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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 작성자 백석
  • 작성일 2024-10-31
  • 조회수 246





눈을 감았다 뜬다

각막을 닦고 냉장고를 본다

냉장고가 참 크다 

냉장고의 역할을 떠올린다. 

냉장, 썩지마라, 냉동, 오래가라

문득 냉장고와 키스는 같대

고개를 돌렸다. 

문득, 문득, 드문, 드문 

기억이 오래된 고향에 돌아오면 

냉장고에서 찬기가 

겨울이라기엔 모기가 너무 많아

남자의 엉덩이에서 여자의 엉덩이를 보고

까맣던 항문과 새하얗던 엉덩이

깨물고 싶었는데

이래서야 빨간 모닝을 못 타

모닝만 보면 혓바닥이 나와

바닥을 쓰니까

다시 냉장고로 돌아와서 

원룸방의 냉장고를 부수면 

감옥에 갈까 

감옥보다 작은 내방 차라리 냉장고가 크다

들어갈까 

추운데

싫은데

구기면 들어갈지도 표정을 구기고

짭 대리석 바닥에 앉아 모기향을 뿌린다

역시 싸구려야 여기는 

나도

청소는 까먹은 지 오래 

생각도 까먹었어  

그럼 그 여자애는 

기억하지

어디에 있지 

냉장고에 있다

아 비유는 아니야 

걘 냉장고에 있어

하얀 살점

아 들어가고 싶어졌다

추운 거 싫은데 아침은 벅차

둘 다 싫어

천장을 잘 봐 거기에 벌레가 있어

맞춤법을 까먹어 

주소도 까먹어 

전화번호랑 누르는 것도 까먹어

냉장고에 들어가야 해

바닥을 기어 

먼지가 묻었네



추천 콘텐츠

작게 쓴 바다

책을 한 권 읽었어. 목욕 중이었지. 떨어뜨리고 싶었어. 첨벙, 정적, 물결 내 때에 회색이 된 물, 언제였지, 언젠간 익숙한 경험이야. 분명 나는 한 권의 책을 떨어뜨렸지. 젖었지. 깊은 것까지, 잉크는 번지고 종이는 흩어지지, 그 물 속 나는 어디에 있었지흰 욕조에 가지런히 누운 내 몸이 있다. 붕대를 감지 않은 살구색 미라. 젖었어, 비가 오지 않는데왜 세상은 흘러넘쳐? 불러 터진 내 손가락에서 썩은 내가 났다. 나를 빨아들인다. 검은색 블랙홀이. 근데 액체, 근데 흰 욕조였다. 나를 핥아. 푸르지 않은 물들이 내 꿈은 물이 되는 거야, 검은 해변은 저녁인 거지, 누런 모래, 모래를 핥던 파도들흰 거품, 따스해 보였지, 겨울의 새벽은 추웠으나사실 다 거짓말이야 우린 그 정도로 낭만적이지 않았잖아너는 비웃지. 파도가 어디에 있었냐고 언제 해변을 걸었냐고나는 침묵. 뜨거운 물을 부었다.타들어 가는지, 수증기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많은 것들이 흐릿하다. 안경을 벗었거든.여긴 욕조, 아니 수족관, 물고기는 어디, 유리를 봐너의 얼굴을 봐, 은색의 비늘, 작은 아가미난 당신의 저녁이 될게, 식탁에 나온 내 뼈를 바르지 말아줘끝없는 비린내, 사타구니, 겨드랑이에서 뿜어진다잘라낼 거야. 나는 그렇게 말했고 너는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더러워, 사랑해, 이 세상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아바다는 아직도 미지야, 그럼 나도 미지야 그리고 너도파도가 될 게 아니야 바다가 되어끝없는 유리의 손자국, 우리의 흔적.생선에게 눈이 없는가. 팔, 다리를 잃었고 욕조가 수조가 되어버려 몸부림치고내 눈은 누군가의 젓가락 사이에 있어. 제발 먹어 너의 속을 보고 싶어, 심장부터 간과 대장까지. 일부가 되어 파도가 된다면 바다가 된 것인가 그렇다면 강조차도 바다인가너가 내 목을 물어뜯으면 나는 너의 일부인가, 그래서 물어뜯지 않았다너의 하얀 목, 어떤 불량식품보다 더 단. 참았어. 일부가 되니까 너의 눈이 내 심장을 보면 안 돼 내가 끄적인 글들의 뜻을 알게 되면 네 속을 보지 못해검은 아스팔트, 야외의 냄새, 끝없는 달달한 냄새는 사실 못된 냄새지 너의 폐를 뜯어먹으니까. 안개를 만들었어. 너는빨고 뱉어서, 그럼 나도 빨고 뱉어? 그래서 여긴 바다야. 들어왔다 나갔다 모래 몇 개 남기고 가는 비정한 파도가 될게끝없는 고요는 사실 할 말이 없어. 말이 많아지면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일단 사랑했다. 얼어붙은 강에 누워서 어떻게 영원한 사랑을 꿈꿔? 끝 음을 올렸다. 너가 웃도록. 벌써 내 욕조는 따뜻하다. 나를 끌어안은 것은 바디워시참을 수 없어서 사타구니를 긁었어, 파일 때까지. 문신을 지운 거지너와 같아지고 싶어서. 욕실의 전등은 내 눈같이 깜빡이고문장을 읽어야 해, 암호를 맞추는 강박증이 있다사실 직설화법이었어. 그 암호는, 그 문장은새기다 보니 잊혀졌어. 내가 물과 같은 색이 된다면 투명해지고물은 탁해져서 하수구로 빠져나가면, 추워온수를 틀어, 고기 냄새가 날 때까지, 난 지구 아래가 어울려넌 나보다 살짝 위 아니면 너의 알몸을 볼 수 있겠다.

