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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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무화과
무화과 문숙 비구니 스님과 함께 산길을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언뜻언뜻 보이는 숲길 비구니 스님 머리 위에서 뭉게구름이 생각처럼 피었다 사라진다 어디선가 날아온 벌 한 마리가 스님 주위를 빙빙 돌며 따라붙는다 꽃을 버린 저 몸에도 달짝지근한 곳 있었던가 하얀 목덜미를 훔쳐보며 닝닝닝 틈을 노린다 뒤따르던 내가 팍, 때려잡고 싶은 마음 참는다 벌에게 내가 붙들려 발을 헛놓는다 뻐꾸기 울음 소리가 물방울 터지듯 처연하게 스미는 봄날 민둥산 같은 스님 머리에 간간이 나뭇잎 그림자가 진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스님은 숨소리도 없이 가던 길만 간다 제 몸속에 꽃을 버린 나무 한 그루 저 홀로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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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결이 고운 사람들과 함께한 문학놀이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 결이 고운 사람들과 함께한 문학놀이 문숙(시인) 특강을 시작한 첫날이었다. 복지관 강의실에는 열대여섯 명 되는 입소자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여 있었다. 모두 남자들이었고 사십대로 보이는 한 사람만 빼고는 전부 50대 후반에서 80대까지 높은 연령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지친 눈빛을 대하며 글을 쓰게 할 수 있으리란 나의 기대는 난관에 부닥쳤다. 강사 소개가 끝나자, 나는 문학을 배워 보고 싶은 분 있으며 한번 손들어 보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딱 한 사람만 손을 드는 것이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며 못마땅하다는 투로 말했다. 당장 먹고 자는 일마저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데 무슨 문학이냐는 식이다. 예상 못한 바는 아니나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순간 나는 내가 왜 문학을 하는지부터 말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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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06년 시단의 결산과 전망
이은림 『태양중독자』, 안현미 『곰곰』, 여태천 『국외자들』 김병호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 박해람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이희정 『너를 사랑하게 되다』, 조동범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 사건』, 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서상영 『꽃과 숨기장난』, 이준규 『흑백』,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김홍성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이용한 『안녕 후두둑씨』, 조향미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이승희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윤성학 『당랑권 전성시대』, 전성호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 정영 『평일의 고해』, 김금용 『넘치는 그늘』, 김진완 『기찬 딸』, 권현형 『밥이나 먹자 꽃아』, 박서영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김나영 『왼손의 쓸모』, 유지소 『제4번 방』, 김은정 『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최규승 『무중력 스웨터』, 문숙 『단추』 등 다수의 시집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