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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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십년감수’를 기획하며
〈시 목록〉 — 고영민, 비가 눈으로 바뀔 때, 악어, 실천문학사, 2005 — 김경후, 돌들의 풍경,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 민음사, 2001 — 김록, 낙엽의 독설, 총체성,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 김민, 발자국, 길에서 만난 나무늘보, 2007 — 김병호, 흙 속의 다음날,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 랜덤하우스중앙, 2006 — 김사이, 사랑은 어디에서 우는가, 반성하다 그만둔 날, 실천문학사, 2008 — 김성규,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너는 잘못 날아왔다, 창작과비평사, 2008 — 김신용, 환상통, 환상통, 천년의 시작, 2005 — 김중, 겨울비, 거미는 이제 영영 돼지를 만나지 못한다, 문학과지성사, 2002 — 박상우, 化生, 이미 망한 生, 문학판, 2007 — 송경동, 철야, 꿀잠, 삶이보이는창, 2006 — 신기섭, 할아버지가 그린 벽화 속의 풍경들, 분홍색 흐느낌,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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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중편연재] 외계인②
[중편연재] 외계인 (제2회) 박상우 「그가 있던 자리」/ 중국 쓰촨성 광원 천불애(中國 四川省 光元 千佛崖) / Photo by 박상우 눈을 뜨자 희끄무레한 커튼으로 에워싸인 직사각형 공간이 나타났다. 허공은 어둠침침한데 좌우에서 희붐한 형광불빛이 밀려들어 다소간 눈이 부셨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펴보니 협소한 일인용 침대에 나는 누워 있었다. 사물함 밑의 수납공간에 세워 둔 휴대폰을 눌러 시간을 확인하니 다섯 시 사십 분. 새벽 두 시 사십 분에 입원 처리되고 세 시간도 채 못 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절로 잠이 깬 게 아니라 좌측 커튼 너머에서 들려오는 고통스런 신음소리 때문에 깨어났다는 걸 이내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남자가 아야, 아아, 아학,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만, 그만, 제발, 하며 누군가에게 간절하게 애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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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중편연재] 외계인①
[중편연재] 외계인 (제1회) 박상우 쓰촨성 광원 천불애(四川省 光元 千佛崖) Photo by 박상우 아랫배에다 가로로 빗금을 긋는 듯한 통증이 시작된 건 밤 아홉 시경부터였다. 처음엔 서늘한 광선이 지나가는 것처럼 한 줄기 냉기가 느껴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위가 뚜렷해지고 통증의 심도가 확연하게 깊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저녁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원룸의 일인용 소파에 몸을 묻고 반쯤 감긴 눈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아니, 보고 있었던 게 아니라 몽롱한 의식 상태에서 리모컨을 눌러 계속해서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정신이 흐리마리한 상태였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과 보기 싫은 것, 봐줄 수 있는 것과 봐줄 수 없는 것의 차이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마땅히 뭔가를 보겠다는 의지도 없이 그러고 앉아 있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중국에서 돌아온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터라 심신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거의 강시 수준. 중국에서 뭘 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