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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이해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4-01
  • 조회수 265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는 부럽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왜 날 수 없는지, 왜 바닥에 눌어붙은 곰팡이로 살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꾸릿한 내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 

남이 맡을 내 냄새를 생각하면 머릿가죽이 팽팽하게 당겨와 무언가 빠져나가려는 것인지 묻고 싶어졌다. 

그러나 누구에게? 누구인들 내가 머리에 품은 팔라스가 누구인지 알겠냐고 의심이 든 순간 통증은 사라지는 것이다.


새들이 박차고 날아오른 자리에서 곰팡이는 주변을 갉아먹어야만 하루하루를 견뎌나갈 수 있다. 

주변을 야금야금 긁어가고 아직 긁어가지 못한 것들에는 더러운 침을 흥건히 적셔놓는다. 

곰팡이의 주변에는 곰팡이들 밖에는 없게 되어있다. 

깃털에 매달리는 포자에서 본 광경은 그저 포자 하나의 눈으로 본 것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옥에서 빠져나와 연옥을 나아가는 사람의 시선과 같은 것이었으니, 보도블럭에 누워있는 새와 나선을 그리며 다가오는 새하얀 물결은 곰팡이를 잠깐쯤 띄워버리는데 성공했다. 

언젠가, 언젠가 그 날은 오고야 마는 것이다. 

그 날을 위하여 곰팡이는 최선을 다해 포자를 날리고 깃털을 붙잡으려고 하고 알 껍질 위에 서 있기도 한다.


이제는 알고 있다. 새는 하늘을 날지 않는다. 

새는 하늘에서 배를 깔고 꿈틀대며 기어다닌다. 

매인 하늘과 매인 새는 그러므로 나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늘과 사람이 감응하고, 천인의 감응이 새의 노를 짜내었다. 

노에 붙은 포자가 자라 따개비가 되고 돌아와 하늘에 붙어다니는 게으름뱅이의 이야기를 전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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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늙어가요

늙어간다-는 익어간다- 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익어간다-가 썩어간다-라고는 차마, 아니지, 몰랐을리가 없는데요 당연한 것이라 넘어갔던 걸까요 (이 유전자가 성염색체 위에 있고 이게 저거에 대해 우성인 것이 당연하듯이) 상관 없습니다, 모두 죽었는걸요 무덤에 회칠을 해보자면, 익어가기를 꿈꿨던 이들은 그 꿈을 먹어치우고 포자를 피워냈습니다 잘 익었네요, 물크덩 거리는 무덤이 생겼습니다 반짝이는 무덤에서는 진물의 화한 냄새도 나고 (무덤의 세포막이 허물어지다 보니 다핵체가 된 겁니다, 라마르크 만세, 공화국 만세) 포자는 코로 들어가 폐까지 갑니다 축축한 폐에 세들어 살아가겠죠 그러니까, 죽어갈 거라는 겁니다, 몇 리터 들이 살코기 안에서 천천히 늙어갈 늙었던 포자는 그러나 불법 체류중인 것입니다 생생하게 살아서요, 포자가 늙는다는 말도 웃긴 것이니까요 (태어나기도 전에 늙는다니, 포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던가) 포자가 살아간다는 말도 그렇기야 하지요 그러니 포자에게 방값은 받을 수 없겠어요 당신은 이런 이야기를 원하잖아요 그래 당신도 다 익어버린 겁니까(몰라, 알 수가 없어, 노래가 절로 나오나요) 웩, 냄새나요 남사스럽네요, 이이건 진심이에요 빛나는 당신이 바래가서요 죽기 전에 해주실 일이 있어요 포자 방값좀 내주세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 가까이 오지 마세요 화한 냄새가 나요, 폐에 하나가 더 들어오네요

