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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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에세이] 아, ‘장르 문학’ 하시는구나 김용언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열심히 읽고, 그에 관한 잡지를 만들고, 또 가끔은 관련 공모전 심사를 보면서 언제나 느끼는 바가 있다. 한국에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심각하게 척박하다는 점이다. 가장 모순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장르 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다. ‘(그냥) 문학’1)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설들은 굳이 ‘장르 문학’이라고 불린다. SF, 판타지, 미스터리/스릴러, 로맨스, 공포, 무협 등의 꼬리표가 붙고 낱낱이 분류되며 ‘문학은 문학이지만 그냥 문학이라고 부르기보단 그 안의 장르로 명명되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장르 문학에 속하지 않는 작품은 그냥 문학이 아니라 ‘비장르 문학’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아니면 순문학 역시 일종의 장르임을 인정하면서 모든 작품을 ‘장르 문학’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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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되기’의 움직임, 도정에의 소설
심진경의 말처럼 이 소설이 “백마 탄 왕자와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평범녀의 로맨스”8)를 그리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나’는 로맨스 서사에서 마지막 목적 달성을 위해 끝내 결혼을 강행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런데 “신데렐라 스토리에 여성 연쇄살인에 관한 잔혹동화”9)가 겹쳐진 로맨스 서사로만 읽어내기에는 ‘나’의 욕망의 방향이 조금 다르지 않은가. ‘나’는 ‘괜찮은 사람’인 ‘그’를 만남으로써, 여러모로 ‘그’보다 부족한 ‘나’를 충족시키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틀린 해석은 아니지만, 해석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를 통해 내가 되고 싶었던 건 이성애적 욕망을 실현한 ‘신데렐라’가 아니라, ‘그’와 같은(동등한) ‘괜찮은 사람’이다. 8) 심진경, 「새로운 페미니즘서사의 정치학을 위하여」, 《창작과비평》, 2017년 겨울호. 49쪽. 9) 심진경, 앞의 글. 50쪽. 나는 그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남들이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늘 신경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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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순문학이라는 장르 소설
특히 장르 문학이 공상과학(SF),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 탐정, 로맨스, 팩션 등의 장르 자체의 소재나 문법으로 특징지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픽션(fiction)이라고 하지 않고 문학(literature)이라고 명명할 때, 장르 문학의 그것과는 층위가 다른 기준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 장르 문학이 그 장르의 문법을 얼마나 잘 구사하는지, 또 얼마나 새롭게 상상해 내는지에 따라 작품의 가치를 평가받는다면, 순문학은 그 작품이 얼마나 ‘깊이’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따름이다. 순문학에서의 서사성이란 오로지 그 문학적 깊이를 확보했을 때라야만 의미가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꼭 소설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 쪽이라면 영화나 만화, 드라마나 웹툰 등 다양한 장르들이 훨씬 능숙하고 월등하며, 이미 꽤 많은 독자를 확보한 장르 소설도 많다. 그러므로 한국 문학은 재미가 없어서 안 읽는다는 반응은 당연한 것이고, 그러한 반응에 반박할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