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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건 글쓰기

  • 작성자 쐐기벌레
  • 작성일 2015-04-21
  • 조회수 380

안녕하세요, 쐐기벌레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하소연을 좀 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조언도 얻고 싶고요.


 


인터넷에서 사전을 뒤지다가 글쓰기 치료에 관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요. 끔찍한 기억들을 마주보고, 말해야 한다고. 저는 심각한 우울증이었고, 지금은 나아졌지만 체감상으로는 여전히 아슬아슬해서, 그걸 지도해주는 선생님은 없지만, 그래도 그게 저한테 가장 잘 맞는 치료법 같아서, 혼자라도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그게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짧은 글들, 기획하고 있는 긴 이야기들이에요. 지금까지 제가 글틴에 올린 글도 그렇고요. ‘야구공’은 소설이 아니라 경험담이지만.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건 이야기 만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이었지만,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홀로 미쳐간다고 느꼈을 때였어요. 내가 잘 말할 수 있게 된다면, 잘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이 날 돌아볼거야 라는 생각. 아프다고 말하고 도움받고 싶은 생각 반, 물어보고 싶은 생각 반, ‘내가 정말 잘못했나요?’ 라고.


제가 말하는 건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해요. 저도 스스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모를 때가 많고요. 하지만 글을 쓰면, 그래도 사람들이 잘 알아듣고, 저도 비교적 잘 이해하곤 했어요. 그리고 이야기는, 사람들이 다 좋아하니까. 그래서 그렇게 물어보면, ‘소통’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작가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 이유가 있는데, 그것도 제 어린 시절 생각들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뭔지모르게 소통이 부족했고 항상 어딘가가 허전했던 어린날, 제가 세상에 홀로 동떨어진 외계 괴물이라고 생각될 때 유일하게 공감과 소속감을 전해준 건 이야기였어요. 제일 자주 접한 형태가 책이었고요. 그래서 그걸 읽을 때면, 누군가 같이 있어준다는 느낌, 하다못해 누군가 같이 있어줄거라는 희망이라도 들곤 했어요. 그래서 좋아했고 닥치는대로 읽었고 그게 성적에 좀 도움이 된 것 같기는 해요.


어린날에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제 든든한 후방이라도 되는 듯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건 그냥 책 속 이야기일 뿐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나서는, 언제부턴가 그 뒤에 있는 작가에게로 눈길을 돌린 것 같아요.


정말 혼자가 되었을 때, 책을 통해 멀리서 전해지는 목소리들은 있었지만, 그 목소리들은 너무 미약해서, 저를 잘 알지 못해서, 저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의문에 대답해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위로는 되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고, 그걸로만 버티기에는 삶이 너무나 힘들었고, 내가 혼자 미쳐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더 나빠지지 않도록 애쓰지만 혼자서는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러면 언젠가는 더 미쳐버릴 텐데 그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17층에서 뛰어내리는 게 갑자기 무섭지 않게 느껴질까? 그래서, 저라도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아니, 정말, 알고 싶어서, 정확히 뭘 알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알고 싶어서, 그래서 작가가 되었어요. 저에게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서.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하도 고통스럽다 보니까 글쓰기 치료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나머지는 놀아요, 폰게임하고 마펭 보면서),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랑은 멀어지게 되고, 그렇다고 성적이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시험준비는 스트레스를 동반하다보니 자꾸 미루게 되더라고요. 좀 더 상태가 좋아지고 나서, 좀 더 나아지고 나서, 그러면서.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제 나한테 희망은 글쓰기밖에 없다. 소설밖에 없다. 작가가 되는 길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올 오어 낫싱이다. 사실, 이런 생각이 어쩔 때는 부담과 방해가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생각을 어떻게 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유일한 희망이라서.


그런데, 쓰면 쓸수록, 퇴보한다기보다는 같은 길을 계속 빙글빙글 돌면서 바보짓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아니, 평범한 속도로 발전하는 것 같아서 속상해요. 그런 속도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그런 속도로는 제가 하고 싶은 길은 점점 멀어져만 갈 테고 결국 저는 정신병력 있는 노숙자로 살게 될 테니까요. 제가 올 오어 낫싱으로 건 모든 시간들은 우울증 걸린 찌질이가 학교도 안 가고 혼자 고립되어서 뻘짓이나 했던 시간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너무 아슬아슬하고 초조하고 무서워서, 반쯤 누가 지도해줬으면, 누가 도와줬으면, 누가 내 이야기를 좀 듣고 소통하면서, 그렇게 나를 좀 도와줬으면,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것과 함께 항상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제 모습이 너무 싫고 못나게 느껴져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영감을 주는 사람도 기운을 북돋아주는 사람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주고 공유하는 사람도 없이 혼자 멋진 이야기를 쓰는 거, 그거 가능한건가요?


