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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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옛날 귀신
옛날 귀신 이민하 죽은 사람이 밤마다 따라왔다 하루 이틀 사흘 나는 눈을 감고 달리다가 백 일이 되던 날 눈을 뜨고 달렸다 천 일이 되던 날 달리기를 멈추었다 발끝에 힘을 주자 나는 날았고 내 발로 꿈속을 걸어 나왔다 # 누나, 자각몽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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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은우는 모기 귀신
은우는 모기 귀신 김현경 1장 은우는 모기 귀신 “은우야, 선생님 말씀하실 때 큰 소리로 대답해라.” 엄마가 현관까지 따라 나오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엄마, 아침에 벌써 똑같은 말 다섯 번 했어요. 제 귀에 딱지 앉겠어요.” 나는 입을 쑥 내밀며 툴툴댔다. “엄마한테는 그렇게 말만 잘하면서 너는 왜 학교에서는···. 으휴!”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교문에서 우리 반 호석이를 만났다. “모기 귀신! 메롱!” 호석이는 나를 보고 혀를 쏙 내밀고는 뛰어갔다. 아침부터 기분 나쁜 별명을 들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너 거기 안 서!” 나는 호석이를 잡으려고 뛰어갔다. 호석이는 복도를 지나 교실로 쏙 들어갔다. 교실 앞문에 이미자 선생님이 서 있었다. ‘교실과 복도에서 걸어 다니세요.’ 이미자 선생님이 우리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나는 호석이를 잡으러 가다가 멈추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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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어떤 싸움의 기록 외 1편
그런 난투극 뒤에 집이 귀신 같다. 쓰러져 있는 눈썹 문신만 남은 여자의 볼을 오래도록 핥아 주고 싶었네. 귀신 같은 살로, 귀신처럼 살아온 아비의 연애편지 같은, 아비의 땀방울 같은 사라진 살을 핥고 싶었네. 미안. 아닌 곳에서부터 아닐 곳까지, 귀신 바람이 계속 불고, 미안, 귀신처럼 가렵다. 귀신 같은 냄새가 난다. 귀신 몸은 짠맛이 난다. 귀신처럼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