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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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한여름 밤의 결투
경허 대선사는 헝겊 조각으로 기운 누더기 같은 가사(袈裟)를 오랫동안 입고 입었다. 가사 안에는 빈대와 벼룩이 늘 들끓었다. 하지만 경허 대선사는 도무지 빈대와 벼룩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사에서 역한 냄새까지 났다. 수발을 들던 만공 스님이 가사를 입으신 지 한 철이 다되어 간다며 갈아입기를 청했다. 경허 대선사는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옷을 벗었다.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빈대와 벼룩이 물어뜯고 피를 빨아 먹어 난장판이었다. 온몸이 불그죽죽 단풍든 것 같았다. 만공 스님이 가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허 대선사는 “만공, 나라고 왜 가렵지 않겠는가. 빈대와 벼룩이 내 몸의 피를 마음대로 빨아 먹을 수 있도록 참고 있는 거라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참다운 수행자가 아니겠는가.” 그 말씀을 듣고부터 만공 스님은 경허 대선사의 가사(袈裟)가 더 이상 누더기로 보이지 않았다. 윙윙윙. 또다시 괴로운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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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Love is our resistance
* Muse의 곡 Resistance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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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먼 곳에서 온 이야기
밥을 먹었다 다시, 투명한 우산을 사서 바깥을 걸었다 혼자서 간 노래방에 동전을 몇 개 집어넣고 가만히 앉아 있어 노래를 부르기 전에 이미 시작한 노래들처럼 목소리에는 부스러기가 많다 세 곡은 부를 수 있었다 가사는 쉬웠다 새와 수화기, 비밀에 대한 이야기 일인용 의자에 한 사람이 더 앉을 수 있다 옆방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미러볼 조명 빛의 색깔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7월이 끝날 무렵에 그랬다 나도 가끔 웃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제는 집에서 키우는 개가 하얀 털을 다 밀었어 간지러워서 자꾸 발을 핥는 루이 엄마한테 혼이 나는 모습이 어딘가 사랑스러워 자취방에서 좋아했던 시집을 정리한다 너에 대해 썼던 메모가 번져 있는 것을 본다 밑줄을 긋는다 모른 척하면 지나칠 수 있었다 나는 잊고 싶은 일은 노트에 꼭 적어 그러면 잃어버릴 수 있으니깐 여름을 적는다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슬프지 말고 잘 지내 혼잣말하자 이 시에 적혀 있다 길에서 들려오는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