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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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군함도에 핀 꽃
군함도에 핀 꽃 남경희 군함도로 가는 뱃길은 멀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짙푸른 바닷물이 끝없이 이어졌다. 작은 섬들이 군데군데 떠 있고, 연분홍 벚꽃이 초록 섬을 뽀얗게 뒤덮었다. 양쪽에는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있고, 붉은 크레인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담이는 뱃머리로 나갔다. 쌀쌀한 바닷바람이 뺨을 스쳐 갔다. ‘아버지가 일하는 군함도는 어떤 곳일까? 만날 수는 있을까?’ 배가 속력을 내며 물살을 가르자 뒤따라오던 하얀 물거품이 부챗살처럼 펼쳐졌다 사라졌다. 담이는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조선에서 이곳 나가사키로 오던 일을 떠올렸다. “담이 애비, 집에 있는가?” 어느 날, 이장 할아버지가 뒷짐을 지고 앞마당에서 불렀다. 돌아가신 엄마와 같은 고향 사람으로 언제나 살갑게 대해 주었다. “아이구, 이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아버지가 버선발로 반갑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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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바다를 건너온 피아노
바다를 건너온 피아노 남경희 ‘분명히 이 근처 같은데···.’ 할아버지는 동네 곳곳을 둘러봅니다. 멀리 용두산 공원의 부산타워가 눈부십니다. 맞은편 산은 꼭대기까지 집들로 빽빽합니다. 갯바위에 다닥다닥 들러붙은 따개비처럼 정겹습니다. 나지막한 일본식 집들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70년 세월이 무섭구먼. 너무 변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 할아버지가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한적한 주택가를 지나자 학교 돌담이 나왔습니다. 학교 건물은 담쟁이 넝쿨로 뒤덮였습니다. 햇빛에 반사된 초록 잎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교문 앞에는 목조 집이 있습니다. 이층 창에 덧문이 달린 일본식 집입니다. ‘파랑새 문방구’라는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알록달록 공이 든 비닐 주머니가 매달렸습니다. 훌라후프, 돼지저금통, 실내화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습니다. ‘그래, 눈에 익은 돌담이야. 문방구 건물도. 아무래도 여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