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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없는 세상

  • 작성자 감귤주스
  • 작성일 2015-02-26
  • 조회수 353

오늘도 평소와 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하루하루가 쳇바퀴 돌듯이 시간이 지나가고 나는 미친 듯이 그 쳇바퀴를 돌리고 있다. 현재 나의 삶은 학교와 학원의 연속이며 나의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오직 공부뿐이다. 밤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학교 가방을 매고 있는 나를 비추고 있는 달도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돌아오는 집이지만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여니 붉으락 푸르락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는 엄마가 보인다.

“야! 이세은! 너 여기 와봐. 오늘 또 영어 선생님한테 전화 왔었어. 너 요즘 숙제 잘 안 해    간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단어 시험도, 이거 봐 120개 중에서 100개를 맞아? 실제 학교 시험 점수로 보면 거의 80점이야 80점 이게 말이 돼?”

마치 랩을 하듯이 속사포로 쏟아지는 엄마의 잔소리에 나는 당황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이렇게 할 거면 핸드폰도 2G폰으로 바꾸고 노트북도 팔아버려!”

마침내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고 나의 마음속에서 차곡차곡 쌓이던 말들이 구멍 뚫린 강둑 마냥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단어를 외우기 싫어서 그런 줄 알아? 나 그날에 그거 외우다가 3시에 잔 것도 몰라? 내가 요즘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든데 내 제일 가까이에 있는 엄마쯤은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나 방금 학원 갔다 왔어. 학교 끝나고부터 계속, 풀코스로 학원 뛰다가 이제 들어 왔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엄마한테 잔소리 듣는 내 기분을 알아? 엄마 말고도 나 힘들게 하는 거 많으니깐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엄만 날 위해서 해 주는 게 뭔데? 엄만 나에 대해서도 내 감정도 아무것도 모르잖아!”

엄마도 화가 많이 난 듯 했다.

“이 기집애가 감히 엄마한테 소리를 질러!”

나는 감정이 북받쳐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 그날 밤 나는 울면서 잠자리에 누웠다.

‘제발, 제발 누가 우리 엄마 좀 없애 주세요. 아! 그리고 그 뚱보 영어 선생님도요. 그리고 우리 담임 쌤도 없애주세요. 음…. 생각해보니 수학 학원선생님도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어른을 없애주세요’

그렇게 유치찬란하고 근거 없는 소원을 빌고 그대로 잠이 든 듯하다. 잠들기 전에 보았던 환한 불빛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그저 진심으로 내 모든 몸과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었을 뿐이었고 그저 그 때 지나가던 어린 도깨비 하나가 나의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으으으으으음….”

온몸에 나른한 햇빛을 받으며 기지개를 폈다. 하지만 그런 평온한 마음도 잠시 내가 현실을 직시한 것은 시간이 몇 초 지난 후였다

‘잠시만! 햇빛?!’

그렇다, 햇빛이 내리쬘 때 즘에 나는 학교에 가 있어야 했다. 나는 얼굴에 핏기가 가신 것도 모자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이 사건의 전말을 나에게 알려줄 이의 이름을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엄마!!!!!!”

평소라면 이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왔을 엄마가…엄마가…보이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서 나와 안방으로 갔다. 안방에는 엄마가 없었다. 주방에도 화장실에도 심지어 창고에도 엄마의 흔적은 없었다. 나는 최대한 마음을 침착하게 갖도록 노력했다.

‘에이 뭐 엄마도 어제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잠시 놀러 갔겠지.’

조금이라도 빨리 학교에 가기 위해 나는 서둘러야 했다. 나는 황급히 가방을 챙겨 학교로 갔다. 주변에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열심히 뛰어가서 도착한 학교는 평소보다 훨씬 더 부산스러워 보였다. 분명 수업종이 쳤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는 열댓 명의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최대한 무시 한 채 교실로 들어갔다. 반장인 민경이가 다른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듯 했고 결정적으로 선생님이 없었다. 그렇다. 나의 그 작은 말씨가 모든 어른들이 사라지는 불을 일으킨 것이다. 부모님이 사라진 것에 대한 반응도 아이들마다 다양했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님이 걱정된다며 흐느껴 울고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부모님의 간섭이 없으니 좋다며 PC방에 가서 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 아이들은 PC방주인도 사라졌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 하는 듯 했다. 학교 종이 울리고 학교에 앉아 놀고만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떠났다.

나는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익숙한 곳으로 발을 뻗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설마 내가 소원을 빌어서? 그럴 리 없었다. 그건 매우 비현실적이었다. 어느 새 나는 학원이 많은 도심 상가 건물들 사이에 홀로 서 있었다. 눈앞에 ‘백점수학’이라는 문구가 쓰인 간판이 있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문이 잠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제야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분주하던 맛집의 문이 닫혀 있다. 왁자지껄하던 길거리에 어른들이 없다. 아무도 없는 듯한 공허함…. 나의 예상과 달리 어른의 공백은 매우 컸다,

집에 돌아와서 돼지우리 같은 집을 보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아니 조금은 엄마가 그리웠다. “꼬르르륵.”

어제 저녁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가 고함을 지른다. 그제야 허기짐을 느낀다. 가게가 모두 문을 닫았으니 배달음식도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다. 3시간의 노력 끝에 물이 90%인 밥과 프라이팬 3개를 새까맣게 태워버린 산물인 계산 프라이를 먹으며 눈물을 흘렸다. 적은 양의 밥에 여전히 허기짐을 느끼며 침대에 누웠다. 베게에 얼굴을 파묻고 잠시 소리 없이 울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의 잔소리쯤은 실컷 들어줄 수 있을 듯하다. 엄마가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영어 단어 시험도 매일매일 만점을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생각에, 나 자신의 비참한 모습에 너무 슬퍼 소리 내어 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그때 명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웃음소리가 아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쳐다봤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지는 않았다. 파란색의 영롱한 빛이 있었다.

“설마 벌써 엄마가 보고 싶어?”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빛에서, 내 앞에 있는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르겠는 빛에서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로 직후 나는 도깨비를 처음 본 사람들이 취할 가장 평범하고 일반적인 행동을 취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도깨비는 전혀 놀라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한숨을 쉬며 지겹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도깨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 밤까지는 어른들을 모두 죽여 버릴 것 같던데 벌써 엄마가 보고 싶은 거야?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하여간 인간들이란 변덕이 너무 심하다니깐. 어차피 나는 아직 300년밖에 못 산 어린 도깨비라서 너의 소원도 하루 밖에 들어주지 못해.”

나는 다시 눈물이 났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행복한 눈물이었다. 점점 눈이 감겨 왔다. 잠결에 도깨비에게 고맙다고 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뒤로는 기억이 안 난다.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으으으으으으으음.”

따뜻한 햇살에 눈을 떴다. 여기는 집이 아니었다. 병원이었다, 내 손에는 엄마의 손이 붙들려 있었다. 엄마의 얼굴을 보고 너무 기쁜 나머지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손목에 꽂혀 있던 링거가 뽑힐 뻔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나는 지독한 폐렴에 걸려 하루 동안이나 앓아누워 있었다고 한다. 이 순간만은 엄마가 너무 좋았다. 폐렴에 걸린 이유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약화로 추정되어 학원을 끊었다. 그 시간동안 엄마와의 오붓한 시간도 가지고 나 나름의 여가생활도 보내고 있다. 나는 행복하고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감귤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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