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없이
- 작성자 임세헌
- 작성일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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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14
머리가 아파서
머리를 자른다
머리는 구른다
탁자 밑을 구른다
책장 옆을 구른다
거실유리에 부딪힌다
이제 최고의 상태야
몸이 없는 머리는 말한다
나는 미친걸까
라는 몸의 말
핏방울이 보글보글 오르며 말한다
그래도 괜찮아 매끈하잖아
머리가 말한다
엄마!
문이 열리고
학교에서 딸이 돌아온다
머리 없이
다정하게
딸을 안
지금 뭐하는 거야
머리가 탱탱볼처럼
통통 튀어온다
너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머리는 몸이 들고 있는 종이를 뺏는다
학원광고와 기부광고와 빚독촉을
머리는 몸을 가둔다
방에 가둔다
십년간 가둔다
십 년 후 몸이 문을 열고 나오자
딸이 있었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빽빽이 적힌 글자를
외우고 있었다
몸은 딸을 안아주었다
그런데 딸은 몸이 없었다
꺼져 방해돼
머리의 말에
몸은 안방으로 사라졌다
또 다른 몸이 있었다
보글보글
보글보글
몸과 몸은 오래 보글보글 거렸다
안방에서 몸과 몸은
서로 포옹했다
머리의 세계 속에서
보글보글
핏방울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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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세헌
- 2024-10-05
저기에 보여작고 반짝반짝한스타링크들
- 임세헌
- 2024-10-04
전화가 왔다맨 손을 귀에 대는트랜스휴먼
- 임세헌
-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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