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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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너를 그릴 때」외 6편
달 지구 이야기가 다 모여 있는 밤마다 내려다보고 지구 이야기 주워 담는 옛날이야기가 다 모여 있는 달 그래서 지구에는 달에게 보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있단다 시인이 있고 소설가가 있고 동화작가가 있지 달에게 물어볼 거야 내가 달 출판사에 보낸 이야기 혹시 못 봤느냐고 구름 택배를 이용했는데 달 출판사 어디쯤에 굴러다니는 내가 보낸 이야기 정말 못 봤느냐고 개명 사유서 얼얼한 세상에서 살기 싫었던 동태 채 자라지 않아 말라 버린 노가리 얼다가 녹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서서히 마른 북어 방망이에 두들겨 맞기 싫었던 황태 추위에 벌벌 떨다가 갑자기 녹아 버려 울다가 검어져 버린 먹태 다시는 낚여 잡히기 싫은 조태 그물에 잡히고 싶지 않은 망태 푸른 물살을 가르며 살고 싶은 명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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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각자는 각자의 할 말이 있다
북어 어딨어요, 북어. 아아, 초록이 늙었어, 초록이, 밤, 대추 이쪽으로. 사위가 과장된 제스처로 처갓집 산소 상석에 제수 음식을 진설했다. 남편의 과장된 행동이 처갓집 행사에 내키지 않는 걸음을 한 것에 대한 시위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순간 담배 생각은 더욱 간절해졌다. 추석 당일부터 짐을 정리하는데, 너희들 상장이 나오더라. 앨범도 나오고. 차에 싣고 왔으니 갈 때 자기 것을 챙겨가거라. 상장 받아 올 때마다 어머니가 한 자 한 자 또박 또박 읽어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느냐? 내가 받아 온 개근상, 둘째가 받아 온 우등상, 셋째가 받아 온 정근상도 있더라. 둘째 초등학교 때 앨범도 나오고. 셋째 고등학교 때 앨범을 보니, 인물이 아주 훤하더라. 그 나이답지 않게 노련한 신사 같기도 하고······ 멋지더라. 아버지가 세상 떠나고 내내 혼자 살던 어머니가 요양원으로 들어간 뒤부터 비어 있던 어머니 집이 팔린 것은 추석 일주일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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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눈을 감는다
말라빠진 북어 토막 같다. 눈을 감은 아버지는 이내 곧 잠이 든다. 아버지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제 의지로 바깥출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군복을 벗은 뒤론 제 의지로 집을 나선 적이 없다. 병원에 갈 때도 들것에 실려 119구급차를 타고 간다. 아버지는 집 밖은커녕 안방 밖으로조차 나올 생각을 않고 어제도 오늘도 잠옷으로 감싼 마른 북어 다리로 안방을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저런 아버지가 대한민국 육군 상사 출신이란다.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그야말로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았단다. 국토방위에만 충실해야 할 대한민국 육군 상사가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게 된 건 오로지 위에서 하는 명령에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공교롭게도 때마다 역사의 현장에 출동하여야 했다. 역사의 물길을 가른 12·12니 5·18이니 하는, 숫자로 지칭되는 날에 아버지는 언제나 명령에 따라 역사의 현장에 출동하여야 했다. 그 결과 저런 몸이 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