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 작성자 이형규
- 작성일 2024-09-04
- 좋아요 0
- 댓글수 1
- 조회수 460
우산 없이 길거리에 던져진 어느 날
그 순수를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걷는다
걷다보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가 있고
아이의 까진 무릎이 물웅덩이에 비춘다
물웅덩이 위로는 달팽이가 흐른다
흐르는 것은 배경이다.
배경도 흐른다
달팽이를 배경으로
나는 자주 넘어진다
달팽이를 밟고 넘어진다
일곱번은 넘어지고 여덟번은 울었다
그렇게 나는 울었다
추천 콘텐츠
맥도날드가 있는 주유소기름을 넣고 있다휘발유 1623원 주위를 둘러봐도 우리 말고는 없다고속도로, 나무 한그루 없는 이곳이다 맥도날드 너머로는 보이는 것이 없고무언가 엇갈림을 느낀다슥슥 비빈 손으로 기름을 넣고맥도날드를 먹기로 한다 맥도날드에는 점원이 없고 주문을 받은 점원이 친절하다 콰트로치즈버거를 주문했으므로 나는 콰트로치즈버거를 먹고 배가 부른 나는 기분이 좋다 주유소를 나가면“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마중나오는 직원이 있고 나는 또 올 일이 없음을 깨닫고 창문을 닫았다옆자리에는 네가 없었다
- 이형규
- 2025-06-10
원형 야외 공연장 너는 가장 아래에서 공연을 한다 관객은 없으므로 너의 친구들은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다친구들은 사각이 없고 너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너는 노래를 부르고너는 인형극을 하고너는 발레를 한다물이 침범한다발 끝에서 부터 물이 차오른다물에 잠길 친구들을 떠올리며 너는 슬픔을 공연한다 너는 말이 없다소리가 없는 세계다 그곳에는 악기가 없고 노래가 없고 친구들이 없다 너는 발레를 하고점점 더 슬퍼지고 슬퍼진다는 말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고 한때 친구라고 불렸던인형들이 떠오른다
- 이형규
- 2025-06-09
문이 닫힌다 영원히 깨지 않을 것만 같은 꿈이다 잘려나간 것은 팔나는 나갈 곳을 찾는다 가끔 나의 꿈을 방문하는 친구들이 있고 잘려나간 오른쪽 팔이 돌아오지 않는다 꿈속에는 자리가 없어서 몸 앉는다 우리 잠시 죽어있기로 해 너는 그런 말을 한다 꿈 속에서는 자주 죽는 사람이 있고 그건 당연한 것이 되었다K는 오른손 잡이였으므로서툰 글씨로 마지막 문장을 썼다‘보고싶다고 그곳을 보면 안되는 것이었다.’
- 이형규
- 2025-06-08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이형규 님의 <순수> 잘 읽었습니다. 2, 3, 4연이 몹시 시각적으로 감각적이고 좋았습니다. 아주 탁월한 묘사들이었어요. 다만 1연과 5연에서 시를 통해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강박이 느껴지는데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묘사가 형규님의 큰 장점처럼 느껴지니 지금처럼 보이는 것들을 언어화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시들을 써보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
@김선오 항상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