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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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활짝
활짝 김혜수 카메라 들이대자 노 포토 노 포토 연발하며 완강하게 손사래치던, 사진 찍히면 자신의 영혼 빼앗긴다고 굳게 믿는 이슬람 사내 뒤로 어디선가 떼거지로 몰려와 목 길게 빼고 카메라에 얼굴 들이대며 활짝 꽃 피던 개망초, 금꿩다리, 까마중 끈끈이주걱 같은 이국의 코흘리개 야생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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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손을 그리는 손
동양인이면서도 웨이브 진 금발 머리카락 사이로 콧등과 선명한 턱선이 어딘지 모르게 배우 김혜수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연기 특강으로 김혜수의 수업을 들으며 언젠가는 함께 작업할 거라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스카이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여자는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살폈다. 오기로 한 사람이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여자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고 다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여자를 다시 만난 건 성당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였다. 창민은 한동안 일할 알바라도 찾기 위해 아침마다 주립 도서관으로 갔다.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그 방법뿐이었다. 오후에는 성 프란시스 성당으로 갔다. 홈리스에게 나누어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를 버텼다. 종소리가 나고 트램이 지나갔다. 성당 쪽으로 한 여자가 길을 건너왔다. 센트럴 역 편의점에서 보았던 그 여자였다. 창민은 성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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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파리증후군
김혜수처럼 해달라면 그래…… 언니야, 내가 김혜수처럼은 못해 줘도 김혜수 동생처럼은 해주께……. 신통치 않아 보이는 협회장의 방법은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베티는 김혜수가 보면 깜짝 놀랄 김혜수의 생기다 만 동생들을 참 많이도 만들어 내면서 미용실을 운영해 나갔다. 오, 남자에게 파마란…… 어쩌면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나미비아에서의 하룻밤 같은 거구나……. 한 달에 두 번 아침마다 머리를 하러 오는 남자가 있었다. 시원하게 해 주세요……. 남자가 하는 유일한 말이었다. 베티와 남자 사이에는 웅- 웅- 벌레 날갯짓 소리 비슷한 바리캉의 전기 음만 맴돌았다. 시원하게 해 주세요……. 베티는 그의 머리가 이미 충분히 시원하다 생각했다. 그의 목덜미를 레자로 사악삭- 밀 때면 꼭 냉장고에 낀 성에를 긁는 듯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럼, 수박처럼 시원하게 해드릴까요, 크큭……. 베티의 썰렁한 농담에 남자는 눈만 끔벅였다. 다음날 남자는 진짜 수박을 들고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