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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의 나무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5-15
  • 조회수 278

달 없는 하늘, 좁은 천이 흐르는 길에 돌이 서있다

천에서 빗겨나가 무릎으로 기어온 돌이 서있다

천이 흘러나오는 까진 무릎 위로 돌이 서있다

땅을 짚은 무릎에 아침놀이 비쳐온다

무릎을 잡고 데굴데굴 굴러 다시 천으로 들어가자

흙탕물로 상처를 씻어내자, 딱지를 뜯어내자

천에 앉은 딱지가 쌓여 투명한 혈장이 방울방울 내린다

천에 부러 내려앉은 자갈은 천이 부럽다

분쇄기에 몸을 던진 자갈은 갈라지는 몸에서 나무를 본다

나무는, 천의 발원지에서, 잘도 뿌리를 내렸더랬다

돌은 달을 가린 나무를 들이박았더랬다

돌의 무릎에서 천이 솟아 쓰러진 둥치 위로 흘러갔더랬다

박살난 돌은 자갈로, 흩어진 자갈은 모래로, 모래는 바닥에

찢어진 십자인대에 조의를 표하는 눈을 모래가 찌른다

찔끔 나온 눈물만큼의 조의가 무릎에 살포시 내려온다

웃다가 웃다가 나온 눈물도 웃는 낯을 가졌다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눈을 하염없이 비벼 벌겋게 만들어야지


그래서, 누구를 위한 조의란 말이야?

나무 둥치를 위한거야, 네 무릎을 위한거야, 모래를 위한거야?

어느 쪽이든 웃겨 죽을 것 같은 꼴에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

아니, 뭐, 무릎은 조금 아파 보이긴 하지만, 소독이나 하면 뭐

둥치는 빨리 치웠으면 좋겠다, 길을 언제까지 막을거야

여기 공도 아니야? 담당자 나오라 그래! 이거 언제 치워!

모래도 이게 뭐하자는 거야? 모래라고 써있기는 한데,

언제부터 돌이 깨져서 나온 걸 모래라고 한건데?

웃기려고 했으면 잘했어,

아니라고? 네가 놀리는 입이랑 돌중에 뭐가 더 빠를까?

사고실험 검증하기 전에 그만두는게 좋을걸

그리고 넌 뭐야? 왜 여기서 계속 알짱거려?

헛소리 할거면 저기 천에 다이빙이나 한번 해


광대에게 조리를 요구하는 짓은 끝날줄을 모른다

헛소리와 지성이 투닥대면 비웃음이 이길 수밖에

날아온 돌을 맞고 쓰러진 방해꾼에게는 야유가 쏟아지고

당황한 광대는 주춤주춤 떠나가다 자갈을 조심조심 챙긴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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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네발짐승이 산을 울리고 난 후 기찻길에 다시 기차를 굴리려 하는 때 도자기에 고인 학의 유전자가 그대로 썩어버리는 그때 철로에서 도자기는 깨어지고 학이 풀려나올지 몰라 급정거하는 기차가 미끄러져 들어와 끌어안을지 몰라 파란 유약에 빨간 안료가 튀었다가, 누렇게 떴다가, 구우면 다시 벌게지겠지 산의 군부대도 돌아올지 몰라 저장된 기름들에 불이 붙을지 몰라 빽빽이 묻힌 누군가의 조상들도 다시 풀려나올지 몰라 네발짐승이 뛰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이 시작될지 몰라 무덤을 파헤치고, 역의 철근 기둥에 들이받고, 선로를 비틀어놓을 때, 기름에 불이 붙고 조상이 지게에 들려 돌아오고 유약으로 그린 학이 돌아올지 몰라 어떤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학들도 도자기와 두루치기로 요리되겠지 돌아온 군부대도 기름에 절어 구워지겠지 불붙어 커진 산에서 네발짐승들이 튕겨져 나오겠지 늘 일어나는 일이야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조상들은 다시 지게에 쌓여 반송되겠지 늘 일어나는 일이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지 특별한 일은 역 의자에 쏟아지는 빗물같은 거야 역의 지붕에는 비가 세지 늘 일어나는 일이야 특별한 일은 자리를 뜨지 않지, 일어나지 않아 네발짐승이 자리에 앉아 낑낑대지 늘 일어나는 일이야 네발짐승이 지나온 길에 낙진이 부슬부슬 내리지 늘 일어나는 일이야 늘 일어나는 일, 그래서 특별한 일은 일어날 시간이 없지