  • 데카당
  • 2024-09-08
선산의 양조장

언덕에 누우면 떨어질 것만 같다 아이는 이렇게 말하며 산을 내려갔다 아이는 반반한 대리석 판 위에 서 있었더랬다 시큼한 막걸리가 스며든 잔디를 쳐다보고 있었더랬다 매끈한 대리석 표면에도 막걸리 자국이 있었는데 아이는 술이 무서워 물까치를 버리고 도망한 것이랬다 취기 오른 아이는 산 초입의 콘크리트 바닥에 곤히, 잠들었건만 언덕 위에서 멍한 머리가 솟아났다 발을 헛디뎌 넘어진 머리는 대리석에 문안인사를 올리고 퇴궐하다, 발을 접질려 콘크리트에 시주한다, 탁발승은 바가지를 내밀지 않았는데도 -사실 탁발승은 탁발을 원치 않았던가 그랬다 피가 바가지에 담기면 스님은 마지못해 싹싹 핥았으니- 아이는 시주한 만큼의 멍함을 얻었고 탁발승은 시주받은 만큼의 구역감을 느꼈더랬다 돌아온 아이는 대리석의 술냄새를 느끼질 못했다 언덕에 눕더라도 떨어지지 않을 수 있더랬다 그리하여 아이는 얕게 솟은 둔덕에 몸을 뉘었다 잔디에도 시주하려는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물까치를 버릴 순 없다고 느꼈나보다 눈이 감기는 아이의 머리가 떨어져 아이는 조금은 이르지만 다시 문안인사를 올린다 의도보다 더 까닥이는 아이의 머리가 차례를 지내는 멧돼지의 고갯짓을 배워왔나보다 콘크리트 도로에 대고 인사 인사 인사 -헌데 멧돼지는 제사를 지낸다고 생각했으니, 대리석의 주인은 아이의 혈연이 아니었으나, 멧돼지의 눈이 인사와 까닥임을 헷갈린 까닭에- 멧돼지는 탁발승에게 올바른 제사 예법을 일러주랬다 -탁발승은 떨어지는 아이를 피해갔으니, 그 말을 어찌 일러주었는가는 알 수가 없었다- 탁발승은 바가지를 내리고 물까치의 탈을 쓰고 갔더랬다 대리석에 시주하는 탁발승의 머리는 인사 인사, 아이의 앞에서 제사를 지낸다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둔덕으로, 대리석 위로 흘러내린다 탁발승은 대리석을 혀로 핥고 멧돼지는 둔덕을 헤친다 -이때 물까치는 당최 어디로 갔는지, 그것은 탁발승만이 알고 있더랬다- 흘러내린 아이는 떨어지기도 전에 술이 됐었더랬다 -산을 내려가는 것이 아이를 술로 만들었는지 그또한 당최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 데카당
  •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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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너무 멀리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책상과 이불 사이 도랑엔 에테르도 머무를 수 없었다 빛이 흘러오지 않는 책상 위로 흑연은 뚝 뚝 인사를 건네왔다 부러진 심들과 데구르르 굴러왔다 가내 평안하신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이러저러하매, 부러 찾아와 이리이리하라 하니, 받들어 왔나이다, 바라옵건대 이리저리 하시옵소서 오호, 애재라, 너는 내가 기출 문제에 30분을 쓰다 몽중에 헤엄치게 되었을 때, 하늘이 감응하야 부러진 샤프 심이 아니뇨? 내가 일이 바빠 호랑나비 날았던 꽃밭에 너를 두고 돌아나왔거늘, 이러저러한 말을 듣고 이리저리 하여 돌아왔구료! 네 나를 찾아온 정성 보답받아 마땅하나 내 이러쿵저러쿵 하니 이리저리 해줄 수는 없으니, 이를 어찌하랴! 아, 이러쿵저러쿵 함은 남사스러운 일임에 틀림 없으니, 어찌 한탄치 아니하리오? 하늘이 무심하시어, 괴변을 당했으니 어쩌랴! 이러저러한 일은 신경쓰지 마시고, 가내 평탄화 하시옵소서 뚝 뚝 뚝, 일어날 시간이야 에테르가 멈춰 서고, 빛을 게워낸다 책상은 밝아지고 흑연에는 흰 줄이 드리운다 부러져 나간 심과 연습장에 찍힌 점들 인사를 건네왔었나 떡고물 닮기도 한 점들도 흰 줄을 품었다 에테르가 눈을 가린다, 빛이 흑연을 먹어버린다 내가 숨을 이불도, 내가 누울 책상도 먹어버린 후에는 쨍한 이불과 책상을 뱉어낸다 부서질 만큼 밝은 책상 위 에테르는 떠나가질 않는다 이불 깊숙한 곳에도 에테르는 꽉 깨문 이를 떼질 않는다 도랑의 에테르는 다 빠졌을 텐데, 방에는 에테르가 쌓여서, 책상과 이불 사이에도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방문이 인사를 건네온다 샤프 심은 아직 부러지고 있었나 뚝 뚝 뚝, 일어날 시간이야

  • 데카당
  •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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