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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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오래된 신생
알맞은 길이(촌철살인의 단형이나 장광설의 장형은 기피된다)와 단단하고 흐트러짐 없이 짜여진 시상(난해 시편은 기피된다), 그리고 보편적 상징에 얽매이는 것이 그 공통 경향이다. 그래서 지원자들은 낯선 상징과 언어들보다는, 보편적으로 공유 가능한 상징과 어법을 문학사의 오랜 광맥으로부터 캐낸다. 올해 당선작들도 치열한 도전과 모험보다는, 이러한 고전적 제재와 방법을 택한 결실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는 신춘문예가 실험성보다는 두루 안정감을 취하고 있는 모범 작품을 뽑는다는 관행을 지원자들이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당선작들은, 처음 읽었을 때는 전혀 새롭지 않다가, 몇 번 곱새겨 읽었을 때 의구심이 사라지는 경로를 밟게 된다. 이 글에서는 올해 신춘문예 당선작 아홉 편의 경향을 살피기로 한다. 이 시편들은 모두 『2011 신춘문예 당선시집』(문학세계사, 2011)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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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죽은 선생님의 사회에서 (1)
학교생활에서 성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경험한 바 있다면 어디서 가장 많이 경험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교사의 말과 행동(34.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교칙(27.5%), 학생의 말과 행동(11.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0) 자세한 내용은 윤지원, 「초등 6학년의 충격적인 ‘성희롱 메시지’···교사들 ‘속앓이’」, 『동아일보』 2021년 10월 11일 자 참조. 11) 피터 위어 감독, 톰 슐만 각본, 1990. 12) 최근 송종원은 2000년대 중반에 제출된 김행숙의 작품을 예로 들어 당시 비평이 난해, 감각, 탈주체 등과 같은 용어로 이를 수식하는 데 치중하느라 그의 시가 다루었던 돌봄과 같은 “긴박한 사회의 현장으로부터 이탈”하였음을 지적한 바 있다(송종원, 「돌봄은 어떻게 문학이 되는가」, 『창작과비평』 2022년 여름호, 1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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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공개 인터뷰_나는 왜/자선 단편소설] 굿바이
이렇게 서로 다른데 모두 똑같은 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난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망자들이 예전과는 다른 규모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에 혼란을 느끼고 동요했지만, 함께 온 인간 관리자들에게 조사를 부탁하는 일 말고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저 우연히 극지방 쪽으로 이동하다가 자연재해를 만난 것일까요? 그들의 뇌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따뜻한 지역에서 아무런 전조 없이 돌연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원인을 밝혀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쯤엔 원인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예전만큼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7년째 되던 해, 개조 작업 대부분이 우리가 만든 기계들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점에 우리는 지구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간들의 판단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