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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속박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4-03
  • 조회수 210

깊디깊은 그곳은 땅에서 낙오된 사람들과 하늘높이 날아오른 사람들이 경단으로 뭉쳐 굴러다니는 곳이다

땅과의 실연으로 날아오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찬사의 기체와 땅을 박차고 일어선 사람들에게 날아가는 폄하의 모래주머니

뜻모를 실연의 아픔은 의미심장한 것이지만 날아가는 이들이 땅에 숨을 뱉게 하고 땅에 누웠던 이들은 일어서서 흙을 털어낸다

던지는 이들은 그 넷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들은 목표에 닿지 못하고 높이 솟아오르는 모래주머니를 위해 울지 않지만 

토해낸 찬사가 흩어지거나 낙오자의 숨을 막을 때 하염없이 흘려버린다

눈물을 흘리기 위해 살아가는 그들의 눈에 그러나 모래가 들어가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까닭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깊은 곳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경단의 속은 땅과 작별했던 것이다

그리고 주물주물 만들어진 경단 속에서 그들은 다시 땅과 손잡는다

중심에 있는 경단피의 끎에 손을 내밀고야 만 그들은 신기하게도 경단을 박차고 나갈 시도조차 하지 않는데

이 경우도 이유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그저 경단피의 끌어당김이 강한 탓인지 

혹은 땅을 견딜 수 없어 도망친 그들이 경단은 참아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경단에 묶인 채 단절되어 곪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전해졌던 찬사는 배 속에서 끓어오르다 폐를 찢고 뛰쳐나오고 그들에게 던져진 모래는 각막으로 모여 수정체를 긁고 밀어낸다 


당신에게 그 깊은 장소의 경단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왜 저를 그 경단에 묶어두려는 것입니까, 숨막히는 구속의 이유는 대체

저는 묶여있고 싶지 않습니다, 날아가고 날리고 둥 떠있고 싶습니다 

저를 놓으십시오. 저를 흘러가는 구름과 같이 아끼십시오

다시 구름이 보이면 돌아왔다고 믿고 사라지면 날아갔다 믿으십시오

망치로 경단을 부수고 삽으로 퍼서 강에 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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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네발짐승이 산을 울리고 난 후 기찻길에 다시 기차를 굴리려 하는 때 도자기에 고인 학의 유전자가 그대로 썩어버리는 그때 철로에서 도자기는 깨어지고 학이 풀려나올지 몰라 급정거하는 기차가 미끄러져 들어와 끌어안을지 몰라 파란 유약에 빨간 안료가 튀었다가, 누렇게 떴다가, 구우면 다시 벌게지겠지 산의 군부대도 돌아올지 몰라 저장된 기름들에 불이 붙을지 몰라 빽빽이 묻힌 누군가의 조상들도 다시 풀려나올지 몰라 네발짐승이 뛰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이 시작될지 몰라 무덤을 파헤치고, 역의 철근 기둥에 들이받고, 선로를 비틀어놓을 때, 기름에 불이 붙고 조상이 지게에 들려 돌아오고 유약으로 그린 학이 돌아올지 몰라 어떤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학들도 도자기와 두루치기로 요리되겠지 돌아온 군부대도 기름에 절어 구워지겠지 불붙어 커진 산에서 네발짐승들이 튕겨져 나오겠지 늘 일어나는 일이야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조상들은 다시 지게에 쌓여 반송되겠지 늘 일어나는 일이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지 특별한 일은 역 의자에 쏟아지는 빗물같은 거야 역의 지붕에는 비가 세지 늘 일어나는 일이야 특별한 일은 자리를 뜨지 않지, 일어나지 않아 네발짐승이 자리에 앉아 낑낑대지 늘 일어나는 일이야 네발짐승이 지나온 길에 낙진이 부슬부슬 내리지 늘 일어나는 일이야 늘 일어나는 일, 그래서 특별한 일은 일어날 시간이 없지

