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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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달빛
달빛 윤임수 부축 없이는 문밖 출입도 어려운 쪼그라든 노인네들의 잔기침으로 지붕 낮은 저녁이 일찍 오고 사시사철 관절통으로 절룩이는 가장들이 지친 하루를 똑 똑 분지르며 돌아와 마른 눈물과 한숨을 깔고 누우면 희끗거리는 거미줄 아래 초아흐레 보드라운 눈매 가만가만 다독거리며, 안녕히,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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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달빛 터미널
달빛 터미널 이정란 다른 게 아니라 달빛으로 빚은 소주를 마시고 싶어서, 두루마리 달빛으로 밑을 닦고 싶어서, 새끼 보름달 삶아 먹다 목메 죽고 싶어서, 죽었다가 나무로 태어나 달빛으로 머리 감고 지나가는 비바람을 꼬여 앉혀 터미널이나 지으려고 검버섯 피기 시작하는 시간 쉬었다 가고, 아픈 별들 건너오게 견딜 수 없이 자라나는 팔다리는 하늘 저편에 걸쳐 둔다 물의 새끼들을 사막으로 보내 쓰러진 낙타 입술 축여 주고 달빛 환으론 아기 못 낳는 여자 자궁에 불을 지필 수도 있겠어 하수구에 버려진 아기 데려다 걸음마 가르치면 당신은 나무 이름을 모두 달빛으로 바꿔 부르고 싶을걸 죽은 동생 목을 조인 주황색 빨랫줄을 노란 달빛으로 바꿔 주러 같이 가자, 아버지가 버리고 온 라이따이한 남매 가슴에 월계수 꽃가지도 걸어 주고 다녀와서 소주 한잔해, 검은 달을 낳다 죽은 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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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배꽃나루의 달빛
배꽃나루의 달빛 장주식 “강이 그곳에 사는 주민들만의 강이냐?”나는 장승공원 상황실 사람들과 매화시인이 강조하던 말이 떠올라 그렇게 말하였다. ‘외지인들은 나가라’는 펼침막을 보고 너무 답답하다면서 한숨을 쉬던 매화시인. 어떻게 온 나라를 휘돌아 흐르는 강물이 한 지역만의 강이냐고, 사람들이 너무 자기 눈앞만 본다고 탄식을 하던 매화시인. 그날은 이상한 날이었다. 세 통의 전화가 별 시차도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려왔다. 대학동창인 중래는 먼저 너털웃음부터 터뜨렸다. 목소리를 듣는 건 삼년 만이었다. “걸걸걸, 임마. 꼭 형님이 먼저 전화를 해야 되나?” 책망부터 하고선 잘 지내냐, 뭐하고 사느냐 같은 별 뜻 없는 인사말을 늘어놓더니 좀 점잖은 목소리로 진규 아버지의 부음을 알렸다. “사실, 너희 둘은 많이 친했잖아. 특별하게 말이야. 내가 너한테서 진규놈 아버지 부음을 들어야 할 텐데, 어째 거꾸로 된 것 같다. 올 거지?” “그럼.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