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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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납 Pb
납 Pb 성윤석 단단한 네 마음일지라도 금속 피로가 오지 않는 이유는 늘 피로한 빛을 하고 있어서 그래. 계속되는 슬픔은 피로해지지 않아. 등등함마저 버리고 네가 이 세상의 중심처럼 평형의 추처럼 떨어져 있는 걸. 어느 날 낚싯바늘을 매달고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지라도 숲 그늘에 드러누운 눈밭처럼 넌 너대로 거기 있으렴. 어느 계절엔 반짝이지 않는 게 더 큰 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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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뼈의 뜀
뼈의 뜀 성윤석 어느 해 여름이었을까요 바다 백사장에 당신의 앞치마를 깔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나란히 무릎이 부딪쳤는데요 당신의 정강이뼈가 뛰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살갗을 뚫고 당신의 정강이뼈가 두 가닥이 되었다가 세 가닥이 되었다가 하고 있었어요 나는 당신의 정강이에 뼈가 하나 더 있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당신에겐 그런 뼈가 하나 더 있구나, 했지요 마치 부에나비스타쇼셜클럽의 쿰바이세쿤도가 D현에 자신만의 기타 줄을 하나 더 맨 것처럼 당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 하나의, 뼈의 뜀이 아직, 내게 남아 있어 나는 바다를 쉬이 떠나지 못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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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에어기타
에어기타 성윤석 한 곳에서 말의 사체를 찢어 만든 마두금 소리가 났다 디 마이너 키를 누르고 기타를 안는다 핀란드라는 나라에 가면 해마다 에어기타 대회를 연다지 기타 한 대 없이 기타를 친다지 이이이이이이 이이이이이이 연주란 음의 말 타기 이것은 기타를 찢은 기타의 연주다 허공에 세운 것들 새긴 것들 날린 것들에도 역사가 있듯이 혁명 좌절 서러움 종이에 먹물을 바른 걸 책이라 하지 노래를 하렴 나는 기타 치는 모습을 하겠다 기타가 그에게 깃든 건지 그가 기타 속으로 들어간 건지 그에게선 기타가 보인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내겐 유효하다 어떤 모임에는 가지 않음으로써 다른 이가 나타날 수 있다 기타가 변화한 에어기타 에어기타는 지금 다른 기타로 달아나려는 거야 소리는 더 장중하겠지 나는 내내 기다리는 모습을 갖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