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 작성자 백석
- 작성일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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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18
눈을 감았다 뜬다
각막을 닦고 냉장고를 본다
냉장고가 참 크다
냉장고의 역할을 떠올린다.
냉장, 썩지마라, 냉동, 오래가라
문득 냉장고와 키스는 같대
고개를 돌렸다.
문득, 문득, 드문, 드문
기억이 오래된 고향에 돌아오면
냉장고에서 찬기가
겨울이라기엔 모기가 너무 많아
남자의 엉덩이에서 여자의 엉덩이를 보고
까맣던 항문과 새하얗던 엉덩이
깨물고 싶었는데
이래서야 빨간 모닝을 못 타
모닝만 보면 혓바닥이 나와
바닥을 쓰니까
다시 냉장고로 돌아와서
원룸방의 냉장고를 부수면
감옥에 갈까
감옥보다 작은 내방 차라리 냉장고가 크다
들어갈까
추운데
싫은데
구기면 들어갈지도 표정을 구기고
짭 대리석 바닥에 앉아 모기향을 뿌린다
역시 싸구려야 여기는
나도
청소는 까먹은 지 오래
생각도 까먹었어
그럼 그 여자애는
기억하지
어디에 있지
냉장고에 있다
아 비유는 아니야
걘 냉장고에 있어
하얀 살점
아 들어가고 싶어졌다
추운 거 싫은데 아침은 벅차
둘 다 싫어
천장을 잘 봐 거기에 벌레가 있어
맞춤법을 까먹어
주소도 까먹어
전화번호랑 누르는 것도 까먹어
냉장고에 들어가야 해
바닥을 기어
먼지가 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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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
- 2024-10-29
저녁의 검은 얼굴을 바라보면너와 눈이 마주친다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닮은 너는영원히 거기에 서 있었다내가 알지 못한 채수억 번 고개를 숙여도 단 한 번 고개를 들지 않았고내 못난 손은 검은 허공을 맴돌다쏜살같이 지나간 저녁의 꽁무니를 뒤쫓지뒷걸음질이 습관이어서뒤통수가 깨지고어쩌다 너를 마주치면 추워라 말하고 도망쳤지검은 하늘의 너는 반짝여 숨을 쉬지만나는 사람이더라너가 사라지게, 전등의 밝기를 올리고 또 창을 바라보지그날은 입김이 나왔어, 한숨이 눈에 보였어라고 말하며 평생을 이렇게 살고 영원히 넌 서 있고 넓고, 두렵고, 검은 바다에너와 나 단둘이평생의 유통기한은 언제근데 오늘고갤 들었지눈이 부셔아, 태양이 숨을 쉬는구나
- 백석
- 2024-10-27
화장실의 직사각형의 타일들그 위에 쪼그려 앉아울었다나는 왜 우나요바다의 짠내가 나던 여름의 바람흩날리는 담뱃재처럼 나는 날아간다장마를 잊은 채 하늘 위에서 춤을 추던나는 웃는다뜨거운 탱고이자열대야보다 뜨거운 밤날아갔다비가 떨어진다 화장실의 타일에 노크하듯천천히 적시다 마침내 쏟아낸다 날아가면 잡지 못하는데나는 날아간다내가 날아갔다어느새 여름의 바람에서 비린내가 난다썩을 듯한 악취가 난다어제먹은 갈치의 비린내와 같은참으로도 씁쓸한 맛이었다그래눈물과 때와 냄새들에락스를 뿌리자그 유독함이 여름의 짠내를 누르고더욱더 더욱더 하얘지도록 겨울이 되도록
- 백석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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