 


이 글을 쓰는 건, 아마 하소연과 생각 정리 이외에도 뭔가가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 구원의 손길을 기대하는, 그런 마음들 때문일 거에요. 부담은 안 가지셨으면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저 좀 도와주셨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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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건

  • 고래바람

    방금 전 쐐기벌레 님의 시를 읽고 이 글을 읽으니 이해가 되는 게 많아졌습니다. 시차가 조금 있지만^^ 몇 개월 전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용기만으로도 저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이 되기도 해서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저마다 아픔이나 상처를 글로써 치유한 후 타인의 상처를 안아주고 있죠. 그래서 쐐기벌레 님의 적극적인 모습이 참 좋아요. 홈뒹굴링을 많이하실 듯 싶어요. 누구나 뒹굴뒹굴할 수 있는 공간,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죠. 사색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고 공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데에는 친구가 가장 필요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우정이 있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죠. 저는 쇄기벌레님이 친구를 많이 사귀었으면 좋겠어요. 문우라고도 하죠. 함께 글쓰고 함께 읽어주는 친구! 자주 만나서 수다도 떠는 친구! 저도 쐐기벌레 님을 도와주고 싶어요. 이렇게 간절히 구원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분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게 진짜 친구니까요. 우리 글틴 친구들도 다 그런 마음일 거라 봅니다.

    • 2015-08-05 11:54:20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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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쐐기벌레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글틴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들을 '잘쓴다' 고 평하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도 L님 글에 정말 감탄하고 있어요. 우울증이 극심한 때는 격렬하게 질투가 나서(!) 일부러 휘리릭 뿅 보고 피할 정도로..ㅋㅋㅋ 아닌 날은 좋아하면서(더 하면 덕질할 지경..ㅋㅋ) 읽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서로 팬인가요?! 혼자 홈스쿨하다보니 또래 만날 기회가 없어 외로워서, 이런 덧글을 보면 엄청 반갑네요. ^^ 괜찮으시다면 이름, 나이, 연락처 트고 친구하자고 하고 싶을 정도로요. ㅋㅋ (입이 근질근질해서 걍 하는 말이지만 고 1 여자사람입니다. ㅋㅋ) 아무튼, 정말정말 감사해요. ^^

    • 2015-04-22 02:47:27
    쐐기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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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좋게생각해주시는것도요... 저도 여자고 지금 고2예요! 정말ㅋㅋㅋ 통성명하고 친구하면 좋을텐데ㅠㅜ어쩜 잘 맞는 친구가 될수도 있겠죠 그 와중에 저도 마펭 좋아해서 더 반가워요ㅋㅋ 근데 다만 제가 지금 다른사람에게 좋은친구가 될 자신이 없네요...ㅋㅋㅋ초록책벌레님께 도움이 되고싶어서 댓글을 달았는데 만약 우리가 친구가 되면 제가 더 도움받고 의지하는 그런 꼴이 될거같아요 만약 그러면 제가 미안해서 어떡해요... 그래도 친해지고싶단 말 들어서 기뻐요 제가 더 감사해요 조금이라도 힘이 됐다고 말해주셔서 다행이예요

      • 2015-04-23 20:09:18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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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

    이런거 들으려고 여기 글올리신게 아닐텐데 죄송해요... 정말 너무 좋아서 그랬어요 혹시 쐐기벌레님이 쓴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게 도움되지 않을까 물론 도움 안되겠지만 좋아하니까 그리고 저도 쐐기벌레님 글을 읽는걸로 큰 도움을 받은 셈이라 감사하고 있으니까 어떻게라도 도와드리고싶어서요ㅠㅜ 너무 횡설수설하네요 제가... 제가 드리고싶은말은 결국 전달이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 말도 안하는거보다 나아보여서 덧글 달았어요

    • 2015-04-21 19:40:44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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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쐐기벌레

      L님, 정말로... 제 글을 좋아해주셔서, 이렇게 격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달아주신 덧글 힘이 되어서 뭐라고 답해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글 올립니다. 정말정말 감사해요. ^^

      • 2015-04-22 02:44:19
      쐐기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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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

    있잖아요... 별로 지금 여기서 할 말 아닌거 같아서 한참 망설이다 하는 말인데 저는 쐐기벌레님이 쓰신 글들이 진짜 다 너무 좋아요. 저도 여기서 글 쓰고 있는 학생이고 나름대로는 절박하게 쓰고 있는데 저는 쐐기벌레님 글 읽고 아 나도 이런 글을 쓰고싶다 내 글을 읽는사람들이 지금 내가 이걸 읽고 느끼는 그 기분 그 감정만큼을 느낄수있게 글을 쓰고싶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 제가 여기서 뭐라 해도 쐐기벌레님한테 도움이 될수없단걸 알아요 근데 너무 팬이라서... 그냥 너무 좋아한다구요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제가 말을 잘 못해요 죄송해요ㅠㅜ 근데 진짜 저는 정말 좋아해요 이미 멋진 이야기 쓰고계신것 같아요 최소한 저한텐 그래요... 지금 이 말을 하는게 맞는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항상 팬이라 하고 싶었어요 우울증 같은 시도 너무 좋았고 읽으면서 한때 내가 느꼈던 혹은 지금도 느끼고 있는 그런 감정들을 이렇게 말로 표현할 수가 있고 다른사람한테 언어를통해 전할수 있구나 그게 가능하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무튼... 쐐기벌레님 글 진짜 좋아요

    • 2015-04-21 19: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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