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봄꿩이 울 때
봄꿩이 울 때 문동만 할머니 이장 할 때. 그이를 칭칭 감고 있었던 것은 삼베도 면실도 아니었다 아무리 당겨도 끊어지지 않는 나이론실이었다 그녀는 살아 죄가 많으셨나 아니, 그이는 참빗에 걸린 머리칼을 모아 어린 입들을 달게 하셨을 뿐 습한 땅에서 그이 뼈는 검었고 마디마디에 깊이 엉킨 오라를 온전히 수습할 수 없었다 칠성판에 옮긴 그이는 아무리 바로 눕혀도 제 뼈와 뼈를 당기며 자꾸만 모로 누웠다 아버지는 깊은 담배를 맹감넝쿨께로 품었고 나는 지게 위에 마침내 탈옥한 그이를 가볍게 안아 얹었다 멀리 봄꿩이 울 때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벌매를 기다리며
벌매를 기다리며 문동만 말벌들이 꿀벌들을 잡아먹을 때 꿀벌의 약한 침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한다 유일한 저항법은 꿀벌 수십 마리가 말벌 한 마리를 에워싸는 것뿐 낱낱의 체열을 모아 열사 시키는 것뿐 제 살들을 내주며 포식자를 덮어버리는 것뿐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 수 없을 때 보다보다 못 볼 것들이 많을 때 벌을 받아야 할 자들이 벌을 주고 있을 때 벌을 벌주는 벌매가 말벌들의 유충까지 다 발라 먹는 벌매가 지친 꿀벌들을 구하러 아니, 오래된 유업 같은 자신의 일을 하러 벌매가 날아오는 날이 있다고 한다 어떤 독침으로도 뚫지 못하는 깃털을 치며 날아오르는 날이 있다고 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그녀의 별자리
그녀의 별자리 문동만 신혼부부 사는 아랫집에서 쌈질하는 소리가 햇봄이 익도록 들렸었다 여름이 되자 나는 사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여자는 가끔 몸에 달라붙는 물방울 원피스를 입고 항시, 내가 퇴근하는 저물 무렵 나팔꽃처럼 피어서 막 들이치는 어둠속으로 빨려갔다 나는 들고 그녀는 나갈 때 호박넝쿨은 무성히 쳐 올라 일상은 까실까실해졌다 콘크리트를 타고 울리는 피차간의 공명은 그치지 않았으나 서로 모른 체 했다 삶의 표징을 지레짐작으로 읽었고 어떤 경우에도 모른 체 했다 그 집에서 밤이면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괴괴한 여자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가끔 소파를 옮기는지 방바닥 긁히는 소리가 났다 생활을 옮길 수 없으니 그녀는 소파를 옮기는 게지 살다보니 가까스로 유추하겠다 그녀의 별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