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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비평/수필] 2025년 5월 월 장원 선정 / 성현아 문학평론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멘토 성현아입니다.
무더운 여름이네요. 이런 날씨에는 쉽게 지치고 무력해지기 마련인데요. 그런 와중에도 청량한 글을 꾸준히 올려주시는 여러분이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오늘은 제가 중학생이었던 때 즐겨 듣던 노래들을 종일 들어 보았어요. 그 시절에는 제가 기억하기론 ‘중2병’ 같은 부정적인 표현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중학생들의 감성을 조금 가볍게 보는 분위기는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시선에 어느 정도 동조하면서 이 시기의 감성은 좀 치기 어린 거겠지 하고 생각하곤 했어요. 나중에 어른이 되면, 더욱 완숙한(?) 감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때 나는 얼마나 더 멋있고 세련된 노래를 듣게 될까, 약간 기대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여전히 청소년 시기에 제게 울림을 준 노래를 계속 듣게 되네요. 어른의 플레이리스트라는 것도 별것 없더군요. 중학생 때 듣던 노래만 주야장천 듣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때가 가장 ‘나만의 감성’이 섬세하게 깨어 있던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이 되니 마음이 조금 무뎌지고, 그 예리했던 감각은 점점 흐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이 시기가 정말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십 대 때 감성 여든 갑니다. 여러분이 자기만의 감성에 귀 기울이며 지냈으면 해요. 오늘은 그런 작은 잔소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 수필 게시판 월 장원 선정 :
아기호랑이님의 <여름 에어컨 아래서>를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리듬감 있는 문체와 여러 감각적 심상을 활용한 묘사가 돋보이는 인상적인 글입니다. 수필과 같은 산문 역시 리듬을 필요로 하는 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쓰는 이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감각을 읽는 이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높이 평가했습니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고 일상적인 순간이지만, 그것을 자기만의 시각으로 포착하여 개성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약간 아쉬운 점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기후 위기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 정도겠네요. 이불을 덮고서 에어컨을 켜고 그 좋은 감촉을 느끼는 것만이 문학가가 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기긴 했습니다. 청소년 필자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입니다만ㅠ_ㅠ 우리 모두 감각하고 있는 인류세로 인한 온난화, 그리고 그 위기감에 대해서도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감상&비평 게시판 월 장원 선정 :
감상&비평 게시판에는 2편의 글만 올라와서 월 장원을 선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두 글 모두 훌륭했지만, 둘 중 하나를 장원으로 선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어요.(두 편 모두 장원으로 뽑을 만큼 좋은 글이었습니다!) 추후 6월 월 장원 선정 때, 5월에 올라온 글까지 함께 후보에 두고서 선정해 보겠습니다! 비평은 참 품이 많이 드는 글이기 때문에 작성하기 어려우셨으리라고 생각해요. 다음 달을 기약하겠습니다.
* 이달의 추천 콘텐츠 :
1) 김지은, 『어린이는 멀리 간다』, 창비, 2025.
이 달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동·청소년 문학 평론가이신 김지은 작가님의 에세이집입니다. 첫 글의 제목이 「걱정해야 할 것은 나이가 아니다」인데요. 공감하시리라고 생각해요. 이 책에서 김지은 작가님은 스웨덴의 도서전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십니다. 당시 이명애 작가의 그림책 『플라스틱 섬』의 북토크에서 50대 노르웨이 여성 독자가 자신이 존경하는 환경 운동가 ‘페넬로페 레아(Penelope Lea)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며 사인을 받았다고 해요. 알고 보니 페넬로페 레아는 열다섯 살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젊은 유니세프 대사였다고 합니다. 이 사례를 알게 된 후, “어린 친구가 참 대견하다고 느낀다면 아마도 그 마음 뒤에는 나이 서열주의가 있을 것”(16쪽)이라고 김지은 작가님은 지적하셨어요. “아동과 청소년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면 어른들은 기특하다고 칭찬”(16쪽)하지만, 그 관점이 문제적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다고 못한다고 부연하십니다. 저도 여러분이 열심히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시는 모습을 보며 이를 격려하는 문장을 쓸 때, 종종 ‘대견’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했어요. 물론 그런 말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쓰지는 않았지만요. 청소년이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 어른보다 어려우리라는 차별적인 시선이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여러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2)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8)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라 지금의 시대 감각과 맞지 않는 불편한 장면들도 조금 있어요. 이 점을 감안해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선생님이 계속 이야기해 주는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여러분의 글을 읽으면서 여러분이 너무나 슬프고 힘들고 지쳐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건 단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커요. 언제나 그 점을 유념하시길 바라면서 추천드려 봅니다.
그럼, 여름도 평안히 보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