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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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먼지 요일
먼지 요일 박채현 등굣길이 한산했다. 희뿌연 공기가 켜켜이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 희끄무레한 빛이 해가 어디 있는지 대충 알려주었다. 인도에는 먼지 먹는 로봇들이 오갔다. 빌딩 꼭대기마다 물을 뿜는 기계가 가짜 비를 뿌려댔다. “어? 민준이다. 이민준!” 찬이는 반가운 마음에 소리쳤다. 앞서 걷던 아이가 어정쩡하게 뒤돌아봤다. 텅 비었다. 눈이 멍했다. “아, 아니야. 그냥 가.” 찬이는 아이보다 더 빨리 걸었다. 저만치 다솔이가 보였다. 한 가닥으로 올려 묶은 머리가 걸을 때마다 가방에 부딪혀 찰랑거렸다. 찬이는 냅다 달렸다. “얍, 한다솔!” 놀랄 만한데, 평소 다솔이 같으면 까무러치듯 소리를 질렀을 텐데, 아이는 시큰둥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도 텅 비었다. “미, 미안.” 찬이는 느릿느릿 교문을 통과했다. 운동장 가득한 안개를 가르며 두리번거렸다. 역시 운동장에 노는 아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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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홍의 소녀
홍의 소녀 박채현 둥둥! 둥둥! 둥둥! 북이 울렸다. 온 마을을 깨운 북소리는 세간마을의 끝 집 은봉이네까지 들렸다. “어매요, 빨리, 빨리 오이소.”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이 정암진으로 떠난 지 이틀 만이었다. “우리 의병이 왜군을 섬멸했다는 소식이오.” 깃발을 앞세우고 의병들이 줄지어 마을로 들어왔다. 옷은 흙투성이에다가 몸은 지쳤건만 의병들의 표정은 밝았다. “장군님 만세! 의병 만세!”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곡주를 들이켠 은봉 아비가 입을 열었다. “왜놈들이 마른 길에 푯말을 꽂아 둔 거라. 장군님이 그 푯말을 늪으로 옮기라 했거든. 우리는 언덕 위에서 숨어서 지켜봤지. 왜놈들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장군님의 신호가 떨어진 거라. 와아! 달려들어 왜놈들을 전멸시켰다, 아이가. 허허허.” “아부지, 참말로 신납니더.” 은봉이가 부추기자 아비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