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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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오정희 『동경』론
그 중에서 『바람의 넋』에 실린 「동경」은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고 오래 남아 있었다. 어린 마음에 뭔가 해결을 해보겠노라고 열심히 해설을 찾아 읽었지만 ?동경?에 대한 해설만이 빠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동경」은 학생 운동을 하다가 죽은 아들을 마음에 묻고 살아가는 어머니가 끊임없이 옆집 어린아이의 도벽에 집착하는 일종의 편집증을 보이는 장면, 그의 아버지가 아들 영로를 묻고 돌아서면서 한 조각 거울을 묻었다고 회상하는 장면이 연쇄적으로 맞물리면서 거듭되는 의문만을 낳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거울이었을까. 아내는 무엇 때문에 어린 아이를 싫어하고,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것일까. 도대체 왜 ‘그’는 어린 아이의 만화경을 훔쳤을까. 온갖 의문들은 갈수록 깊어졌다. ??유년의 뜰?? 해설을 쓰면서도 오정희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원형이 혹시 「동경」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강한 상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는 이제 이 글을 통해 그 지난한 숙제를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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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개타령
개타령 * 송재학 개야 개야 삽살개야 에남나 둥둥 양 귀가 축 늘어진 어이구나 청삽살아 털이 많아 부귀 거동 좀 보소 검정개야 아혜에에야 에남나 어람마 낮에 보면 검정개요 밤에 보면 푸른 개야 어제 온 귀신 그제 온 수심 쫓아내오던 어구 청삽살개야 아에에혜야 에이오지이 밤에 밤중만큼 오실 임 보고 짖는 소리에 동구 밖까지 한달음이더니만 비만 꼬박 젖었으니 에이구나 아에에혜야 에남나 달빛마다 그림자마다 마구 짖어대누나 에라 분세수 못 하고 님 기다리는 몰골에 짖어대누나 아에에혜야 에이오 지이루 에구나 만주 몇 년 동경 몇 년 상해 몇 년 거쳐 오신 님이란다 이리 절로 님이고 저리 절로 내 님이란다 아에에혜혜야 에남나 에라디여 어려워라 어려워라 지친 육신이고 요다지 세월이라니 초넋 이넋 삼넋을 수습한 몸이란다 아에에혜야 에이오 지이루 에이구나 사면십리 창릉파륵에 정붙일 곳 고향뿐이더니 청산녹수 짚고 돌아왔다는 한 마디 들었도다 아에에혜야 에난다 에헤에헤야 상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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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한일 문화의 초국적 접점과 ‘마주침’의 서사학
동경 여행을 위한 특급 레시피가 있다. 동경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담배 한 보루와 위스키 두 병을 산다. 이틀을 지내건, 일주일을 지내건 똑같다. 아침에는 담배를 피우며 위스키를 마시고, 점심때는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신다. 밤이 되면 지역 양조 맥주를 취급하는 탭하우스를 찾아 담배를 피우며 모든 파이프의 맥주를 하나씩 다 마신다. 맥주를 마시며 지긋지긋하게 읽은 백석을 떠올린다. 백석은 동경 아오야마 학원에서 공부했다. 지금도 읽고 있는 하루키도 떠올린다. 하루키는 아오야마 근처에서 오래 살았다. 내가 지나간 길을 백석도 걸었고 하루키도 밟았다. 이렇게 다음날도, 전날에 했던 끽연과 음주를 반복한다. 마지막 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탄다.4) 작가가 제시한 ‘동경 여행을 위한 특급 레시피’는 사실 단순하다. ‘끽연과 음주’를 즐기고 문학가들의 자취를 되새기며 상념에 젖는 일을 반복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