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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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임하는 마음
김민지 언니가 나보다 더 놀랐다는 듯 자기 입을 가렸다. “미안. 넘어질 줄 몰랐어. 윤영이가 아까 너 봤다고 해서 귀신이라고 했더니 막 울잖아. 경비 아저씨도 너 못 봤다던데. 네가 근데 여기 왜 있냐?” 박경란 언니가 똑바로 사과하라면서 김민지 언니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김민지 언니는 대들었고 둘이 씨름하는 동안 모랫바닥의 선이 지워졌다. 박경란 언니가 일부러 문질러 없애는 것 같기도 했다. 김민지 언니가 내 존재를 작은 선생님에게 이른다고 협박했지만 이제 나는 작은 선생님이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천천히 일어나서 날아갔던 한쪽 신발을 발에 꿰었다. “너 아직도 그거 신고 다녀? 엄마한테 하나 사 달라고 해.” “엄마 마트 갔어.” 김민지 언니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신발을 사러 마트에 갔다고 착각한 것 같았다. 엄마가 마트에 갔다는 말은 시외버스터미널 창구 직원에게 그랬던 것처럼 의외의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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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홀가먼트
홀가먼트 김민지 뼈가 보호하는 방식 살이 보호하는 방식 털이 보호하는 방식 우린 그걸 어떻게 지켰나 싶어 시접이 없는 니트를 입은 듯 안감의 기분을 모른 채 솔기솔기 꿈에서 꿰맨 잔상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하겠다 곁꾼으로서 할일을 하겠다 약속을 하고 보풀을 떼서 뭉치고 놀았다 각자 몸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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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향미증진제
항미증진제 김민지 이 기록은 기억과 일치하는지 읽으며 돌아오는 기억이 말리지 못한 젖은 몸 같은지 지금 이 시간의 내리쬐기 기억의 맨살이 따가워질 때쯤 기분을 억지로 걸치는 대낮 그 대낮부터 그 생각을 했단 말이죠? 어떤 날 뿌린 향수는 따갑고 어떤 날 바른 로션은 미끄럽다 그 어떤 것에도 작용하지 않을 어떤 날인 양 살아가고 있지만 더운 공기와 함께 퍼지는 아스팔트 냄새 찌꺼기로 빚어낸 거리에서 뛰지 않고도 넘어지는 상상을 한다 뛰지도 않고 몰아쉬는 숨 같은 몸 퍼뜨리는 재주 하나 타고난 몸에 해가 들었다 진다 무엇도 수놓지 않은 밤이 씨앗 심긴 토양을 껴안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