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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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쓸데없는 짓
나와 김지현, 진구 이렇게 셋은 학교 앞 놀이터에 모여 햇볕을 쬐고 있었다. 우린 셋 다 학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늘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리 아빠는 가난한 시인인데 지금까지 학원을 보내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공부는 혼자서, 재미를 느끼며 해야 한다는 것이 아빠가 내세우는 그럴듯한 이유지만 실은 가난해서 학원비를 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아빠가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가며 쓴 시가 잡지에 실리면 쥐꼬리만 한 원고료를 받는다. 돈을 주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아예 원고료를 안 주는 곳도 있다. 가끔 김치나 쌀을 원고료로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 아빠는 이제 김치 걱정은 덜었다며 히죽히죽 웃는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김지현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 이유는 엄마가 작은 도서관 관장님이기 때문이다. 김지현 엄마는 책만 많이 읽으면 시험을 못 봐도 야단치지 않는다.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는 언젠가 저절로 잘하게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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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도망자의 마을
반장이 그거 읽고 김지현 개망신을 줬지. 독후감 모음집에 들어 있는 내용을 글자 하나 안 바꾸고 베꼈다더라. 자기 사촌오빠 전교회장이라 그러지? 제일 친한 친구가 부회장이라고 그랬지? 사촌오빠가 부잣집 외동아들이고, 방에 게임방이 딸려 있다는 소릴 듣는데 난 어이가 없더라. 〈하이틴로맨스체험수기〉 너무 많이 읽잖아. 부작용이야, 그거.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야, 이수현, 김지현 엄마가 수간호사인 것도 의심해야 해. 드라마 종합병원이 인기 있어서 그렇다니까? 수현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그 아이에게 반문했다. 반장은 독후감 모음집에 있는 독후감 내용을 어떻게 알았대? 이후에도 수현은 지현과 함께 하교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달리하면서 멀어졌다가 대학에 가면서 소식이 끊어졌다. 생각해 보니 수현은 지현의 집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지현이 늘 학원에 가야 했기 때문에 같이 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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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마구마구 피뢰침
(헬렌 디윗, 『피뢰침』, 김지현 옮김, 열린책들, 2019.) 21) 1991년 『백래시(backlash)』를 출간한 수전 팔루디(Susan Faludi)는 2018년 10월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 폭발' 현상이 흥미롭다."고 했다. "미투 운동이 봇물 터진 지금이 한국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시기이자 최악의 시기"라고 보이는데, "성 평등을 향한 여성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지만 그에 따른 반격 역시 거듭"되는 역사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기록적인 수의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고 페미니즘의 부흥이 일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우파 정권과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남성 리더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전 팔루디는 "남녀 간 상호이해만이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