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여라
- 작성자 해파리
- 작성일 2024-06-10
- 좋아요 0
- 댓글수 1
- 조회수 402
피할 수 없기에 받아들여라
모래가 파도에 쓸려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듯
바람에 너의 옷가지를 내어주어라
세이렌의 노래에 홀려 난파되는 배처럼
어쩔 수 없기에 굳이 피하려들지 말아라
바닷물이 너의 옷을 적시고 짠내가 물씬 풍겨와도
거대한 심해 동굴이 네 머리끝까지 삼키려들어도
하얀 조개처럼 입을 닫고 몸을 맡겨라
등대의 불빛이 배를 인도하듯
바다가 너를 흘려보낼 테니
길잡이 별이 선뜻 모습을 비춰도
갈매기가 네 옆에서 날갯짓을 보채어도
불가사리처럼 푸른 물에 딱 붙어있어라
푸른 별의 가장자리로 가더라도
이국의 바람이 색색의 이야기로 말을 걸어도
바다 위 노인처럼 굳게 있어라
푸른 윤슬에 눈이 부셔도
두 귀에 소금이 가득 들어차도
그저 물결에 둥둥 떠내려가거라
추천 콘텐츠
너를 만난 계절도 기다린 계절도 여름이었다매미소리를 들으며 수다를 떨었던 것도소나기에 머리를 젖어가며 뛰었던 것도모두 같은 시간이라서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머리맡의 햇살을 두고 약속했더란다우리의 사랑은 수십 번의 여름을 두고 살아갈 거라고그래서 태풍에 너를 떠나보내도 하염없이 기다렸다매미의 울음이 땅속에 묻히고 다시 올라올 때까지해바라기가 되어 그때의 햇살만을 곱씹으며 보냈지만너무 오랫동안 햇볕에 두어서일까그 해 여름날 우리는 농익은 수박처럼 짖물려있었다
- 해파리
- 2025-04-15
수 시간을 건너뛰고 다시 만난 우리는 그다지 감성적이지 못하게 만나게 됐습니다 당신에게 예쁜 옷을 차려입고 보여주고 싶었지만 파란 가운을 입고 비닐장갑을 끼고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이름을 부르고 손을 맞잡고 싶지만 내 볼품없는 목소리를 들려줄까 내 차가운 손이 따뜻한 당신의 손을 식게 할까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핫팩으로 손을 데우고 당신을 부르고 손을 맞잡아도 삐빅 거리는 차가운 기계음이 당신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마른 가슴팍이 오르내리고 초록색, 붉은색의 숫자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당신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띈다는 것을 압니다 난 당신의 그런 맥박에서 조차 안정감을 느껴버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살아있음에 안정감을 느껴버린 탓일까요 모든 생명들이 활기차게 숨을 쉬던 날 당신은 홀씨처럼 날아가버렸습니다 바싹 마른 민들레 홀씨 같은 당신은 아무개의 땅에 맞닿아 샛노란 꽃을 피우겠지요 지난날의 내게 그랬듯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주겠죠 이젠 창백해진 당신의 곁에서 앞으로의 여정이 고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 해파리
- 2024-12-14
뿌연 안개가 눈을 가린 것도 모른 채아웅대고 있다귀에 끈덕지게 달라붙는 속삭임을 따라손을 휘적이며 이름 모를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발에 걸리는 돌멩이를 차버리고여린 풀들을 짓밟으며오로지 본능에만 의존하여 나아갈 참에'어라'하며 기이함을 느낀다그리고 마침내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도토리를 잃어버린 다람쥐같이고개만 멍청히 내 젓고 있는다'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늦었어. 늦었어. 늦었어.'향락에 취해 죄악을 짊어지고거울을 바라보는 눈의 초점이 어긋나더이상 '나'를 직면할 수 없게 되어자신의 형체를 잃고 목소리를 잃고아웅거림이 없어진다.
- 해파리
- 2024-08-05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해파리 님의 <그저 하여라> 잘 읽었습니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받아들이라는 시의 이야기는 다소 교훈적입니다. 시는 계몽하거나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존재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시를 고쳐보아도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
댓글이 삭제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