츠레 뜬 눈으로 그녈 본다. 그녀ㅡ라곤 하지만 사실은 내가 그녀ㅡ라고 불려야 되는 것 같다. 아무튼 털털한 <그녀>다. “그런 것 같습니다만.” 입을 다시며 난 대답했다. 그리고 일어서려는데 “동작 스톱!” 하고 내 어깨를 눌러 앉힌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가부좌를 틀고 다시 앉아버렸다. “이 시간에 내가 왜 왔는지 궁금하지 않아?” “……글쎄요.” 궁금하고 자시고 몇 시인지 모르니 그저 혼란스러울 뿐. 베개 맡에 죽어있는 폰을 집어 들었다. 홀드를 풀고, A.M. 4:12. 뭐야? “너한테도 중요하고 나한테도 중요한 꿀 같은 수면 시간이야. 이 누나가 왜 왔는지, 정말 안 궁금한 거야?” 그러고는 응? 응? 하면서 고개를 들이민다. 몸을 뒤로 젖혀 피해본다. 술 냄새가 지독하다. 이 여자, 정말! “또 어디서 뒹굴다가 온 거에요!” 소리쳐봤지만 그저 헤헤, 웃으면서 내 몸이 기대려고만 한다. 냄새도 냄새지만 이 어색한 스킨십은 도대체가. “우리 귀여운 꼬맹이 보러 왔지이이!” 팔을 뻗어 내 볼을 잡고는, 그야말로 미친 듯이 흔들어댄다. 지금 나 꿈꾸는 건가? 그리고 아침이 왔다. 대개 술과 가까이 하게 되면 잠이 깨기 마련인 나는 술에 약하다. 냄새만 맡아도 정신이 번쩍 드는 특이 체질. 그런데 어째선지 아까는 술 냄샐 맡고도 잠이 깨질 않았다. 비몽사몽, 어떻게 졸다보니 아침이 된 것이다. 술에게 배신당한 기분. 그런 느낌으로 팔을 뻗었다. A.M. 6:43. 오늘따라 더더욱, AM의 A가 뒤집힌 웃는 입처럼 보인다. 그리고……내 팔을 베고 잠에 든 그녀가 보였다. 어렴풋이, 흡사 어릴 적 기억처럼 그렇게 희미하게……뭐야? 이 여자가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저어, 저기요?” 콕, 콕, 손을 세워 찔러본다. 아니나 다를까, 반응 없다. “이러면 제가 곤란해 져요! 빨리 일어나!” 안간힘을 써서 그녈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잠깐 실눈을 뜨고 날 보더니 그 뿐. 도로 누워버린다. “누나!” “으음, 그래. 무엇 때문에 그리 애타게 나를 찾는가 동생?” 이불에 머리를 파묻고는 비비적댄다. 그러다가 쏙 고개를 들고는 머리를 긁적, 딴청을 부리고 있다. 밖에선 저렇게 사람 모습을 하고 다니다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나무늘보로 변해버리는 게 아닐까. “머리는 안 아프시고?” 벽에 바싹 붙어 앉은 채 내가 물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새벽에처럼 또 덮칠지도 몰라. “머리? 아, 그러고 보니 아프다.&rdqu

  • 라이리
  • 2011-09-15
그런 기억

그런 기억       “세연 씨는 그런 기억 없어요?” 나는 그녀를 내려다본다. 뭐가 그리 걱정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작게 걸음을 내딛는 그녀를. “네, 네? 어, 어떤 기억, 말씀이신지…….” 급히 고개를 들어 그녀도 나를 본다. 이것 참. 이래서야 데이트가 아니라 산책이잖아. 나도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어 본다. “초등학교 여름방학. 개학을 딱 하루 앞두고 아이들과 모여 밀린 숙제를 땀 뻘뻘 흘리며 마무리 짓는 것처럼, 뭔가 마음 깊은 곳부터 다급함이 밀려오는 추억.” 천천히 걷는다, 그녀의 발에 맞추어. 그러다가 흘긋 그녀를 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긴 그녀를. “글쎄요, 그게 어떤 느낌인지…….” 말이 좀 길었나? 나는 내가 뱉은 말을 곰곰이 되짚어 본다. 마음 깊은 곳부터 다급함이 밀려오는 추억……. 그래서 나도 대답했다. “그러게요, 이게 무슨 기분이지?” - 언제의 이야기를 꺼내야 좋을까? 아니, 기억을 더듬는 데엔 적당한 때가 없다. 그래서 때는 초등학교 4학년. 그 때 나는 시 낭송 대회를 나간 적이 있었다. 내 스스로의 선택인지 아니면 매사 열렬했던 엄마가 나를 내세운 건진 지금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됐었다. 서연이와 함께. “한 반에 한 명씩인데 참 운도 좋게 이렇게 됐네.” 볼멘소리로 서연이가 말했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운명적이다. 그 앤 반 1,2등을 다투던 애, 난 뒤에서 1,2등을 뒤치락거리던 애. 물론 그 애나 나나 워낙 한 왈가닥 하던 탓에 잘 어울려 놀곤 했지만, 어쨌든 그 애는 날 싫어하는 눈치였다. 나와 함께 나가는 것이 그녀 자신에겐 꽤나 창피한 일이라는 듯이. 도대체 뭐가 창피해야 할 것인지는 그때의 난 알지 못했다. 지금도 다는 모르겠지만. “너, 나랑 나가는 거 싫어?” 그래서 난 물었다. “당연하지, 이건 장난이 아니란 말이야!” 그만한 어린 애들이 대개 그러하듯, 그녀도 새치름하게 인상을 쓰며 내게 소리 높여 말했다. 난 영문을 몰라 머릴 긁적일 뿐 이렇다 할 반격도 못하고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집에 가는 길이었고, 나는 그 애의 위층에 살고 있었다. “오늘부터 연습해야 돼. 쿵쿵거리면 가만 안 둬?” 쏘아대는 눈빛에 나는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였다. 그런데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 애는 한참이나 나를 보더니 이내 한숨을 푹 쉬고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반찬 투정하는 애를 타이르다 지친 엄마처럼. “그래, 넌 무슨 시 할 거야?” 그래도 궁금하긴 했나보다. 물어봐 주었다는 그 자체로 기분이 들떠 나는 씩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난 말하기듣기쓰기에

  • 라이리
  • 201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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