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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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고인 물이 넘쳐야 길을 만든다
정리 서하진(소설가) 동영상 보기 글쓰기는 놀이이다 문학상에 대하여 나는 매일 ‘실종’을 꿈꾼다 소설을 쓰는 까닭 창작의 자극제들 다양하게 변화하는 문학 고인 물이 넘쳐야 길을 만든다 인연들…… 서하진 : 사이버 문학광장 <작가와 작가>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상국 선생님을 만나 뵙겠습니다. 먼저 근황을 좀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전상국 : 이렇게 춘천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 40년 만에 교직에서 퇴직을 했는데, 과거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고 또 거기에 매달리다 보니 예전보다 시간 관리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하진 : 최근에 북한에 다녀오셨지요? 전상국 : 8월에는 평양에서 작가대회가 있어 다녀오고, 이번에는 남과 북의 강원도 도민들 200명이 함께 만나는 민속축제 행사가 있어서 금강산에 다녀왔습니다. 서하진 : 선생님은 소설 작업이나 문학을 실생활과 문화 전반에서 실천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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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어떤 사소한 이야기
어떤 사소한 이야기 서하진 1 문건은 회사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있었다고 했다. 사내(社內),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자료였으므로 소문은 삽시간에 회사 전체로 퍼져나갔다. 문건의 내용이 아니라 거기, 그 자리에 언급된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문건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보고를 받은 사람은 감사팀의 민 팀장이었다. 출근해서 막 녹차 한잔을 마시려던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부팅이 끝난 컴퓨터의 마우스를 두 번 클릭했다. 그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 단 이십초 만에 자료를 열람하고 프린트 아웃한 후 팀장은 기술팀에 전화를 걸어 삭제를 지시했다. 그는 천천히 문서를 반복해서 읽었다. 차분하고 냉정한 어투, 보고서처럼 일목요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었다. 작성자는 실명을 밝히고 있었다. 이영주? 그로서는 기억에 없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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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바늘 끝에는 몇 개의 불행이
정신 차려, 서하진. 증거를, 증거를 잡아야 해. 하진은 수납 상자 안에서 구형 핸드폰을 끄집어냈다. CCTV 어플을 깐 구형 핸드폰을 책장 꼭대기에 설치하며 하진은 입술을 꼭꼭 물었다. 내일은 외부용 CCTV를 사서 현관 앞에 달자. 남자가 다시 이 집에 침입한다면, 그래서 핸드폰에 증거가 남는다면 하진은 이것을 사랑 운운하던 경찰 면전에 집어던질 작정이었다. 카메라를 눈치 채고 남자가 핸드폰을 부수거나 훔쳐가 버린다면 침입 정황은 오히려 확실해진다. 하진은 카메라 각도가 잘 맞는지 수차례 확인하며 핸드폰 위치를 조정했다. 그러다 문득, 하진은 책장 꼭대기에 매달리듯 기대 있던 몸을 뗐다. 딛고 선 의자가 덜걱거렸다. 다시, 다시라고? 하진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자가 정말로, 또 이 집에 침입한다면 그땐 어떻게 하지? 내가 없는 한낮이 아니라 내가 잠들어 있는 새벽에 저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선다면? 의자에서 내려서던 하진이 크게 비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