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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속박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4-03
  • 조회수 108

깊디깊은 그곳은 땅에서 낙오된 사람들과 하늘높이 날아오른 사람들이 경단으로 뭉쳐 굴러다니는 곳이다

땅과의 실연으로 날아오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찬사의 기체와 땅을 박차고 일어선 사람들에게 날아가는 폄하의 모래주머니

뜻모를 실연의 아픔은 의미심장한 것이지만 날아가는 이들이 땅에 숨을 뱉게 하고 땅에 누웠던 이들은 일어서서 흙을 털어낸다

던지는 이들은 그 넷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들은 목표에 닿지 못하고 높이 솟아오르는 모래주머니를 위해 울지 않지만 

토해낸 찬사가 흩어지거나 낙오자의 숨을 막을 때 하염없이 흘려버린다

눈물을 흘리기 위해 살아가는 그들의 눈에 그러나 모래가 들어가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까닭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깊은 곳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경단의 속은 땅과 작별했던 것이다

그리고 주물주물 만들어진 경단 속에서 그들은 다시 땅과 손잡는다

중심에 있는 경단피의 끎에 손을 내밀고야 만 그들은 신기하게도 경단을 박차고 나갈 시도조차 하지 않는데

이 경우도 이유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그저 경단피의 끌어당김이 강한 탓인지 

혹은 땅을 견딜 수 없어 도망친 그들이 경단은 참아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경단에 묶인 채 단절되어 곪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전해졌던 찬사는 배 속에서 끓어오르다 폐를 찢고 뛰쳐나오고 그들에게 던져진 모래는 각막으로 모여 수정체를 긁고 밀어낸다 


당신에게 그 깊은 장소의 경단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왜 저를 그 경단에 묶어두려는 것입니까, 숨막히는 구속의 이유는 대체

저는 묶여있고 싶지 않습니다, 날아가고 날리고 둥 떠있고 싶습니다 

저를 놓으십시오. 저를 흘러가는 구름과 같이 아끼십시오

다시 구름이 보이면 돌아왔다고 믿고 사라지면 날아갔다 믿으십시오

망치로 경단을 부수고 삽으로 퍼서 강에 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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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착

안녕 안녕, 나는 네가 찾던 사람일 수도 있는 것 삶을, 사는, 태도? 뭐가 됐든 멋진 사람일 수도 있는 것 바이 바이, 확신을 바라는 네게 어울리는 건 신약뿐 절대적으로 벌 받으리라는 기분은 어떠신지? 회초리부터 만들어내는 네게 알려줄 건 구약! 구약을 읽는 네 동공은 풀려서 문장을 타고 출렁대고 금이 간 절대에 애써 테이프를 찍찍 붙여보지만 테이프가 금보다 더럽다는 걸 모르는 네게, 테이프로 붙인 금도 보여준다 이제 나는 절대에 머리나 박으련다! 절대 속의 나를 부수기 위해서, 네 상판을 테이프로 도배하기 위해서, 빈혈기의 네 혈관을 조이기 위해서, 꿍ㅡ 철퍽

  • 데카당
  • 2024-04-15
현재를 말하기

미래를 말하는 사람은 현재에 산다 과거를 말하는 사람은 현재에 산다 현재를 말하는 사람은 현재하지 않고 현재에 사는 사람은 언젠가 현재를 중얼거렸다 현재에 앉은 사람은 봉을 잡고 실존을 외쳤다 현재를 걷어찬 사람은 침대에 누워 옹알댔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매트에 누워 베개에 이마를 댄 채로 공허한 눈을 검정 바탕에 고정한 채 공허한 말들을 공허하게 두드리고 있다 미래를 말해봤지만 재미가 없다 과거를 말하려 했지만 기억이 없다 현재를 말하기엔 생각이 늦어버렸다 현재를 말하기의 어려움을 아시려나 현재가 무엇인지 아시려나 크기가 없는 유령을 아시려나 현재를 말하는 사람이 없었음을 아시려나 과거에 등을 붙이고 앉아 미래로 햇살을 가리고 현재를 말하기 위해 뻐끔뻐끔 연습해본다 지조.마취.절개.할복.

  • 데카당
  • 2024-04-14
경작지침

밭 가는 사람의 눈에 비치는 세계는 참으로 쉬워서 한숨이 푹푹 나오고야 만다 푹 찌는 더위는 적당히를 모르고 날뛰는 개의 혓바닥을 보는 듯 눈이 아려오고 일렬로 누워서 뻥 뚫린 구름이 울럭울럭 비워내는 장마는 인내심의 본을 들춰낸다 장마가 들춰낸 흙에 섞인 비료며 씨앗이며 잔뿌리며, 아 비료는 쓰지 않았던가 그렇다, 비료는, 음, 아무래도 쓰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된다 여기가 개가 핥은 곳이니 이곳을 기점으로 생산자와 조합원은 쩍 갈라지고 만다 두엄을 보고 노곤해하는 식곤증 보유자와 단말마를 마디별로 내어놓는 이 중에서 그대가 고른 이로만 보아야 밭을 갈 수 있을 것이니, 저기 지나가는 구름, 방금 구멍이 숭 뚫린 저 구름에 대고 신서해보라 거리를 떠도는 개야, 전봇대에 줄줄이 꿴 제비야, 솔나무에 탁란한 참새야, 내 신서를 받아적어 저어기 지나간 무너져가는 구름에게 전해주겠느냐, 도마뱀아 잘린 꼬리를 잘 말아 쾅쾅 두들겨 편 곳에 적어서 날려주겠느냐, 직박구리야 그 입을 조금이라도 다물고 내 신서를 대신 읊어줄 수 있겠느냐, 방해물들아? ;구름을 담보로 삼아 신서하노니, 구름은 이 글을 전달받았든, 이 말을 전해들었든, 이 장면을 직접 들었든, 허물어진 빗방울에 꾹꾹 눌러쓴 대답의 신서를 전해다오 도마뱀의 꼬리를, 직박구리의 목소리를, 참새의 목탄 화장을, 제비의 흙집을 담보로 삼아 신서하노니, 그 대답의 신서에는 한치의 불신도 포함하지 않았으면 하누나 신서가 끝났으니 그대의 의무를 행함에 있어 땅을 믿는 것과 같이 믿어버리도다 신서의 효력을 입증할 구름이 비를 왈칵 쏟아내고 허물어지거나 지나가버린다고 해도 그 유효성을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구름이 쏟아낸 비가 흘러 흘러 도착한 호수, 강, 바다, 물고기를 내가 먹었으며 지나간 구름은 작별과 함께 나에게 모든 권한을 양도했나니, 곧 신서의 보증인은 나다! 이와 같은 신서 보증인의 자동 양도를 그대가 땅을 믿는 것과 같이 믿어버리도다! 이제 땅은 몰래 들여온 양도의 성질에 통달하여 바라지는 수확을 내놓지 않을 것이로되, 이와 같은 변심이 한 순간의 일이니 밭 가는 사람의 세계에서는 줄톱으로 갈아낸 톱밥을 충전재로 쓸 수 있으며 신서는 그 효력이 사그라듦이 없어야 한다 푹푹 나온 한숨은 밭을 갈지 못하는, 선반에 구르는 녹슨 괭이같은 내가 뱉는 광성 녹물을 찍어 신서를 보증할수도, 밭을 갈 수도 없는 이 몸이야 더 녹슬어 무엇하리 탁란한 참새를 튀겨먹고 새끼로 꿴 제비와 개를 팔든 말든 이 나는 무엇을?

  • 데카당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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