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속박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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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295
깊디깊은 그곳은 땅에서 낙오된 사람들과 하늘높이 날아오른 사람들이 경단으로 뭉쳐 굴러다니는 곳이다
땅과의 실연으로 날아오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찬사의 기체와 땅을 박차고 일어선 사람들에게 날아가는 폄하의 모래주머니
뜻모를 실연의 아픔은 의미심장한 것이지만 날아가는 이들이 땅에 숨을 뱉게 하고 땅에 누웠던 이들은 일어서서 흙을 털어낸다
던지는 이들은 그 넷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들은 목표에 닿지 못하고 높이 솟아오르는 모래주머니를 위해 울지 않지만
토해낸 찬사가 흩어지거나 낙오자의 숨을 막을 때 하염없이 흘려버린다
눈물을 흘리기 위해 살아가는 그들의 눈에 그러나 모래가 들어가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까닭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깊은 곳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경단의 속은 땅과 작별했던 것이다
그리고 주물주물 만들어진 경단 속에서 그들은 다시 땅과 손잡는다
중심에 있는 경단피의 끎에 손을 내밀고야 만 그들은 신기하게도 경단을 박차고 나갈 시도조차 하지 않는데
이 경우도 이유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그저 경단피의 끌어당김이 강한 탓인지
혹은 땅을 견딜 수 없어 도망친 그들이 경단은 참아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경단에 묶인 채 단절되어 곪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전해졌던 찬사는 배 속에서 끓어오르다 폐를 찢고 뛰쳐나오고 그들에게 던져진 모래는 각막으로 모여 수정체를 긁고 밀어낸다
당신에게 그 깊은 장소의 경단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왜 저를 그 경단에 묶어두려는 것입니까, 숨막히는 구속의 이유는 대체
저는 묶여있고 싶지 않습니다, 날아가고 날리고 둥 떠있고 싶습니다
저를 놓으십시오. 저를 흘러가는 구름과 같이 아끼십시오
다시 구름이 보이면 돌아왔다고 믿고 사라지면 날아갔다 믿으십시오
망치로 경단을 부수고 삽으로 퍼서 강에 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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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고 싶지만 조명은 언제나 과하다 속눈썹은 언제나 열려있고 눈꺼풀은 언제든 열리겠지 그래도 눕게 돼있어 캔자스의 방랑자*는 길을 잃어도 기억해주는 밴드맨이 5명쯤 있는 것 같은데, 여기 누운 누구는 긿을 잃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지. 캔자스같은 보컬이 살아가라고 하면 부끄러워서 자살해버릴지도 몰라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상상하는 사람은 키보드 솔로 들으며 발을 까딱까딱. 그래도 살아가게 돼있어 길을 모르기 때문이지 (길을 알면 죽을거야?) 그래도 살아가게 돼있어 길을 나가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지 (방법을 알면 죽을거야?) 그래도 살아가게 돼있어 죽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지 (방법을 알면 죽을거야?) 그래도 살아가게 돼있어 살아가게 돼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누워있는 거구나)
- 데카당
- 2024-12-05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해요(비릿한 웃음) 왜 그런지 알아요?(우수에 젖은 눈동자) 알고 싶지 않죠?(확신에 찬 목소리) 알아요, 뭐(으쓱대는 어깨) 가요, 혼자 있고 싶어(상처받은 표정) 언젠가 면접을 봤습니다 교수 둘이 앉아있었어요 머리에서 뺑이친 말을 뱉으려 했는데 안되더라구요 결과는 안 나왔어도 불합격인건 알아요 후회는 많아요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후회도 없을지 몰라 교수 얼굴도 기억나질 않는걸요 웃고 있던 면상만이 이데아처럼 깨끗한 이미지로 남아있어요 나는 음악 듣는것도 좋아해요(삐-이명) 왜 그런지 알겠죠?