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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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눈 내리던 어느 날, 경계에서 만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의 정대훈 부장님과 김윤희 대리님, 그리고 김진영 님 모두 글틴 캠프의 부활을 위해 오래 공을 들였다. 아직은 쌀쌀한 2월 중순, 겨울의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 우리는 파주에서 만났다. 첫날 오리엔테이션 시간 조별로 나눠 앉아 '나 소통 설명서'를 쓰면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 개의 조마다 한 명씩의 인솔 선생님이 함께했다. 나는 이수정, 한서웅, 김가영, 홍성민 친구와 함께 조 이름도 정하고 서로 소개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카페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이수정 친구의 최애 작가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고전을 즐겨 읽는 한서웅 친구의 최애 작품은 칸을 빽빽이 채울 정도로 많았다. 홍성민 친구는 춘천에서 온 김가영 친구에게 참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라는 첫인상 평을 남겼다. 그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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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F. 카프카 : 음치의 음악 혹은 미지의 음식
카프카 : 음치의 음악 혹은 미지의 음식 김진영 아노렉시아(Anorexia), 작자 미상 지난 주 일기에는 이렇게 썼다: “말이 줄어든다. 입맛이 떨어진다. 내 안의 무언가가 입을 닫기 시작했다.” 멜랑콜리에 빠지면 P는 걸신이 들어 살이 찐다지만 나는 먹기가 싫어진다. 거식증에 빠진다. 그 무엇인가가 내 안에서 입을 닫고 모든 음식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음악을 들으며 잠드는 습벽이 다시 시작된다. 물론 그건 다분히 불면에의 두려움 때문이다. 긴 밤을 뒤척이는 황량함 대신 멜로디에 실려서 몰래 잠들고 싶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잠들기 전에는 오래 된 카세트를 적당한 거리에 두고(이 적당한 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CD를 삽입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4개의 마지막 노래(Vier letzte Lieder)>에 실려서 슬그머니 잠의 문지방을 건너가는 일이 며칠째다. 그런데 식욕이 사라지면 왜 잊었던 음악에의 기억이 눈을 뜨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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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세이렌의 노래 혹은 뮤지카 멜랑콜리아
[음악의 순간과 언어의 떨림] 세이렌의 노래 혹은 뮤지카 멜랑콜리아 김진영 늦은 밤 돌아와서 음악을 듣는다(조금 취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 부분(특히 다 카포 파트) 혹은 브람스의 인터메조. 책상에 앉아서 또는 침대에 누워서 나는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데 나는 내 마음이 왜 흔들리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내가 지금 어떤 특별한 감정 상태(신체 상태)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뿐이다. 하지만 모호하고 불확실해서 곤혹스러운 감정의 상태와는 다르게, 두 가지 사실은 오히려 내게 자명하다. 하나는, 음악이 건드려서 뜻없이 일어난 특별한 마음의 상태를 나는 그 어떤 이름으로도 언표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슬픔, 기쁨, 평온함, 안도감, 울적함, 추억, 회한, 몽롱함……. 수많은 이름을 붙여 보지만 그 어떤 이름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아마도 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