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밥
- 작성자 강아지발바닥냄새
- 작성일 201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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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206
그 낯선 곳에는 아는 이 하나 없었다.
나 혼자 동떨어진 느낌에 주위를 슥- 살펴보지만
나에게 관심 갖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참아보자, 참아보자 했건만
아침부터 주린 배는 원하는 것을 내놓기 까지
나를 괴롭힐 게 뻔했다.
눈을 내리깔고 한 숨, 한 번 내뱉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최대한 늦게 가자.
홀로인 내 모습 누구 하나 보지않게.
텅 빈 복도에 가득찬 내 발소리 노래 벗삼아
바닥에 흘린 지폐를 찾는 듯 고개 숙이고 급식실로 향하였다.
그러다 언뜻 보인 창에 담긴 머저리 하나에 발걸음 잠시 멈추었다.
그러자 머저리는 손으로 머리를 빗고 씨익-웃어뵌다.
머저리의 행동에 피식 웃어보이고
적막해진 복도에 벗을 불러내었다.
급식실 까지의 거리는 왜 그리 짧고
급식실의 줄은 왜 그리 긴 것인지.
나 홀로 어색함에 한참을 얼굴 붉히고 발끝만 내리다
목구멍까지 치미는 설움을 꾹꾹 눌렀다.
구석.
그리고 더 구석.
밥 한 술 크게 떠
입안에 넣었는데.
그것 참 이상하지?
선생님들이 우리학교 만한 급식 먹어본 적 없다며
엄지 손가락 치켜올린 급식인데,
막 배식 받은 밥이 참 차다.
막 지었을 밥이 참 까슬까슬하다.
밥 한 술 입에 물고 설움 함께 삼키고
밥 한 술 또 물고 눈물 함께 삼켰다.
맛있기는 개뿔-
전 학교 밥이 훨씬 낫네.
밥은 왜 이렇게 짜?
연신 투덜거리며 답답해지는 눈주위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매운 코 끝 반찬삼아 나는 그렇게 배식판을 비워냈다.
분명 배가 부른데
속이 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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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발바닥냄새
- 201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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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발바닥냄새
- 2011-11-08
당신에게 저지른 죄는 무척이나 많지만 그래도 몇 개 고해성사해본다면 하나는 다른 사람과 당신을 비교하며 당신을 부끄러히 여긴 것이고, 하나는 당신의 매에 눈물 고인 눈으로 남 몰래 당신을 향해 눈 흘긴 것이고, 하나는 가끔, 당신이 보여주는 서툰 애정이 낯설어 몸을 움츠린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짧은 순간 스쳤던 그대의 거친 손이 너무나 안쓰러웠음에도 그 손을 뿌리치고 밤에 소리 죽여 베게를 적신 것은 철없는 죄인의 서툰 뉘우침이었습니다.
- 강아지발바닥냄새
-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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