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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극특집] 나비잠_제1막
[시극 특집] 나비잠(sleeping butterfly) [명사]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 [명사] 날개를 편 나비 모양으로 만든 비녀. 새색시가 예장(禮裝)할 때에 머리에 덧꽂는다. 김경주 【 때 】 이 이야기는 조선 초기 4대문과 도성 축성이 이루어지던 어느 여름의 시기를 다룬다. 왕은 대목장으로 하여금 4대문의 축성 감독을 맡긴다. 이 시기 백성들은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었으나, 몇 년째 전국에서 민정들이 징발되어 도성 축조 공사에 부역을 해야 했다. 인부들은 숙소도 없이 노숙을 하며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노역에 시달린다. 도성은 돌성(석성)과 토성(흙성)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공사 구간 길이는 5만 9500여 척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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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극특집] 화장실극
[시극 특집] 화장실극 석지연 ㆍ등장인물 여장 남자 1 여장 남자 2 남장 여자 1 남장 여자 2 청소부 ㆍ무대 현대식 여자 공중화장실 1장 막이 오르면 남자1이 무릎에 레이스 팬티를 걸친 채 변기에 앉아 있다.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붉히며 두 주먹을 부르르 떨다 이내 고개를 푹 떨군다. 남자1 지독한 고독이군. 얼마나 잔인한 고독인지 항문이 찢어질 지경이야. (훌쩍이듯 코를 킁킁거리며) 악취 때문에 살 수가 없어……. 무대 오른편에서 힐을 신은 남자2 빠르게 등장. 그는 매우 초조한 표정으로 바지 지퍼를 내린다. 남자2 (잠긴 문손잡이를 잡아당기며) 빨리! 빨리! 빨리! 남자1 (안쪽에서 문을 두 번 두드린다) 남자2 한 개밖에 없는 칸을 잠가 두면 어쩌자는 거야, 썅! (발로 문을 세게 찬다) 남자1 안에 사람 있어요. 노크하는 법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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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극특집] 부부의 식탁
[시극 특집] 부부의 식탁 유희경 < 기획 의도 > 시극은 침묵의 질을 표현하는 극운동이다. 시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쓰는 것이다. 시극이란 시의 속성이 살아 움직이는 극이다. 침묵은 시극에 숨어 사는 이끼들이다. 시집 속엔 시인이 넣지도 않은 귀뚜라미가 들어가 울고 있기도 하고, 시극 속엔 연출과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보아 뱀이나 코끼리가 무대에 나와 어슬렁거리거나 어른거리기도 한다. 시와 극은 쌍생아처럼 한 몸이다. 시극은 시와 극이 함께 숨 쉬는 공존지다. 시극을 살리는 일은 시운동과 극운동의 더부살이 운동이다. 시극을 통해 침묵이 살아 있는 질을 만드는 작업들은 오히려 시와 연극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시극은 모국어의 살과 피를 찾아가는 리듬을 포기하지 않는 작업이다. 시극은 멸종하면 안 된다. 자극과 말초적인 감각만 앞서는 시대에서 시극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현상은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