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은 없다
- 작성자 임세헌
- 작성일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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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368
활주로를 달려갈 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꼴리는 대로 살아왔음을
무면허로 비행기를 조종하자
비둘기는 자유의 상징인데
비행기는 왜 우릴 억압하니
왜 엑스레이로 우리 몸을 구석구석 찍을까
그럴 때 마다 난 성기에 뼈가 없는 걸 다행이라 생각했어
모두들 자신만의 비행기가 필요해
억 대의 비행기가 날아다니면 참 멋질거야
하늘엔 새보다 비행기가 많고
세상은 븅븅거리겠지
우리가 달릴 수록
지구온난화는 더 심해질 거고
우린 더 뜨겁고 열정적이게 달릴거야
사하라에서 프로방스로, 노르웨이로, 아이슬란드로 날아다니는 큰줄흰나비처럼
수분하는 대신에
항공유를 뿌리겠지만
연료가 다 떨어져서
천 대의 비행기가 추락하겠지만
절대 회항은 없어
박살날 때까지
추락하는 천 대의 비행기를 피해가는 거야
천 대의 비행기가 뜨고
천 대의 비행기가 지고
새들을 분쇄하고
대기권을 뚫고
활주로를 달려갈 때
나는 깨달았다
땅과 하늘은 구분되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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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에 오줌을 쌌다 아내가 있었다 나는 아직 어린가봐 아내는 사과를 깎았다 회전비행을 하는 새처럼 칼날이 껍질을 갈랐다 하얀 과육이 드러났다 껍질을 뚝뚝 때며 내게 과육을 내밀었다 나는 아직 어린가봐 먹어줘 과즙이 튀었고 아내의 입 주변이 번들번들했다 과육이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알몸으로 이불을 빨았다 하얀 빛 아래에서이불에 자국이 퍼져 있었다철벅철벅 밟아도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아직 어린가봐어느 날은 꿈 속에서 과일이 되었다아무도 오지 않았고 아무도 먹지 않았다 껍질이 벗겨지고 알몸이 되어산산조각 나는 생각을 했다 요의가 느껴졌다
- 임세헌
- 2025-11-05
하나님도 애비가 없다고아원 화장실의 낙서였다그래서 그는 우리를 만들었을까외로워서우리가 시덥잖은 영화나 만들고시시한 시나 쓰는 것처럼서부극 속 존 웨인이 벌집이 될 때 기뻐하고시시하면 다른 채널을 트는 것처럼헤이 존 웨인 하우 얼 유 하면퍽 유 하겠지수 만번 죽어서 힘들고백인이 칭기즈칸을 연기한 노고를 우리가 무시하니깐하나님 보기 좋으십니까?티비를 좀 꺼주세요아니, 존은 체념한 채 이렇게 말한다굿바이 존 웨인. 너라도 잘가렴되돌려 보던 존의 시간이 사라지고적막한 고요아무도 없이......존을 부활시키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영원히 고독 속에 있어야 할까소변기 위에 아빠이자 아빠의 아들이 그려져 있다그곳으로 머리를 내밀며아빠, 당신의 아들입니다일어나서 저도 좀 꺼주세요아니면 채널을 옮겨라도 주세요신은 너무 오래 티비를 보고 있는 것 같다채널도 돌리지 않은 채어쩌면 꿈이라도 꾸기 위해 잠들었을 수도
- 임세헌
- 2025-10-19
머리가 아파서 너 모가지야*손으로 목을 긋는다머리는 부엌에서부터 굴러가거실유리에 부딪친다 상쾌해몸과 떨어진 머리는 말한다왜 이럴까라는 몸의 말 목에서 핏방울이 보글보글 오르며 말한다괜찮아 매끈하잖아 엄마! 문이 열리고 학교에서 딸이 돌아온다 머리 없이 다정하게 딸을 안 너 모가지야머리가 탱탱볼처럼 통통 튀어온다 머리는 장식이냐머리는 몸이 들고 있는 종이를 뺏는다 빚독촉장을머리는 몸을 안방에 집어넣는다머리를 안 쓰면 몸이 고생한다문을 닫는다몸은 머리를 쓰려 했다침대는 점점 피에 젖어 갔다방 밖에선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불필요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필요한 소리만 최소로 들렸다뚝뚝 핏소리만 들으며십년이 흘러갔다딸의 목소리가 들렸다몸이 천천히 문을 열고 나오자 책상에 앉은 딸이 있었다 학원 숙제로손바닥만한 종이에 빽빽이 적힌 글자를외우고 있었다 몸은 딸을 안아주었다 딸은 몸이 없었다 꺼져 방해돼 몸은 작은 방으로 사라졌다 몸이 있었다 보글보글 보글보글 몸과 몸은 오래 보글보글 거렸다 안방에서 몸과 몸은 서로 오래 포옹했다 머리의 세계 속에서 작게보글보글 핏방울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해고를 이르는 표현
- 임세헌
-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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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선경입니다. 임세헌 님께서 올려 주신 시 잘 읽어 보았습니다. "내가 꼴리는 대로 살아왔음을"보다 정확한 문장이 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되는대로 살아왔음을" 같은 문장으로 고쳐 볼 수도 있겠죠. "무면허로 비행기를 조종하자".. 안 되겠지요.. 이는 비행기의 억압이 아니고요. 3연은 이 시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1연에서 4연으로 바로 넘어가는 편이 좋아 보이는군요. 하지만 모두에게 자신만의 비행기가 필요하다는 것에 설득력을 부여해 주어야겠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세헌 님만의 사유, 근거가 필요해 보입니다. "새들을 분쇄"해서도 안 되겠지요.. 마지막 연에 이르려면 하늘에서 만날 수 있는 땅, 땅에서 만날 수 있는 하늘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것들을 장면화해서 그려 보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