(얼굴 주위로 시선 집중) 알고 싶지 않았어요(웃음을 참는 어조) 알고 있다구요(화난 척) 가요, 음악좀 듣게(이어폰 끼우기) 그거 알아요 나 아는거 없어요 알고 있다구요 네 뭐 그래 보여요 교수가 한 질문도 이해 못해요 지금은 기억도 안 나요 응원한 사람들 다 꺼져요 나가버려 상상하게 했잖아 합격한 모습을 소리 지르는 모습을 내가 상상한 것들은 상상보다 못나게만 나오던데요 언젠가 상상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죠 우선 시를 잘 쓰게 되면 그래도 좋아 아니면 아무래도 좀 그렇죠 방금 말 취소할게요 아무래도 후회해요 이제부터 성당 나가면 교수가 돌아봐 주나요 전지전능지선하면 미리 해줄 수 있었잖아요 안그런가요 내 말이 틀렸나요 아마 그렇겠죠 나는 이해하고 있는게 없으니까요 중이병이 아니구요 말 그대로네요 내신 시험 볼 때가 나았어 그때는 다 쉬웠어 적어도 어렵진 않았어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나예요(비웃음) 생각을 모르는 나랍니다(샤랄라) 노래 하고 싶어요(푸하하) 춤 추고 싶어요(허리 나가겠어!) 상상 속에서 뭐든지 가능해요(나른한 눈가) 진짜야 이미 합격해 있을 수 있었어(몽롱한 눈빛) 믿지 마라, 나라면 믿을텐데(손가락 꼼지락 꼼지락) 교수도 될 수 있었고(활짝 웃는 입술) 고독사도 할 수 있지(개연성이 충분한걸?) 그거 알아요 지금 쓰는 글에서 면접때보다 표현이 잘 되고 있어요 충원 돌거라는 말 하지 마요 안 도는거 알고 있으니까 차라리 최저 못 맞추는 사람이 더 많을걸 거짓말이 된 생기부는 어쩌다 세 벌이나 뽑았지 내용은 모두 알고 있어요 말로 나오지 않을 뿐 그건 모르는 거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내가 아는 사람 나와 유기적 상관관계를 갖는 사람 아아 모르겠어요 그렇겠지 모르고 싶은거야 교수에게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답니다 할 기회를 날려먹었어요 어쩌다보니 어쩌다보니로 요약되는 인생은 생각보다 재밌었지만 요약본을 보고 나니 재미없어졌어요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도 그럴걸요 아니면 세상이 잘못된 거니까 괜찮아요 연락하던 친구는 연락이 없어요 너도 내 인생의 요약본을 본 거지 그런거지 이해할 수 있어 재미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신경쓰지 말아야지 그게 맞는거야 그거 알아요 내 인생의 불행은 이정도로 끝나요 나는 변변한 불행 포르노조차 찍지 못합니다 불행할 만큼 열심히 살지 않았거든요 꼴사납네요 이 글 쓰면서 지었을 우수에 젖은 표정과 몽롱한 눈빛 모두 말예요 춤 추고 노래하고 싶은 기분이네요 키보드 자동 완성에는
- 데카당
- 2024-12-01
빗방울 터지는 소리 기쁘게 창문으로 뛰어내려 머리가 터져도 행복해 다른 머리를 끼우고 뛰어내릴 수 있어 은행 터지는 소리는 신경 쓰지 마 다시 터질 수 없는 것들은 다시는 죽을 수 없는 것들은 다시는 귀에 찧지 않을 소리들 먹먹해진 고막은 이미 은행을 잊었지 여기는 등교길의 보도블럭 위, 나는 은행을 밟지 않으려 발을 이리저리 휘두릅니다마는 걸음마다 한두알쯤 밟고 맙니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는 것과 같군요? 이미 밟았으니 더 밟아도 상관 없다고 되뇌며 최고도의 집중을 유지하는 것도 같을 겁니다 아니 나는 은행을 밟아도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뭐라 해야 할까, 은행 터지는 소리가 이제는 고막을 울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은행이 다시 터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무뎌지는 겁니다 다시 터질 수 있다면 기대를 가지고 긴장해 있겠죠 다음 보도블럭을 바라봅니다 은행은 보이지 않습니다 터질 수조차 없는 은행잎만이 널부러져 있군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잎이 내 소리를 모두 먹어버렸습니다 내가 꺼낸 발화가 자연발화하는 것과 같겠지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나는 내 목소리에도 떨리지 않는 고막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터질 수 없고 나는 사그라들기만 하지요 은행잎에 돋보기를 대 보세요 타지 않잖습니까? 보도블럭은 끊이질 않습니다 터지지 못하는 것들이 많기도 합니다 내 몸을 대신 넣어도 문제 없겠지요? 다른 머리를 끼우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 머리는 사그라들지도 않을 머리이니까요 나는 그저 내 몸을 힘껏 밟으며 나아갔다가 돌아옵니다 귀소본능이 있던 비둘기가 모두 죽었대도 괜찮습니다 여기 큰 비둘기 하나 있어요 머리를 보도블럭에 박고 나 어디 갔니? 어디 갈 수 있었니? 빗방울 터지는 소리 창문에 떨어져도 기쁘지 않아 머리는 터지지 않잖아 다른 머리는 달아오를 수 없지 해에 마르는 은행을 부러워해 다시 터질 수 있는 이미 터졌던 또 다시 터질 은행들 고막은 은행으로 살고 싶었던 거지 터지는 모든 것들을 터뜨리며 살아 -촉매는 소모되지 않습니다 터지지 못해 울고 말아 터지는 모든 것들을 터뜨리고 죽어 터지는 모든 것들을 터뜨리면 죽여 터지는 모든 것들을 터뜨려야지 터지는 모든 것들을 터뜨려야지 살아 터지는 모든 것들은 나를 터뜨리지 못해 죽어 터지는 모든 것들을 위해 살고 죽어 -그러나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 데카당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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