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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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안 가느니만 못했던 여행’의 가치
김재영, 명지현, 한창훈이 눈에 띈다. 김재영의 소설은 중년 남성의 퇴직 후 삶을 그린 이야기였다. 「달을 향하여」는 『폭식』의 작가가 달나라 땅도 팔고 사는 세태를 작품의 마무리로 삼았던 작품이다. 모든 것이 ‘쓸쓸하게’ 돈에 포섭되는 폭식의 세상을 그렸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시 읽으니 소설 속 주인공이 퇴직하고 갈 곳을 찾지 못해 회현동 골목길을 이리저리 살피며 걷는 모습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고향처럼 아늑하고 친밀한 장소가 주는 위로가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안식처에 대한 추억이 작품의 주된 정조를 이루어, 마치 새로운 작품을 읽는 듯하다. 명지현의 작품 「입안의 송곳」은 지금 다시 읽어도 ‘변함이 없다.’ 앓던 이‘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누구나 끊임없이 앓고 있고 세상 속 우리의 삶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편안하고 충만한 삶의 안식처가 어디 있겠는가. 삶의 근원적인 딜레마 속에서 마음의 고향을 찾아 헤매는 부조리한 몸짓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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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한국소설 속 아시아 담론
김재영 소설집 『코끼리』(2005년 12월)의 표제작에는 네팔 출신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이 화자 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국적과 민족이 다른 이주노동자 사이의 혼혈이라는 새로운 양상의 출현이다. 소설의 초점은 세계화 시대의 최약자인 이주노동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대신해 서로를 괴롭히고 착취하면서 인간적 위엄을 상실해 가는 과정에 두어진다. 그런 주제의식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거처와 동네의 풍경 묘사다. 소년이 사는, 돼지 축사를 개조한 쪽방집의 경우 1호실에는 미얀마 아저씨들이, 2호실에는 방글라데시 아주머니가 살고 3호실에는 파키스탄 청년이 살다 떠났으며, 4호실에는 소년이 아버지와 둘이서 살고 5호실에는 러시아 아가씨가 살고 있다. 다국적 이주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술을 마시는 슈퍼마켓 간이탁자에서는 한국어에다 러시아어, 영어, 네팔어가 뒤섞여 오간다. 그렇다. 바야흐로 세계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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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무지개빛소리
작가소개 / 김재영(소설가) - 1966년 여주 출생.성균관대 졸업.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작품집으로 『코끼리』, 『폭식』이 있음. 《문장웹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