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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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제2회 유랑극장 관람 후기]청년 박범신을 만나러 가는 길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의 추세가 문화 전반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요즘, 나에게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를 만들라고 한다면 가장 탐나는 작가가 박범신이다. 때문에 박범신은 대중적 인기 작가일 뿐이라는 오해와 비판 속에서 인기 작가의 시절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15년간 인기 작가로 불릴 때 대중들의 찬미 미사와 평론가들의 인민재판 사이에서 멀미를 겪으며 살았을 것이다. 내가 소설 속에서 만난 박범신은 아주 예민한 사람이다. 다수의 찬미 미사보다 소수 엘리트의 비판은 그가 견디기 힘든 상처이자 굴욕이었을 것이다. 그가 어떻게 그 시절을 건너왔을까, 궁금했던 나의 의문은 『소금』을 통해 해소되었다. 굴욕을 견디는 게 아비였구나……. 내 아버지도, 지금 등짐을 지고 걸어가는 모든 아버지들도 가끔은 집을 버리고 가출하고 싶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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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1960s-2020s 반(半/反)예측의 상상력 ②
아저씨의 ‘진짜 인생’과 연루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이렇듯 안과 김은 산책에 동행하지만 여기에 연루되는 걸 거부하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한다. 세 사람은 통금시간이 임박하여 통제가 시작됐을 서울 밤거리를 그저 부유하다 각자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새벽, 자고 있던 김의 방문을 두드린 안이 아저씨가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심각한 사태에 연루되는 걸 원치 않은 두 사람은 도망치듯 여관방을 떠나 헤어진다. 하룻밤 술친구로 만난 두 사람은 생의 끝자락에서 간절하게 구원을 원하는 이를 뿌리쳤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도리(신고나 애도)조차 회피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술자리에서의 배제적 소통의 기조로 아저씨를 대했을 뿐이다. 이러한 두 사람에겐 ‘뜨거운 진심’으로 그들에게 다가오는 아저씨의 태도야말로, 안의 말을 빌리자면, ‘어쩌라는 건지’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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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로망스 미학과 새로운 ‘합일’을 희구하는 낭만적 주체의 언어
이들은 자연을 일방적으로 찬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과학기술로 미래를 미화하지 않는다. 또한 고독을 절대적으로 부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가올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견함으로써 위선과 타락으로부터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고통과 가난, 추악한 사회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그대로 인식하고 그것이 야기하는 정서로부터 달아나지도 그것에 동조하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