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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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장〉 활용법
〈문장〉에서 무슨 시상식이 있는 날, 계획 없이 그냥 참석했는데, 내가 들어서는 걸 보고 사회를 보던 정우영 시인이 “우리 〈문장〉 출신의 시인 세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하더니 하상만 시인과 김산 시인 그리고 나를 소개했다. 그 순간 ‘내가 시인이 되었구나.’ 설렘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 후, 내가 〈문장〉에서 만난 영웅들을 오프라인에서 차례차례 만나기 시작했다. 〈문장〉은 가만히 있었지만 나는 끝없이 〈문장〉을 탐색하고 〈문장〉을 후광으로 삼았다. 나는 그렇게 〈문장〉을 사용했다. 〈문장〉 활용법을 이야기하려다 내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문장〉이 새 단장을 한다고 한다. 어떻게 변화할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문학의 배설 기능을 중요시하여 〈문장〉이 변기 뚜껑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와서 유용하게 써먹어 주기를 〈문장〉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시인이 되기 위하여 〈문장〉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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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우리의 마지막 문장
[단편소설] 우리의 마지막 문장 박주영 사건을 의뢰받았을 때 처음에는 맡지 않으려고 했다. 너무 낯선 분야였고 내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호했다. 최 변호사는 내가 맡아야만 하는 일이라고 거듭 부탁을 했는데 나는 이 사건이 나의 전문적인 영역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는 흔히 탐정으로 알고 있는 민간 조사관이기 이전에 소설가였는데, 그 특수성 때문에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든 글로 남길 원하는 이들이 특별히 나를 찾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가해자인 K는 다수의 악플러와 함께 아이돌 A의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상태였다. “이거 형 제대로 받으면 정직원 전환이 안 될지도 몰라. 자기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인데 자기는 잘못한 거 없다고 고집을 부리네.” “철이 없네.”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너도 중요한 시기에 소설 쓴다고 공부 그만뒀잖아.” “공부했어도 별반 다를 거 없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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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불긋불긋 〈문장〉에게
새 〈문장〉에게 바란다, 라는 산문 청탁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왜 내게 이런 청탁이 왔을까. 내게 〈문장〉, ‘글틴’이란 무엇일까. 습작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부끄러운 웹상의 기록들인데 대체 왜 내게 이런 청탁이? 지난달에 한국일보에서 ‘글틴’ 출신 작가들 셋이 모여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 산문에 쓴 내용은 그때 했던 말들의 축약이지만 신문기사에는 두 마디만 실렸다. 그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풀어 놓고 있자니 머쓱하기만 하다. ‘글틴’ 출신인 내가 이제 시인, 작가가 되었다. 문장 라디오를 청취하던 내가 초대작가로 출연을 하고, 웹진에 필진으로 참여해서 두 차례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새로 개편될 〈문장〉에는 더 다양한 청소년 문학 프로그램이 신설되었으면 좋겠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글틴’ 후배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장이 형성된다면 내가 ‘글틴’에 졌던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