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늦는 사람
- 작성자 이형규
- 작성일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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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369
아주 일부의 슬픔과
시작은 항상 1과 0
우리가 할 수 있는 농담이라고는
고작 너의 죽음에 관한 것들
어떤 방법이 시작하기에 가장 적당할까
가장 보편적인 단어들로 생각했다
아주 조용한 슬픔으로 너는
가장 작은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한박자 늦게 대답하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우리는 0과 1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유한한 것들을 잊지 않는 법을 떠올렸다
작은 방 안에는 유한한 것들이 가득하다
너는 아프다
곧 도착지가 없는 비행기를 타고 떠나겠지
나는 그렇게 믿었다
나는 곧 너와 사랑에 빠진다
유통기한이 없는 게 이 세상에 있을까?
중경삼림을 보며 빠진 대사들을 떠올리고
.
너는 떠났다
나는 또 한박자 늦는다
.
가을이 왔다
가을이 오면 이 시를 꺼내 써야지
이제는 구할 수 없는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에서 지나간 것을 사랑하지 않는 법에 대해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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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규
- 2025-06-10
원형 야외 공연장 너는 가장 아래에서 공연을 한다 관객은 없으므로 너의 친구들은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다친구들은 사각이 없고 너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너는 노래를 부르고너는 인형극을 하고너는 발레를 한다물이 침범한다발 끝에서 부터 물이 차오른다물에 잠길 친구들을 떠올리며 너는 슬픔을 공연한다 너는 말이 없다소리가 없는 세계다 그곳에는 악기가 없고 노래가 없고 친구들이 없다 너는 발레를 하고점점 더 슬퍼지고 슬퍼진다는 말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고 한때 친구라고 불렸던인형들이 떠오른다
- 이형규
- 2025-06-09
문이 닫힌다 영원히 깨지 않을 것만 같은 꿈이다 잘려나간 것은 팔나는 나갈 곳을 찾는다 가끔 나의 꿈을 방문하는 친구들이 있고 잘려나간 오른쪽 팔이 돌아오지 않는다 꿈속에는 자리가 없어서 몸 앉는다 우리 잠시 죽어있기로 해 너는 그런 말을 한다 꿈 속에서는 자주 죽는 사람이 있고 그건 당연한 것이 되었다K는 오른손 잡이였으므로서툰 글씨로 마지막 문장을 썼다‘보고싶다고 그곳을 보면 안되는 것이었다.’
- 이형규
- 202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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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안녕하세요, 김리윤입니다. 이형규 님의 <한 박자 늦는 사람> 잘 읽었습니다. '아주 일부의 슬픔'이라는 도입부의 문장이 매력적이에요. 또한 죽음이라는 큰 사건을 '우리가 할 수 있는 농담'으로 가져온 태도에서 느껴지는 묘한 쓸쓸함과 슬픔을 다루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시의 제목이 아쉬운데, 시 속의 핵심 문장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시에 대한 호기심과 시의 운신 폭을 좁혀서 좋지 않아요. 제목과 시 사이, 특히 첫 연 사이의 도약과 간격을 의식하면서 제목을 짓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