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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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소설14)에서는 15세 소녀 정애가 노래를 부른다. 소녀에게 접근하다가 뒷걸음치고,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는 자는 남성이다. 그는 일단 여성의 노래를 매혹-유혹의 혼합물로 감각한다. 보험증서가 그렇듯, 아무 일 없으면 본전을 유지하고, 사건 발생 시에는 목적적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남성이 그 노랫소리 쪽으로 접근해 오자 정애는 노래로 감정 전략을 현실화한다. 폭력적 동일화를 획책한 이 남성에게서 우리는 노래 부르는 여성에게 내면화된 대남성적 감정을 읽는다. 지배적 타자인 남성 앞에서 정애는 끝끝내 노래로 버틴다. 떨지 않고, 울지도 않으려는 결기로부터 구조화된 행위다. 반면 노래 쪽으로 거리를 좁히는 남성은 위계적 동일화를 꾀한다. 여성 몸의 좌표가 처음부터 복잡하게 현실적 지점을 찾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는 무지하다. 잘 숨겨야만 일상화될 수 있는 폭력을 정애가 노래로써 폭로한다. 14) 공선옥,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창비, 2013. ‘카’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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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 공선옥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1991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멋진 한세상』, 『명랑한 밤길』, 『나는 죽지 않겠다』, 장편소설 『유랑가족』,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영란』, 『꽃같은 시절』,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신동엽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올해의예술상·요산김정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장웹진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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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가능성을 일깨워 주었다. 1990년대의 대표 작가인 은희경, 공선옥, 조경란, 윤대녕의 신작 출간도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특히 현대인의 고독과 분열을 특유의 섬세한 언어로 묘파한 은희경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내면의 독백을 통해서 요리와 욕망의 관능성을, ‘혀’와 ‘음식’이라는 감각적 소재를 통해서 굶주림과 갈망의 순간성을 보여 주는 조경란의 장편 『혀』는 그들의 소설이 1990년대와는 사뭇 다른 지반 위에서 다시 출발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읽혔다. 3. 미래파의 여진, 그리고 서정시의 새로운 표정들 2005?2006년의 시단(詩壇)은 ‘미래파’의 열기로 뜨거웠다. 전통서정시의 동일성 문법에 대한 젊은 시인들의 반발과 시적 실험은, 옹호와 비판의 입장을 떠나서, 새삼 시(詩)의 실정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