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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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죽은 선생님의 사회에서 (1)
그런데 복수를 실행하기 위한 문동은의 주요 전략을 다시 세심히 살펴보면 이는 충분한 설명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애초에 문동은이 박연진 딸의 담임이 되려고 노력한 것 자체가 교사와 학생만이 아닌, 교사와 학부모의 위계 구도를 이용하려 했던 것이며,2) 담임교사가 된 문동은을 보고 박연진이 느낄 위협을 상상하며 동은의 복수가 성공하리라 우리가 설득되었던 것 역시 이러한 구도에 대한 우리의 암묵적인 승인에 기인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 복수극의 전제조건은 첫째, 교사가 학생에게 위력을 행사할 수도 있으며, 둘째, 그리하여 아이를 교사에게 맡긴 학부모 역시 그 영향 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권력 관계는 일방향적이지 않다. 문동은이 복수에 방해가 되는 추정호를 제거하기 위해 전재준의 폭력성을 동원하는 데에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힘을 행사하기도 한다는 사실 역시 배면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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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봄꿩이 울 때 - 마지막 술집을 찾아서 외1
봄꿩이 울 때 문동만 할머니 이장 할 때. 그이를 칭칭 감고 있었던 것은 삼베도 면실도 아니었다 아무리 당겨도 끊어지지 않는 나이론실이었다 그녀는 살아 죄가 많으셨나 아니, 그이는 참빗에 걸린 머리칼을 모아 어린 입들을 달게 하셨을 뿐 습한 땅에서 그이 뼈는 검었고 마디마디에 깊이 엉킨 오라를 온전히 수습할 수 없었다 칠성판에 옮긴 그이는 아무리 바로 눕혀도 제 뼈와 뼈를 당기며 자꾸만 모로 누웠다 아버지는 깊은 담배를 맹감넝쿨께로 품었고 나는 지게 위에 마침내 탈옥한 그이를 가볍게 안아 얹었다 멀리 봄꿩이 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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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실내교향곡 - 그녀의 별자리 外
실내교향곡 문동만 신용산역 20년 된 상가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형의 집에 들렀다 사실 그의 집도 아니다 그가 자주 자는 집은 컨테이너였으며 자주 먹는 밥은 함바집의 백반이었다 25년 객짓밥에 만년 셋방에 곰팡이 꽃을 피워놓고 밥상을 차려 날 기다렸다 살만한 나는, 막막한 그로부터 용돈을 받았다 '아무려면 혼자 사는 내가 낫지'가, 그의 잠언 살다보면 가끔 그런 호사도 쌍무지개마냥 오는 것이다 창을 열어도 집밖도 실내(室內)인 작은집에서 비는 티브이에서만 온다 나는 빗방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소소한 몇 개의 반찬냄새는 이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빗방울은 허공에 걸린 거미줄 5번 줄 인가를 퉁- 하고 튕기더니 복도의 자잘한 물발자국 위를 토도-독 건반인양 두들기더니 아팠던 시간의 절정기, 해체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모진 균열 속으로 빨려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