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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비평] 2026년 3월 월 장원 선정 / 성현아 문학평론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멘토 성현아입니다. 봄꽃 구경은 좀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서 바쁘지만, 틈틈이 산책도 하고 지냈어요. 저번 주에는 야외 수업도 한 번 진행했는데요. 꽃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곳에 모여 앉아 학생들과 시를 썼어요. (물론 저는 쓰진 않고 지도만 했습니다만) 날씨 좋은 날에는 바깥에서 글쓰기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 감상&비평 게시판 월 장원
3월에 올려주신 비평문 역시 다채로웠습니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뮤지컬이나 영화에 관한 비평도 있었고요. 그중 인상적이었던 세 작품을 후보로 선정했는데요. 월장원 후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송희찬, <우리를 통과하는 삶-손미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를 읽고>
- 시유레, <우리 킹키들의 혁명!(뮤지컬 『킹키부츠』 비평문)>
- 방백, <눈이 오면 덮이는 사람들과 함께>
이 중 3월 장원으로 송희찬님의 글 <우리를 통과하는 삶-손미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를 읽고>를 선정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문장청소년문학상 장려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셨던데, 이 또한 정말 축하드려요! 일기와 수필의 차이에서 시작해서 세계를 마주하는 자세로 매끄럽게 연결되는 도입부가 참 좋았어요. 공적 글쓰기와 사적 글쓰기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불어 자신을 마주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자세가 손미 작가의 문학과 연결되는 점 또한 흥미로웠고요. 멘토 의견(코멘트)에서도 지적했듯, 오타가 조금 있어서 그런 부분은 퇴고가 필요하긴 합니다만, 메시지 전달에 방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희찬님의 비평을 쭉 읽어왔는데, 희찬님의 가장 큰 장점은 항상 자기 말로 설명하려 노력한다는 점이에요. 비평이라는 장르는 아무래도 공부가 필요한 장르이다 보니, 습작할 때 (아마 의도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종종 자신이 학습한 이론서들 혹은 평론집들의 문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생기곤 해요. 희찬님의 경우, 설령 어설퍼 보일지라도 진심이 담긴 자기 언어로 최대한 서술하려 하시는 것이 글에서 느껴지는데요. 굉장히 좋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읽을 수 있도록 가능하다면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비평의 기본이라고 믿어요.
이번 글에서는 시를 분석하는 말들이 굉장히 섬세하고 정교했습니다. ‘혼잣말’이 통념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먼저 제시해 주고, 손미의 시에서는 이것이 ‘빈 곳을 메우기 위한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까지 잘 짚어주셨습니다. 이 빈 곳이 내면의 빈자리이며, 그것을 화자이자 시인의 상처라고 읽는다면,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로 혼잣말이 기능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도 굉장히 설득력 있었어요. 시어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곱씹어 감상한 후에 자신의 독창적인 해석을 덧대는 작업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깨짐 역시 미학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서술에도 동의할 수 있었고요. 또한 시에 등장하는 쉼표와 같이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그것이 휴지(休止)를 만들며 어떤 망설임을 보여주게 된다고 해석해 내는 대목도 좋았고요. 자기 자신에서 출발하여 ‘우리’라는 관계로 나아가게 되는 여정이 어떻게 가능한지 탐색해보는 문제의식 역시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하게 되었어요. 이러한 감상과 비평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모범이 되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축하해요.
* 이달의 콘텐츠 :
이달에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는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마티, 2021)입니다. 이 책은 한국계 미국 작가인 캐시 박 홍의 자전적 에세이를 묶은 책이고요. 작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고, 집 안에서는 한국어로 말해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영어를 거의 몰랐다고 해요. 교묘한 차별과 위계, 그리고 그것을 체화한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책이라 추천해 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우울이나 수치, 소외감들을 어렵지 않게 또 너무나도 진솔하게 풀어낸 책이라 새로운 관점을 열어줄 거예요.
저는 특히 자신이 떠안게 된 부채의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반항할 것이라는 작가의 고백이 와닿았어요. 작가는 부채의식이 감사하는 마음과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삶의 소소한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과 달리, 부채의식은 행복해야 마땅한 순간에도 자꾸만 그로 인해 악운을 겪어야 할 것 같은, 빚진 사람의 마음으로 전전긍긍하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나에게 온 행운이, 내가 갚아나가야 하는 것, 내게 주어졌으면 안 되는 무엇처럼 부적절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부채 의식이므로 “부채 의식이 있으면 생각이 미래에 고착된다”(248쪽)는 것이죠. 그래서 작가는 차라리 배은망덕하다 여겨질지언정, 그러한 강압된 부채감에 저항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어요. 저도 그런 마음가짐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걸음씩 더 자유로워진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