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1)
Ch.문장모두보기글틴(4)
-
글틴 > 감상&비평 '겨울 빛' 인간이 가지는 믿음의 통로
당신은 본인이 굳게 믿고 있던 대상이 옳지 않음을 깨달을 때 그것에 대해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본인이 정신적으로 크게 의지하는 대상이 불확실하다고 느껴졌을 때의 그 허탈감은 가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가장 철학적이고 탐미적인 방식으로 그 갈등을 바라보고 있다. 신의 침묵영화는 작은 교회에서 토마스가 예배를 거의 마치며 시작된다. 토마스는 신자들이자 이웃들에게 성체를 나누어준다. 오르간 연주자의 연주,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기도문과 함께 예배를 마친다. 이후 예배당에 누군가 찾아온다. 요나스와 카린이다. 그들은 부부이며, 최근 들어 요나스는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있었기에 토마스 신부에게 도움을 받고자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토마스 역시 아내를 잃고 나서부터 흔들리고 있던 상황, 그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카린은 토마스와 요나스가 둘이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며 돌아간다. 그의 주변에는 마르타, 토마스 신부를 사랑하는 여성이 맴돌고 있다. 그녀는 토마스를 향한 애정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가 아내를 잃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감정을 무모할 정도로 쏟아내기도 했다. 그녀는 토마스에게 편지를 보냈고, 이것을 읽은 토마스는 그 편지를 그냥 책상 한편에 둔 채 엎드린다. 요나스는 다시 토마스를 찾아왔지만 그에게서 믿음을 볼 수 없었고, 자살한 체 발견된다. 마르타는 그를 떠났다. 등장인물들의 뒤섞이고 혼란스러운 서사가 토마스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결국 암울한 이 공간 속에서 예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토마스는 믿음 없는 예배당에서 예배를 시작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리에게 믿음이 있다면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목적을 생각해보자. 영화는 신에 대한 신앙심, 신부의 의무 등 본질적인 면과 인간의 불안정함을 주로 나타낸다. 신이라는 존재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자신의 두렵고 나약한 부분을 감춘다. 이를 의도치 않게 드러내게 되었다면 그들은 자신이 믿는 존재의 탓으로 돌린다. 이 영화는 잉
-
글틴 > 수필 영원회고록
에메랄드 빛 홍채는 겨울빛에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녀석으로부터 공포를 느끼고 한 발짝 물러섰다. 녀석의 주위에는 웬 파리떼가 몰려있는 것인지 당황한 기색에 두 발짝 걸어가니 목뒤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게 아닌가. 나의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고 내가 본 것은 에메랄드 빛 홍채가 아니라 그 속의 죽음이었다. 사실 나는 녀석의 삶을 매일 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녀석이 아니라 녀석과 같은 종의 삶을 말이다. 나의 작은 유리창 너머에서는 고양이가 맹리 수백만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사랑받는다. 말랑말랑한 발바닥과 똘망똘망한 눈동자는 우리의 모성애를 자극하기에 충만하다. 나 역시 좋아요를 누르던 한 사람이다. 그런데 죽은 고양이 시체 앞에서 본능적인 뒷걸음질을 친 내가 정말 고양이를 좋아한다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가 가진 발바닥과 눈동자,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역동적인 생명의 태동이 아니었을까.
-
글틴 > 감상&비평 어린아이의 감정으로 풀어낸 전쟁의 참상, 이반의 어린시절
또한 이 영화 역시 겨울빛과 마찬가지로 음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그 영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중요하게 여겨진다. 중요한 정보들을 기록하는 연필의 서걱거리는 소리, 종이의 펄럭임, 바다와 모래사장의 고요한 소리는 영화의 유일한 힐링 요소로 작용한다. 이반의 주변인들, 그들이 바라보는 때로는 따뜻하고 애정 깊은 시선과 말들은 어린아이를 돌보는 모성애보단 전우애에 가깝게 들리는 것이 무척이나 야릇*하다. 당연하게 여겨져야 할 요소들이 이곳에서는 이질적으로 작용한다는 것 역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또, 영화 내에서 전투와 같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울하면서 피폐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은 감독의 능력과 재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 속 자작나무들의 무늬는 마치 그 속의 등장인물들을 지켜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