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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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기형도 시인학교 ‘시 합평반’: 서윤후 작가와의 인터뷰
시는 완벽하고 결점 하나 없는 일이 되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완벽한 결점 하나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타협과 불화에 능란하게 대처하면서, 시를 쓰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게 쓰고 있을게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저 계속 시 쓰고 있어요’라고 기꺼이 말할 수 있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서윤후 작가님 감사합니다. 또 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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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서울(제9회)
위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로받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드는 걸 동생은 스스로의 결점 탓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동생의 얼굴에 떠오른 복잡한 표정을 보고서야 소년은 자신이 무언가 실수했음을 깨달았고 그와 비슷한 실수를 전에도 저지른 적이 있으며 그리고 앞으로도 그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해서 저지르게 될 거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얼마 뒤 아버지의 생일이었다. 자정도 지나 우르르 몰려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료들은 방을 다 차지하고 앉았다. 소년과 동생은 집 앞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가로등보다 커다랗게 보이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술 취한 아버지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기고만장했다. 이따금 아버지보다 늙어 보이는 아버지의 동료가 한 사람씩 나와 형제에게 돈을 쥐어주고 편의점으로 심부름을 보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들은 어디에선가 날마다 그처럼 모여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서로의 멱살을 잡으면서 모종의 파렴치한 일을 계획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하며 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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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우리 이웃의 문학
하지만 소심함을 그냥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단지 개인의 심리적 결점 정도로 이해해도 좋은 것일까? 윤이형의 「작은마음동호회」는 '소심함'이라는 단어를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맥락에 접합시키려는 독특한 시도이다. 여기서 소심함은 개인이 어쩔 수 없이 가지는 심리적 결점이 아니라 모종의 사회적 관계가 개인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킨 결과로 제시된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작품에서 '작은마음동호회'를 결성하는 사람들은 유달리 소심한 사람들이 아니다.(정말 소심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모임을 만들거나 가입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동화를 쓰는 사람도 있고, 번역을 하는 사람도, 외주 편집자도, 프리랜스 웹 디자이너도, 패션지 자유기고가도 있"으며, 비록 "유명인은 없지만 다들 쓰는 일에선 한 가닥씩" 하는 사람들이며 때로는 "독설 넘치는 비평가들"이다.42) 마르크스는 어디선가 '흑인은 흑인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그는 노예가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