  • 백석
  • 2025-03-21
그리고

쓰고 지우면 아무것도 쓰지 않은 건가요 그럼 전 흰백지가 되고 싶어요. 잉크 묻은 손가락을 죄다 자르고 아빠한테 물었어요. 언제쯤이면 내 까만 살들이 다시 하얘질까요. 하얘져도 까만 것은 사라지는 건가요. 아파요. 하얘지는 것도 까만 것도. 까만 것이 하얘지는 것도.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거울을 보면 똑같은 거울이 눈앞에 있고 겹치고 겹쳐서 제가 너무나 많았어요.그러면 제비꽃 같던 아빠의 미소는 사라지고 작은 선인장 하나가 남아요. 선인장과 저는 맨날 같이 울었어요. 사막에선 시끄러운 노랠 틀어야 잠에 드나 봐요. 미안해요저의 수많은 얼굴들엔 바다가 살고많이도 죽어요.아빠와 엄마, 너와 너였던 너, 저와 나는 익사자 명단에 오르고 내려가고 근데 지워졌어요. 수많은 얼굴과 마주한 수많은 얼굴들은 다들 제 얼굴에 속고당신은 오늘도 제게 속아요. 저는 거짓말쟁입니다하얀 종이들이 휘날리면 당신의 눈은 눈물 덩어리가 되고 저에게 남은 선택지는 흰백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거였어요. 오늘, 눈 위를 걷고 넘어져 멈추고 싶었어요. 저는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웃는 얼굴 안에 웃는 얼굴이 있고점차 작아지고 제 진심은 없어요. 웃는 얼굴은 사라져요. 눈이 와요. 하얘요. 바라보는 것만으로 하얘지는 것빛이 밀려와 내 침대까지 닿으면 선크림을 발랐다 흰 천장에 실종되어 버린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며저를 믿지 말며, 지나치는 것을 사랑하는 얼굴과 미련하게 붙잡는 얼굴둘 다 나이며, 내가 아니고, 눈이 내린다. 제 잠은 기도가 되고 오랜만에 오지 않는 꿈은 죄책감 때문일까. 고인 눈물은 새벽의 이슬이 되어얼굴에 하얀 페인트를 발라, 나는 거짓말쟁이, 선인장의 친구가진 거 없는 사람, 배곯지 않는 소파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는 눈과 널브러진 많은 얼굴들. 눈 위에 새겨진 발자국에는 얼굴이 없어 저는 그를 따르고발가락 사이에 치밀어 오르는 차가움과 종아리의 시큰거림을 기억하며당신이 제 얼굴에서 제비꽃 하나를 본다면 제 얼굴은 눈사람, 당신께 녹겠지.

  • 백석
  • 2025-01-31
틈을 비집고 나온 정적

내 하품을 사람들은 슬픔이라 착각하지조용한 천장을 바라볼 때 하품이 많다동생은 맨날 코골이만 느끼고엄마와 아빠는 멀리 안방에 산다어떤 것을 설명하려면 백마디가 필요하다난 한마디면 충분하다하품이 나왔다코골이의 권태와 벌레없는 겨울의 고요생각하는 동상처럼 침대에 누워맺힌 눈망울, 떨어진 물 하나내 째진 눈에서 사슴을 본다면 좋을 텐데다들 증오하는 얼굴을 본다그대들의 눈은 검은 노른자처럼 둥글어서나를 다트의 과녁으로 쓴다내게는 한마디가 사는데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 하품으로 나오고어른들은 시식코너를 지나쳐 보지 못 한다아무리 들끓어도 라면 넣을 타이밍을 놓쳤고나는 지루해서 그만뒀다이불을 꾹 눌러 씌어 어둠을 밀어내고눈물이 나온다아니다 하품을 했다이 저녁이 조금 지루하다

  • 백석
  • 202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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