  • 데카당
  • 2024-07-26
이렇게 살아요

어깨에서 달그락거리는 에코백, 자식들을 책임지라고 소리를 지르며 날개뼈에 착 감긴다 에코백이 뒤를 대준 매미들이 나무 사이 숨어서 거든다, 떼법 쓰는 주민회처럼 억지 쓰는 매미들의 단말마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저들끼리 겹치고 난리여서, 이어폰을 뚫고 들어온다 내 자식이 아닌데, 말 끝을 뭉개는 순간 자르고 들어온다, 네 자식이라고! 매미들이 되받는데, 그래, 내 자식이렸다! 매미들이 판의 중앙으로 나와 장단에 맞춰 춤추고, 하나 둘 퇴장 장구 소리가 멎는다, 고수가 탈을 쓰고 나와서 에코백을 채간다 내 구녕동서이오! 내 자식일 수밖에는 없는줄로 아시오! 에코백은 파르르 떤다, 고수의 날개뼈에 달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아양을 떤다 구녕동서라니, 천박하기 이를데 없구나, 꺼지도록 해 익숙한 듯 에코백을 뒤직어 까서 툭툭 터는 고수의 손짓이 예사롭지 않다 손잡이도 떼어내고 장구 양편에 찍찍 붙이곤 악공 뒤편으로 돌아간다 떨어진 아이와, 적출당한 장기와, 박박 밀린 가죽에서 소리가 나온다, 교성과 한숨과 고함이 내 아이, 매미와 고수의 지분이 반쯤 있는 아이! 떨어졌구나, 떨어졌어, 매끄러운 창 한 소절이 내질러졌다 아이를 냉큼 들어다 방 안에 던지고, 장기를 낼름 쓸어다 입에 털어넣고, 가죽을 빡빡 문때서, 장구에 훌렁 훌렁 걸고 두드려 보오, 장구를 대롱 대롱 들쳐매고 논으로 나가보오, 피를 죽죽 뽑아내고 한 소절 뽑아내오, 해를 힐끔 힐끔 바라보다 채를 잡아보오, 농군들에게 부릅 부릅 눈을 치떠보오, 고수가 받는다, 점점 판의 중앙으로 모여들다, 장단에 맞춰 고수 퇴장, 걸레가 된 에코백 퇴장 에코백을 의자에 올리고 문제집을 꺼내고, 필통도 꺼내본다 울렁대는 폐에 문제를 쑤셔넣고, 책을 중절시켜 꺼낸다, 책 절개 수술은 성공하는 것이 개연성이 있지 종이 치면 책을 덮고 팔뚝에 눈을 쳐박고 잠든다, 고수에게 뒤를 내줬던 에코백처럼, 연중무휴, 다음에도 와줘 종이 친다, 고수도 장구를 버리고 꽹과리를 들었다, 에코백을 찢어내고 아이를 들고 떠났다 종이 친다, 폐렴이 걸리길 기도하며 문제를 폐에 쑤셔박는다, 고수가 에코백에게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종이 친다, 고수는 꽹과리도, 아이도 음식물 쓰레기 통에 대충 묶어서 버리곤 태평소를 꼬나문다 마지막 종이 친다, 산전수전 고생한 에코백에게 중절시키고 꺼냈던 문제집과 책, 필통을 돌려준다 에코백은 열린 문, 당겨도 밀어도 아가리를 벌린 채 가만히, 뒤를 내밀 채비를 갖추고 불 꺼진 교실에서 에코백이 운다, 아이가 떨어지지 않았기에, 다시 돌아왔기에 우는 박자는 천천히 빨라지고, 거기 맞춰 바뀌는 장단에 춤을 추며 돌아나온다, 나 퇴장, 내일 다시 와 또 한번의 중절과 만나리

  • 데카당
  • 2024-07-25
옛 사람의 비밀

비밀 하나를 배설하려 합니다, 으으으 아으어 아아 나는, 나는 아으아 으으어 아아 나는 네들이 다 싫어요 ...... 뭐라고? 잘 못들었는데, 다시 말해주겠니? 나는..저기..네들이..싫다고 네들이 상판대기 들이미는 꼴이나 눈을 말똥말똥 뜨는 꼴이나 볼 때마다 쑤시고 싶은 눈깔이라고 다시 말하자면, ㅡ좀 불편해 비밀을, 아으어, 비밀을 배설하길 바라봅니다 들이미는 얼굴들에 토를 하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목젖을 잡아뜯고 자, 연습해보자, 나는, 네가, 싫어 ㅡ나는 내가 싫어 ...... 왜 싫어? 이유를 말해봐 아니, 네가 싫다고, 얼굴 집어치워 ㅡ아니, 그냥 내가 싫어, 이유는 딱히 없어 아으어 으으으 아아 네가 싫어, 이유는 꽤 많아 아으아 아아 으으으 이유가 있을거 아냐, 안 그래? 납득을 시켜봐 눈깔이역겹고면상이역겹고목소리가역겹고너와비슷한시간비슷한공간을공유한다는사실이내위장을역류하게만든다,이만줄이마 ㅡ나는 못생겼잖아 ...... 너 자신을 아껴봐 너는 너 자신을 버릴 필요가 있고, 나는 넘치는 지기애에서 이런 말들을 되뇌었는데, 어으아 어어 으으으 ㅡ충분히 아끼고 있어 이만하면 됐습니까? 내 비밀을 누군가 전해주길, 내 목에서 너를 끌어내주길, 나로 바꿔먹는 짓을 막아주길

  • 데카당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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