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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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내 취미는 반항이다
한편 나이든 마르크스주의자가 혁명적 노동자 정당을 꿈꾸는 것은 그런 안전한 취미에서 가장 먼 것인 것이다. 그것은 아주 위험하다. 이십일 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에 긴급 체포당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 경찰의 존재 목적은 한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혁명적 노동자 정당을 꿈꾸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사회에 위험하다는 것인가?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진짜 진지하게 하는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그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내 눈에는 혁명적 노동자 정당을 꿈꾸는 마르크스주의자보다는 경제 지표를 좋게 만들기 위해 거품이 낀 부동산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시키는 정부 공무원들이 훨씬 더 위험해 보인다. 왜 그들은 잡혀가지 않는가? 노동자를 사랑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위험할 정도의 사회라면 그 사회에서 위험하지 않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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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입동무렵」외6편
세워 괄 괄 괄 괄 외치고 있다 사람은 영혼으로 완결되는가 저, 탄광 속에 매몰되었던 광부 2명이 아흐레만에 구조된 소식을 듣는 아침 1989년 3월판 노동문학 창간호 폐지 줍는 노인에게서 5천 원을 드리고 사들였다 늙은 노동자의 수레에 실려 노동의 역사가 거리를 지나는 찰나 아뿔싸, 정직한 내 몸이 노동을 기억해 낸 것이다 표지에는 단발머리 소녀가 왼손으로 턱을 괸 채 자운영꽃밭에 서 있다 청계피복, 꼭 그때의 나 같은 여자아이가 내 손보다 훨씬 컸던 재단 가위로 자투리 헝겊을 오리고 있었지 즐거운 놀이로만 알았던 세상, 평화, 평화시장 큰 손이 내 뺨을 한 대 갈겼던가 1989년, 노동이란 뼈아픈 이력을 저 풀꽃 속에 던져 버렸지 책을 버린 사람도 노동자였을까 문학이라는 폐광산 폐지 줍는 노인의 수레에 슬쩍 던져 놓고 노동에서 몸이 분리된 채 연기로 사라진 것일까 ‘특별 발굴 장시’ 16연 220행의 「막장에서 부는 바람」 1987년 7, 8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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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헐한, 슬픔의 밥 한 그릇
헐한, 슬픔의 밥 한 그릇 이중기 그 분은 아직 거기 동상으로 서 계신다 노동자 아홉을 키워내고 늙은 자궁 초가삼간 적막강산 옛집, 헐한 슬픔의 밥 한 그릇 있다 나랏말씀이 다 거기에서 나왔다 생의 적도를 건너온 사람은 붉은 울음을 울 줄 아는 법, 천년을 개다리소반에 가부좌 틀고 앉은 궁궁을을의 우리나라 밥 한 그릇 전전긍긍이다 내 슬픔의 첫물이었던 일자무식 밥 한 그릇, 세상 모든 사람들의 극진한 인사말이었던 그 분, 슬픈 여물 해 지고 슬픈 탁발의 밥 때가 오리라 붉은 만월이 호곡하는 저 나락논에 화엄절벽의 시절이 솟으리라 끝물 슬픔 거두며 마침내 울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