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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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등단 말고 다른거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을 받는, 등단 말고도 문단에 진입하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된 것이다. 그것도 기성 등단 시인들도 함께 원고를 투고하는 문학상에서 상(賞)을 받았으니,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이기리 시인 말고도, 비등단 시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가까운 시기에서 찾는다면, 서호준 시인과 김누누 시인이 있다. 이기리 시인은 《조선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등단’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호준․김누누 시인을 보고 힘을 냈다.”2)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두 시인은 작년에 출판사 ‘파란’에서 각각 『소규모 팬클럽』과 『착각물』을 냈다. 2020년 한 해에 비등단 시인이 최소한 세 명 탄생한 것이다. 이 이례적인 사건들의 연쇄가 우리에게 어떤 변화의 기미를 감지하게 한다. 문단에 섞이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등단 말고도, 문단에 진입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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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장 웹진》 2021년 기획 연속좌담 ‘등단’ 2차 : 확장성
서호준, 이기리, 조해주 시인의 경우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행본으로 책이 출간되면서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하시게 되었는데요. 세 분 모두 활동의 양상과 책의 출간 과정 자체가 각기 다르지만 등단 문제와 관련해 묶여서 이야기 되는 면이 있어요. 이처럼 등단 과정을 우회하여 활동을 활발히 이어 가는 작가들이 등단제도를 확장한 한 사례로서 인식이 될 때, 그 작가 개인들의 활동이 특별한 사례로서 부각되는 것을 우려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한 사례가 제도에 대한 첨예한 비판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시를 유독 잘 쓰니까 등단 따위 상관없는 거야.”와 같은 말들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잘한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등단제도의 확장성을 작가 개개인들의 어떤 역량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도 좀 위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 개인들에게도 부담이 될 테고요. 음, 지금 표정들을 보니까 부담을 전혀 안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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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장 웹진》 2021년 기획 연속좌담 ‘등단’ 4차 : 현장
등단 이후의 (문단) 활동 분위기와 작가 정체성의 관계 선우은실 : 네, 감사합니다. 사실은 등단이라는 제도를 거친 친구들한테 비슷한 것을 물어본 적이 있어요. “언제 작가가 됐다고 생각했냐.” 그런데 많은 경우 작품을 쓰기 시작한 시기와 본격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고 느낀 시기와 등단의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등단 연차라는 것과 실제로 내가 어떤 작가로서의 자각을 가지게 된다거나 하는 것들에 격차가 조금 있지 않을까 싶어 이런 질문을 드렸던 것인데요. 방금 김중일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등단 시기별로의 환경이라고 할까요, 분위기라고 할까요? 그런 조건의 영향도 있을 것 같아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 보면 좋겠습니다. 먼저 선생님들께서 등단 연차를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정리해 보면 김중일 선생님 2002년, 그리고 박민정 선생님 2009년, 임정민 선생님은 2015년, 박세회 선생님 2019년이고, 저는 2016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