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5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느린 기린 큐레이션〉 6월 (문학동인 - 소설 편)
카페에서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어 동인의 모습. Q. 동인 이름이 ‘어’인데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왜 하필 ‘어’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A. 진주 : 원래 처음에 모였을 때 지었던 이름은 ‘어등이어’였거든요. 어등이어라고 하면 사자성어 같은데, 사실 그게 아니라 ‘어떻게 등단은 했는데 이제 어떡하지?’의 줄임말로 막막함을 표현한 이름이었어요. 그런데 1년 2년 지나니까 조금 애매해지기도 했고, 두 명이 더 들어오면서 새로 이름을 바꿔 보자,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요. 어등이어에서 ‘어’ 자를 하나 떼서 갖고 오면서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죠. 말을 뜻하는 어(語), ‘어? 이거.’ 할 때의 어. 저희의 정확한 뜻이 뭔가요? 유안 : 이름을 짓던 그날, 다른 동인들이 아이디어를 막 내고 있었을 때였어요. 저랑 조진주 작가랑 따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애들이 저희를 불러서 ‘괜찮냐고? 어? 어!’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리모컨 바다
리모컨 바다 신영배 전동차가 들어오고 문이 열리죠 첫째 아이가 깡총, 모르는 구두를 따라들어가고 둘째 아이가 언니야, 언니 발을 따라들어가고 나는 유모차를 밀어요 아이 셋을 낳았는데 셋째는 앉은뱅이에요 어, 어, 전동차가 출발해요 내 발은 허공에 뜨고 유모차는 문에 끼어 있어요 전동차는 달려요 나는 끌리죠 집으로 들어와 밤 9시 뉴스를 보죠 첫째 아이를 눕히고 베개를 넣어주고 둘째 아이를 눕히고 담요를 끌어주고 셋째 아이는 내 뱃속에 집어넣어요 사건과 사고 카메라가 현장에 출동하고 티브이 속에서는 전철 역내 씨씨티브이가 재생되어요 두 번 반복 느린 화면이 돌아가요 저 여자, 어, 어, 나는 또 끌리죠 물에 몸을 담가요 온몸에 비늘이 다 벗겨졌어요 발이 허공에 떠 있다 서서히 내려앉아요 자궁 속에 넣은 아이가 발길질을 해요 나는 발의 지느러미로 물을 밀어요 전류가 흐르지 않는 강을 거슬러 올라요 거기서 아이를 다시 낳을래요 아름다운 앉은뱅이 지나온 바다에는 무수히 리모컨이 떠다니고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모국어
모국어 유용주 루자리 통숙, 허우칭핑, 산토스 재클린 멘도자, 우빠촌 붓파, 와규 다가고, 메라솔비, 이찌노 세리쯔꼬, 에리니, 니따야, 팜티방, 우엔티 바오찬, 누스라 추엔스리, 수드라 웃통, 찬디아, 천양련, 이다희, 손소희, 호레이롱, ······, 모아 놓고 한글을 가르친다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 아기 진달래 아내 개나리 아, 버, 지, 어, 머, 니, 아아, 어, 머, 니, 갑자기 뒷자리에서 누가 흑, 하고 고개를 꺾는다 봄비 내리고 새는 울고