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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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거대한 난쟁이 외 1편
《문장웹진》이 주목한 2012년 젊은 시인들 김재훈 거대한 난쟁이 나는 우는 법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7초마다 한 종의 생물이 사라진다는 문장을 읽은 밤 사라지는 생물보다 빨리 위로받고 싶어서 고해소로 달려갔다 나는 나를 모욕하고 싶었던 것이다 고해소에는 거대한 난쟁이가 숨어 꾸역꾸역 세상을 삼키고 있었다 나는 거대한 난쟁이에게 삼켜져 창자 속으로 떨어지면서 생각했다 거대한 난쟁이는 거인일까 난쟁이일까 나는 창자 속의 기생충들과 싸우다 지쳐버렸고, 거인이든 난쟁이든 간에 장이 더럽게 튼튼하구나 소리 질렀다 변기 속에 머리 박고 울부짖는 사람을 보며 그런다고 입을 헹궈 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라고 중얼거리는 비데의 마음이랄까 내 표정이 그랬다 난생처음 형의 유골함을 허벅지에 올려놓고 앉아 있으니 따끈해서 그거 참 따끈해서 아마추어같이 발기(勃起), 이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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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학카페 유랑극장 후기]유랑극장에서 바라본 문학, 죄, 야만의 얼굴들
[문학카페 유랑극장 참관후기] 유랑극장에서 바라본 문학, 죄, 야만의 얼굴들 김재훈(시인) 막스 피카르트 식으로 말하자면, 문학의 기본적 속성은 과잉이다. 문학이 방법론적으로 내포하는 과잉 그 자체 혹은, 결핍의 과잉을 통하여 비로소 문학이라는 껍데기가 완성된다. 문학은 언제나 너무 멀거나 지나치게 가깝다. 그래서 문학은 낯설다. 익숙해질까 싶으면 한 발 빠르게 낯설어진다. 한 번 드러났다가는 이내 다시 숨어버린다. 이어도와 아틀란티스 대륙처럼 안개 속에 숨거나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뒤, 다시는 나타나는 법이 없다. 문학은, 아무런 기척을 하지 않는다. 거기 있는가? 답이 없다. 조부모처럼 그립다. 옛애인처럼 야속하다. 쥐처럼 비겁하다. 그러다가 이따금 어두운 밤이면 질기고 단단하던 침묵이 끔찍한 신음을 내며 찢어지고, 꾹꾹 울음을 누르며 낮아진 가냘픈 어깨들이 모여든다. 흐느끼고 들썩이기 시작한다. 줄기차게 솟구치고 하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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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학카페 유랑극장 리뷰]제주의 바람과 원주의 응시
제주문학관과 제주문인협회, 제주도의 리뷰를 담당해 준 김재훈 시인에게도, 마지막 행사에서 피날레를 장식해 준 윤영배 가수에게도 고마운 마음 남겨 놓습니다. 방은미 연출님을 비롯하여 낭독 공연의 무대를 장식해 준 배우 분들에게는 꼭 다시 뵙자는 굳건한 약속을 하고 싶습니다. 그 무대가 비록 소설의 한 구절을 가져와 만든 무대였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 속의 어느 한 부분이 말랑하게 풀어졌다는 사실 또한 밝혀 둡니다. 원주, 서울, 양평, 대전, 목포, 진해, 경주, 제주를 찍고 다시 원주로 돌아갔습니다. 1월 이후에 원주 토지문화관 측에서 다시 한 번 행사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저희 양연식 연출님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달해 왔고, 심사숙고 끝에 목포에서 열린 공연을 다시 한 번 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오월이었고, 임철우 소설가와 서영채 평론가가 흔쾌히 수락을 해주었기에 이루어진 무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