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여라
- 작성자 해파리
- 작성일 2024-06-10
- 좋아요 0
- 댓글수 1
- 조회수 296
피할 수 없기에 받아들여라
모래가 파도에 쓸려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듯
바람에 너의 옷가지를 내어주어라
세이렌의 노래에 홀려 난파되는 배처럼
어쩔 수 없기에 굳이 피하려들지 말아라
바닷물이 너의 옷을 적시고 짠내가 물씬 풍겨와도
거대한 심해 동굴이 네 머리끝까지 삼키려들어도
하얀 조개처럼 입을 닫고 몸을 맡겨라
등대의 불빛이 배를 인도하듯
바다가 너를 흘려보낼 테니
길잡이 별이 선뜻 모습을 비춰도
갈매기가 네 옆에서 날갯짓을 보채어도
불가사리처럼 푸른 물에 딱 붙어있어라
푸른 별의 가장자리로 가더라도
이국의 바람이 색색의 이야기로 말을 걸어도
바다 위 노인처럼 굳게 있어라
푸른 윤슬에 눈이 부셔도
두 귀에 소금이 가득 들어차도
그저 물결에 둥둥 떠내려가거라
추천 콘텐츠
뿌연 안개가 눈을 가린 것도 모른 채아웅대고 있다귀에 끈덕지게 달라붙는 속삭임을 따라손을 휘적이며 이름 모를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발에 걸리는 돌멩이를 차버리고여린 풀들을 짓밟으며오로지 본능에만 의존하여 나아갈 참에'어라'하며 기이함을 느낀다그리고 마침내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도토리를 잃어버린 다람쥐같이고개만 멍청히 내 젓고 있는다'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늦었어. 늦었어. 늦었어.'향락에 취해 죄악을 짊어지고거울을 바라보는 눈의 초점이 어긋나더이상 '나'를 직면할 수 없게 되어자신의 형체를 잃고 목소리를 잃고아웅거림이 없어진다.
- 해파리
- 2024-08-05
낙원을 바랍니다벚꽃 잎이 살랑이고 푸른 분수가 하늘까지 솟구치는 곳을요종이비행기의 소망을 타고서 이 집 저 집 희망을 전달하는 것을요포근한 함박눈이 되어 새빨개진 콧잔등을 두드리는 것을요아픔의 상처를 딛고서 무릎부터 허리까지 곧게 세우는 것을요갓 태어난 아기의 눈망울에 행복이 가득 차길 바라는 것처럼푸르른 들판에 세잎클로버가 가득 들어차는 것을요바람에게 이야기를 실어 보내어 누군가의 바람개비를 돌리는 것처럼뾰족한 바람개비가 돌고돌아 둥그런 원이 될 때까지우리는 이상의 낙원을 바랍니다
- 해파리
- 2024-06-29
그대는 내 눈에 너무나도 반짝여서다른 이의 눈에도 빛나 보일까 불안했습니다미소를 지으면 피어나는 웃음꽃을압화로 찍어내 언제까지나 보고 싶었습니다나의 열기에 당신이 힘들어하는지도 모른 채그저 그대만을 내리쬐는 태양이 되고 싶었습니다사람은 사랑을 할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우리 사이에는 그다지 어울리는 말은 아니었습니다아직까지 남아있는 열기를아직 떨리고 있는 마음을시원한 바닷바람 아래서 지그시 잠재워 봅니다그대는 내가 오를 수 없는 가파른 밤이어서그저 밑에서만 바라보며 누워봅니다
- 해파리
- 2024-06-15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