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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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진위를 전복하는 평행우주의 사건들
손보미 소설의 경향을 몇 가지로 좁혀 그 현상을 조망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2020년 작 탈구조물인 『작은 동네』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지점, 그러한 선회가 의미하는 바를 추정할 수 있다. 1) 본문에서는 책 제목을 명시하지 않고 번호로 표기한다. ①『그들에게 린디합을』, 문학동네, 2013.; ②『디어 랄프 로렌』, 문학동네, 2017.; ③『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문학과지성사, 2018.; ④『작은 동네』, 문학과지성사, 2020. 대중문화: 쇄도하는 낯선 것들 『그들에게 린디합을』은 손보미의 첫 작품집이다. 2010년대 손보미 소설에 담긴 낯선 상황들이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 분산할 것인지 예감케 한다. 두껍게 읽히는 손보미 소설은 처음부터 만만찮다는 인상을 안긴다. 어떤 이에게는 고단할 뿐만 아니라 현실감도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동안 누려온 삶의 방식을 배반하는 내용들로 가득 찬 손보미 텍스트에는 ‘나’의 것이라 할 만한 고유성이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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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장의 목적
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 문학동네, 2017. 김정환,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 문학동네, 2016. 《문장웹진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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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똥 누기 게임’으로 회귀하는 압력의 역학관계
소설 「임시교사」(손보미)에서는 현실의 구질구질한 일상과 인간군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한 폭의 잘 정리된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다. 이 소설에는 변호사와 큐레이터라는, 한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직업을 지닌 부부와 소유재산은 없지만 역시나 배운 여자인 고등학교 지리 과목의 임시교사 출신인 보모 P부인이 주체로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욕망을 감출 줄 아는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다. "남의 집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는 진짜가 아니다. 그 말이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P부인 역시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음식을 매번 싸가서 따로 먹었으며 자기가 읽을 책 역시 들고 다녔다. 그 집의 물건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으려 애쓴다. 돌보는 아이의 한쪽 부모가 귀가해서 가족끼리의 식사가 준비된 식탁이 차려지면 그녀는 다시 그녀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거리와 경계선은 명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