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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스페셜-글틴 출신 작가 초대석] 글틴 회상 양선형 글틴에 처음 가입했을 때 내 나이는 열여덟이었다. 나는 열일곱 여름 고등학교를 그만두었으며, 기나긴 잠, 그리고 잠보다 더 지루하게 계속되는 무기력한 기분 속에 빠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내게 청소년기는 무기력과 권태, 소파 위에 누워 뭔지 모를 불만으로 뒤척이는 나날들을 환기시킬 따름이다. 나는 종일 영화를 보거나 제자리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가끔 산책을 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친구들을 만나, 이 불쌍한 고등학생 놈들, 이죽거리며 반나절에 이르는 수면 시간이나 궤도를 완전히 잃어버린 생활의 리듬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쉽게 침울한 기분을 느꼈다. 친구들은 내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제외한 자퇴생의 장점들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았다. 글틴 사이트를 알게 된 것은 그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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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글틴, 여지없이 빛나는 우리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글틴, 여지없이 빛나는 우리 손자연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글틴’에 대한 추억담을 풀어야 하는데, 도무지 첫 문장이 써지지 않는다. 그럴 법도 하다. 강산도 바꾼다는 세월 동안 그들은 시인이, 소설가가 되어 꽤나 이름을 떨치고 있다. 글틴 출신 작가들 틈에서 새우등 터질까 나는 지금 몹시 떨고 있는 것이다. 빈 문서1을 멀뚱히 쳐다보고 앉아 있다 나는 마침내 잊고 있던 블로그를 떠올렸다.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는 사진과 마주했다. 피식 웃었다. 오호라! 너희들의 ‘흑역사’를 내가 쥐고 있구나. 그리하여 나는 갑이 된 기분으로, 새우가 아닌 척하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코끝을 간질이는 추억을 꺼내보려 한다. (사진=2007년 2월 어느 날의 혜화역 4번 출구.) 혜화역 4번 출구 앞. 다섯 명에게 연락했을 뿐인데도 늘 스무 명쯤 북적이던 곳. 우리의 오프라인 만남은 언제나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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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글틴캠프, 마피아의 추억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글틴캠프, 마피아의 추억 허승화 2010년 1월, 겨울이었다. 나는 19살이었다. 어느 청소년 수련원에서 글틴 캠프가 열렸다. 주변이 한적한 곳이었다. 그날은 날씨가 추웠다. 나는 따로 캠프장까지 찾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캠프에 가보니 글틴 출신의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도우미로서 참가했고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비평글부터 시, 소설까지 한 해 동안 글틴에서 활동했던 주 장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내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적당한 곳에 앉아서 캠프에 참가한 같은 학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곧이어 캠프들이 으레 그렇듯이 구성원들은 몇몇 조로 나뉘어졌다. 대학생 언니, 오빠 한 명이 조장을 맡고 연령대가 다양한 글틴 친구들이 조원이 되었다. 나는 같이 온 친구와 나뉘어 다른 조로 배정이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낯을 가리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 상황이 조금 난감했다. 캠프는 총 2박 3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