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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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화성에 갈 거야
화성에 갈 거야 박선민 누군가 뒤에서 부른다면 아마도 화성일 겁니다. 지구보다 멀리 있을까 가까이 있을까를 묻는다면 무엇을 기점으로 하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낮이 멀리 있습니다. 고정된 두 쪽의 밤을 좌우로 뒤척입니다. 가설은 대기의 흔적입니다. 헤집고 아물기를 반복하는 자국은 수면을 깨고 나올 별의 것일지 모릅니다. 인간은 앉거나 서 있는 자세를 애용하겠지만 낮은 보폭으로 빨라지는 호흡과 가벼운 피가 흐르는 편식 일곱 달짜리 의자를 상상합니다. 상상은 실제의 어느 지점까지 갈 수 있을까요 깃발을 꽂아야 할까요 가벼운 발자국들을 모아 시드볼트에 저장해야 할까요 자화상 비축의 설계가 유행할까요 폐기된 달을 모아놓은 곳도 있다고 합니다. 쓰고 남은 상현달을 모아 두고, 지구의 중고 시장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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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글틴 스페셜_제12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감상&비평 부문 수상작]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김성호 – 멀리 가는 이야기_김보영 내가 글틴에 온 지도 어느 덧 3년째이다. 이야기글에선 거의 뿌리를 내리다시피 살았는데, 나는 내 글을 평해 주시는 선생님이 어떤 소설을 쓰는지, 어떤 작가인지에 대해 아는 게 전무했다. 그저 담임선생님처럼 이름 석 자만 외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이번에야 그 선생님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나는 <멀리 가는 이야기>라는 단편집을 통해 김보영이라는 한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단편집은 다섯 개의 단편과 하나의 연작시리즈로 이루어진 SF소설 단편집이다. 평소에 장르문학이라면 판타지나 공포 쪽을 답습해 오던 나로서는 SF소설 입문작인 셈이다. SF라는 장르가 그리 내 흥미를 끈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과학을 싫어하는 탓에 SF소설은 뭔가 이해하기 복잡한 실타래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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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묵시록으로 읽는 2008년 소설들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가 보고 있는 명백한 묵시록 이전부터, 이 세계에 대한 절망과 기대할 것 없음에 대해서는 누누이 발설된 바가 있다. 아우슈비츠와 현재가 겹쳐지거나, 9.11과 전쟁과 문명과 야만이 빈번하게 교차될 때, 그리고 나아가 “나는 구원 혹은 치유와 같은 말들을 믿지 않는다. 얼마나 많이 속아왔던가. 이제는 아니다. 무엇도 아니다.” (한유주, 「그리고 음악」, 『달로』, 2006)라고 할 때 당시 그것은 얼마나 생경하게 여겨졌던가. 그것이 구체적인 소설의 육체를 입고 있지 않다고 해서 우리는 그저 관념소설의 틀 안에서만 그것을 읽었던 적은 없었던가. 그러나 프레임을 달리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