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아
- 작성자 미송리식토기
- 작성일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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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563
나의 열등을 마주하기는 항상 버겁습니다.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나는 그 기준을 우등과 열등으로 하겠습니다.
우리는 살갗을 스친 것만으로 미움을 사 밟혀 죽는 바퀴입니다. 그 시체는 하얀 천에 감싸져 아무렇게나 버려지겠죠. 우리는 존재가 혐오의 이유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우등한 부류에 속하는 자들 말입니다. 사실 나는 그런 부류에 속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만, 나의 입장에서 그들은 같잖기 짝이 없습니다. 그들은 서로 가식을 남발하기에 바쁩니다. 서로를 억지로 치켜세우고, 실수를 억지로 위로합니다.
하, 만약 그 상대가 나였더라도 그랬을까요. 나에게 경멸이나 보냈겠지요. 나는 그것이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무리에서 낙오 당하지 않기 위한 재롱 말입니다. 분명 그들도 잠시 가면을 쓰고 있을 뿐, 실은 서로를 못마땅히 여길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심합니다. 나는 그들이 역겹습니다. 하지만 나도 압니다. 가장 역겨운 것은 다름 아닌 나입니다. 나의 열등은 언제부터 이어져 온 걸까요. 나는 언제부터 다른 이의 원망을 산 것일까요.
나는 누군가가 나의 열등을 언급하면 가벼운 패닉이 오고 맙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나의 수많은 열등을 하나씩 돌아봅니다. 그것은 끔찍합니다.
가장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나는 그 악몽같은 회상 안에서도 선량한 시민으로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하자면, 나는 절대적인 피해자의 입장에 서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나는 미치고 맙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여 나의 속을 뒤집습니다. 그 감정이라는 것들도 대게 부정적인 속성의 것들 뿐입니다. 모멸감이나 자책 등등…….
나에게 그런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들 중에서는,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별 거 아닌 것이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결코 나를 떠나지 않습니다. 답답합니다.
언젠가 내가 가지고 있던 갖은 심려가 폭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나의 열등을 지적하신 겁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기억해내기 싫습니다.
나는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달렸습니다. 무언가에게 쫓기듯이 말입니다. 나를 쫓는 것은 나의 그림자였습니다. 나의 열등이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도망쳐도 계속해서 나를 쫓습니다.
나는 다리 위에 섰습니다. 다리 밑을 보았습니다. 푸른 강이 있었고, 푸릇한 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합니다.
안기고 싶다. 저 넓고 아득한 초원 위로 안기고 싶다.
사실 다리 아래에 풀은 딱히 넓지도, 초원으로 부를 만하지도 않았습니다. 왜인지 그때의 나는 그 땅이 마치 아득히 넓은 대지처럼 보였습니다.
안기고 싶었습니다. 저 풀들은 나를 위로해줄 것 같았습니다. 나의 상처를 보듬어줄 것 같았습니다.
안기고 싶습니다. 안기고 싶습니다. 안깁니다. 안깁니다. 안깁니다.
안겼습니다.
……나는 난간에 안겼습니다. 그러고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울었습니다. 나는 이런 면에서마저 열등한 겁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나를 경멸하듯 봅니다. 저들도 우등한 부류일까요. 역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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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송리식토기님 안녕하세요. 열등감에 대한 강렬한 사유를 속도감 있게 써내려간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의 ‘나’는 누구인가요? 몇살이고, 성별은 어떠하고, 직업, 취미, 가족관계(어머니가 계신 것은 알겠습니다) 등은 어떠한가요? 현재로서는 우열의식을 끈질기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즉 가치관 외에는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는 인물이네요. 등장하는 사건도 어머니와 갈등을 빚고 집을 뛰쳐나와 다리 난간에 매달린(?) 일화 정도가 전부인데, 이것은 이야기를 충분히 지탱할만한 사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충분한 분량을 갖춘 글이지만 인물도, 사건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 두 가지를 찾으면 훨씬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거예요. 미송리식토기님은 안정적인 문장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