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 작성자 임세헌
  • 작성일 2024-10-05
  • 조회수 150

그들의 길이는 아주 길다


때때로

아무 이유 없이

아니면 이유는 있지만

아무 이유 없는 것처럼


선을 긋는다


책의 인상깊은 문장엔

절대로 선을 긋지 않는다

긋는 순간 나의 정신은

몇 십 년 전 고등학교


그저

선명상을 하듯

아주 천천히

순수하게

선을 긋는다


경복궁에 선을 긋고

광개토대왕릉비에 선을 긋는다

그리고 에펠탑에도


어느새 뉴스엔 

내가 나온다

흑백

cctv 화면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채

건물에 선을 긋고

서둘러 도망가는 모습이


그래서 오늘은

흰 후드를 입고

선을 긋는다


성당의 하얀 돌벽

울퉁불퉁한 돌 위로

선을 긋는다


선 속에서

나는 성당과 잠시

얘기한다


넌 누구니?

난 성당이야


왜 이러고 있어?

누군가 날 만들었어 다리 없이

나한테 다리 좀 만들어줘

이곳 너무 갑갑해

다리는 만들 수 없지만

선은 그어줄게


빗소리도 없고

발소리도 없이

선 긋기 좋은 밤


그어진 선 하나에

말숙한 신사들은 가고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된다

경쾌하게

성당과 나는 왈츠를 춘다


그것도 잠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là! arrêt

하니

도망친다

임세헌

추천 콘텐츠

그들이 왔을 때

똑똑내 안의 소인이두개골을 두드린다잠시 후 천둥처럼두개골이 울리고나는 그것을 두통이라 부르고 싶다두통은 멈추질 않고때때로 머리에 손을 넣어소인을 빼내어딘가에 던져놓지만다른 소인이 병정처럼밤에 또다시 귀로아니면 코나 항문으로혹은 요도로 들어와똑똑 소인을 막기 위해티비를 끄고라디오를 끄고안테나를 부쉈다그러다우웩하고 구토감이명치에서 목으로막 막 불처럼 솟아목구멍까지 올라왔다둥글고 흰 변기를 보며안정감 있는 타원을 보며구토했다그러자 소인들이소인들 한 무더기가수천의 살아 움직이는머리있고 팔 있고 다리 있는 것들이내 목에서 사정없이 막막쏟아졌다변기물에는 성수기 워터파크처럼소인들이 그득그득 모였다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서로 재잘거리고물장구를 쳐댔다얼핏 보아도 삼천은 되었다변깃물 대신 거뭇거뭇한 머리만 보였다짜증나서 물을 그냥 내렸다파이프를 역류하는끔찍한 괴성들과 함께소인들은 전부 말끔히사라졌다거실에 앉아오랜만에 멀쩡하게티비를 볼려는데다시 속이 울렁거렸다하지만 전처럼 머리가 어지럽다기 보단세상이 어지러웠다세상이 쿵쿵거리고이리저리 흔들렸다재빨리 일어나커튼을 열었다창 밖에 있는 것을나는 보았다빌딩 숲에서거인이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괴성을 지르며

  • 임세헌
  • 2024-11-01
도끼

키가 너무 커서 도끼가 필요할 것 같다 발이 침대 밖으로 나오자 도끼를 휘두른다 댕강하며 나무가 쓰러진다 한 번 더 휘두르고 또 휘두르고 계속 휘두르다 놓친 도끼가 호수로 날아간다 어쨌든 토막내어지고 토막내어진 것들로 내 키만큼의 침대를 만든다 장식도 조각하고 침대도 다듬었다 머리맡에는 여의주를 문 두 용 옆면은 십장생 발 끝은 혹시 몰라서 원앙 하지만 장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침대를 작살내었다 다시 도끼가 필요하다 그날 밤 도끼를 찾으러 호수로 잠수했다 호수엔 도끼를 먹고있는 인어공주가 있었다 왜 이걸 드십니까 배가 고파서 먹은 게 없어 이건 독입니다 독 어쩐지 인어공주는 마음에 들었다 도끼를 사랑하는 가르고 부수고 깨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인어공주를 사랑했다 같이 밖으로 나가서 진지를 드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안 돼 세수를 못했어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진짜야 공주가 진지도 못 드시고 세수도 못 하시고 이런 촌에 있는게 말이 됩니까 환경오염이 심해져서••• 진부하네 그날 밤 호수는 붉어졌다 물에 젖은 채로 도끼를 바라보며 무엇을 새길 지 알게 되었다 인어공주를 새겨야 겠다 말을 못 하는

  • 임세헌
  • 2024-10-25
25시

25시시계는 23시한 시간 후 24시를 넘어1시가 된다25시는 오지 않는다6시까지 잠을 잤다6시 30분까지 정류장에 갔다6시 40분에 버스가 오고7시까지 다신 오지 않는다출근은 7시까지다6시 50분에 도착했다엘레베이터를 타고 6시 55분에 자리에 앉는다잠시 눈을 붙이고 7시에 일을 시작했다일은 18시까지지만 크런치 기간에는 22시까지다모던 타임: 7 to 22집에 오면 22시 20분22시 30분에 하는 드라마를 본다드라마는 23시 30분까지 날 웃긴다중간 광고 2분 빼고물론 2분이 웃길 때도 있다난 24시에 눕는다0시에 눕는다23 59 5723 59 5823 59 5900 00 0025시는 오지 않는다핸드폰이 방전되서 10시까지 잤다난 10시 10분에 집을 나섰다10시 40분까지 버스가 오지 않았다10시 25분에는 왔어야 했다10시 50분에 탄 버스엔 알코올 향이 진했다11시에 회사에 도착했다엘레베이터가 고장나 11시 10분에 자리에 앉았다모두들 일하기에 바빴다나는 평소처럼 자리에 앉았다평소처럼 시계를 봤다재깍재깍 시계가 돌았다1을 지나2를 지나3을 •••••2425잠시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았다

  • 임세헌
  • 2024-10-17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