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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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스스로 외딴 사원*이며 그곳으로 가는 젖은 길인, 詩人
같은 표현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물론 시는 기본적으로 ‘세계의 자아화’니까 이 역시 화자의 내면과 무관하지 않을 테고 엄밀한 의미에서는 객관적 상관물이겠습니다만, 자연을 객체화하지 않고 주체화한 것이라든가 전통적인 선경후정(先景後情)을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인의 마음과 통찰은 사물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지만 감정의 과잉이 없고 또 그 감정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측면이 없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은 오히려 감정이입이 더 잘되는 것 같고. 이런 점 때문에 선생님 시를 생태시로 높이 평가하는 평자들도 있습니다. 문인수 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합니다. 이선우 생태시를 의식하고 쓰신 건 아니죠? 문인수 아뇨.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말의 안타까움은 있었습니다만, 그것을 구태여 주제로 내세워 쓴 시는 몇 편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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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덧니, 저 맑은 낮달”(「덧니」), “입 꾹 다문 바위들”(「고인돌 공원」), “종이 뭉치에서 웬 관절 펴는 소리가 난다”(「꽃」) 같은 표현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물론 시는 기본적으로 ‘세계의 자아화’니까 이 역시 화자의 내면과 무관하지 않을 테고 엄밀한 의미에서는 객관적 상관물이겠습니다만, 자연을 객체화하지 않고 주체화한 것이라든가 전통적인 선경후정(先景後情)을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인의 마음과 통찰은 사물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지만 감정의 과잉이 없고 또 그 감정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측면이 없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은 오히려 감정이입이 더 잘되는 것 같고. 이런 점 때문에 선생님 시를 생태시로 높이 평가하는 평자들도 있습니다. 문인수 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합니다. 이선우 생태시를 의식하고 쓰신 건 아니죠? 문인수 아뇨.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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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동시의 현장성: 2020년대 어린이-현실을 수용하기
흔히 선경후정(先景後情)이 고전시가, 특히 한시에서나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기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 ‘선경’이란 독자와 함께 발맞춰 가기 위한, 작가와 독자가 동일한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배려의 장치다. 페미니즘 리부트-여자 아이의 목소리 진희가 머리를 잘랐어. 긴 머리에서 짧은 머리로 싹둑 잘랐어. 검은 야구모자를 쓰고 왔는데 그래선지 얼굴이 더 하얘 보여. 진희의 가늘고 긴 손가락과 한쪽 눈을 가린 앞머리가 진희가 자주 그리던 순정만화 남자 주인공과 똑 닮아진 것 같아. 진희가 머리를 자른 일로 아이들은 자꾸 진희를 쳐다보고 무슨 일로 갑자기 머리를 잘랐는지 자꾸 진희에게 물어보는데 사실은 나도 자꾸 진희를 쳐다봐. 진희 주변에 일어난 일들이 아주 궁금해. 진희하고만 둘이 조용히 말하고 싶어 진희 근처를 두어 번 왔다 갔다 했지. 진희는 별말 없이 살짝 웃기만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