  • 데카당
  • 2024-07-26
이렇게 살아요

어깨에서 달그락거리는 에코백, 자식들을 책임지라고 소리를 지르며 날개뼈에 착 감긴다 에코백이 뒤를 대준 매미들이 나무 사이 숨어서 거든다, 떼법 쓰는 주민회처럼 억지 쓰는 매미들의 단말마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저들끼리 겹치고 난리여서, 이어폰을 뚫고 들어온다 내 자식이 아닌데, 말 끝을 뭉개는 순간 자르고 들어온다, 네 자식이라고! 매미들이 되받는데, 그래, 내 자식이렸다! 매미들이 판의 중앙으로 나와 장단에 맞춰 춤추고, 하나 둘 퇴장 장구 소리가 멎는다, 고수가 탈을 쓰고 나와서 에코백을 채간다 내 구녕동서이오! 내 자식일 수밖에는 없는줄로 아시오! 에코백은 파르르 떤다, 고수의 날개뼈에 달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아양을 떤다 구녕동서라니, 천박하기 이를데 없구나, 꺼지도록 해 익숙한 듯 에코백을 뒤직어 까서 툭툭 터는 고수의 손짓이 예사롭지 않다 손잡이도 떼어내고 장구 양편에 찍찍 붙이곤 악공 뒤편으로 돌아간다 떨어진 아이와, 적출당한 장기와, 박박 밀린 가죽에서 소리가 나온다, 교성과 한숨과 고함이 내 아이, 매미와 고수의 지분이 반쯤 있는 아이! 떨어졌구나, 떨어졌어, 매끄러운 창 한 소절이 내질러졌다 아이를 냉큼 들어다 방 안에 던지고, 장기를 낼름 쓸어다 입에 털어넣고, 가죽을 빡빡 문때서, 장구에 훌렁 훌렁 걸고 두드려 보오, 장구를 대롱 대롱 들쳐매고 논으로 나가보오, 피를 죽죽 뽑아내고 한 소절 뽑아내오, 해를 힐끔 힐끔 바라보다 채를 잡아보오, 농군들에게 부릅 부릅 눈을 치떠보오, 고수가 받는다, 점점 판의 중앙으로 모여들다, 장단에 맞춰 고수 퇴장, 걸레가 된 에코백 퇴장 에코백을 의자에 올리고 문제집을 꺼내고, 필통도 꺼내본다 울렁대는 폐에 문제를 쑤셔넣고, 책을 중절시켜 꺼낸다, 책 절개 수술은 성공하는 것이 개연성이 있지 종이 치면 책을 덮고 팔뚝에 눈을 쳐박고 잠든다, 고수에게 뒤를 내줬던 에코백처럼, 연중무휴, 다음에도 와줘 종이 친다, 고수도 장구를 버리고 꽹과리를 들었다, 에코백을 찢어내고 아이를 들고 떠났다 종이 친다, 폐렴이 걸리길 기도하며 문제를 폐에 쑤셔박는다, 고수가 에코백에게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종이 친다, 고수는 꽹과리도, 아이도 음식물 쓰레기 통에 대충 묶어서 버리곤 태평소를 꼬나문다 마지막 종이 친다, 산전수전 고생한 에코백에게 중절시키고 꺼냈던 문제집과 책, 필통을 돌려준다 에코백은 열린 문, 당겨도 밀어도 아가리를 벌린 채 가만히, 뒤를 내밀 채비를 갖추고 불 꺼진 교실에서 에코백이 운다, 아이가 떨어지지 않았기에, 다시 돌아왔기에 우는 박자는 천천히 빨라지고, 거기 맞춰 바뀌는 장단에 춤을 추며 돌아나온다, 나 퇴장, 내일 다시 와 또 한번의 중절과 만나리

  • 데카당
  • 2024-07-25
옛 사람의 비밀

비밀 하나를 배설하려 합니다, 으으으 아으어 아아 나는, 나는 아으아 으으어 아아 나는 네들이 다 싫어요 ...... 뭐라고? 잘 못들었는데, 다시 말해주겠니? 나는..저기..네들이..싫다고 네들이 상판대기 들이미는 꼴이나 눈을 말똥말똥 뜨는 꼴이나 볼 때마다 쑤시고 싶은 눈깔이라고 다시 말하자면, ㅡ좀 불편해 비밀을, 아으어, 비밀을 배설하길 바라봅니다 들이미는 얼굴들에 토를 하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목젖을 잡아뜯고 자, 연습해보자, 나는, 네가, 싫어 ㅡ나는 내가 싫어 ...... 왜 싫어? 이유를 말해봐 아니, 네가 싫다고, 얼굴 집어치워 ㅡ아니, 그냥 내가 싫어, 이유는 딱히 없어 아으어 으으으 아아 네가 싫어, 이유는 꽤 많아 아으아 아아 으으으 이유가 있을거 아냐, 안 그래? 납득을 시켜봐 눈깔이역겹고면상이역겹고목소리가역겹고너와비슷한시간비슷한공간을공유한다는사실이내위장을역류하게만든다,이만줄이마 ㅡ나는 못생겼잖아 ...... 너 자신을 아껴봐 너는 너 자신을 버릴 필요가 있고, 나는 넘치는 지기애에서 이런 말들을 되뇌었는데, 어으아 어어 으으으 ㅡ충분히 아끼고 있어 이만하면 됐습니까? 내 비밀을 누군가 전해주길, 내 목에서 너를 끌어내주길, 나로 바꿔먹는 짓을 막아주길

  • 데카당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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